[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유럽중앙은행(ECB)가 이례적인 장기 대출을 실시한 가운데 자금의 상당액이 부채위기 국가의 국채 매입에 투입된 것으로 관측됐다.
주변국의 부채 위기가 악화될 경우 국채를 매입한 금융권은 물론이고 ECB까지 커다란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라는 경고다.
지난달 21일 ECB가 4890억유로 규모의 3년 만기 대출을 금융권에 제공한 이후 이탈리아 2년물 국채 수익률은 50bp 가량 하락했고, 같은 만기의 벨기에 국채 수익률 역시 22bp 하락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단기물 국채는 최고 신용등급인 독일과 네덜란드 국채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는 이 같은 반전의 배경이 ECB의 장기 대출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대출을 받은 금융회사가 주변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도이체방크의 모히트 쿠마르 채권 전략가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단기적인 국채 수익률 흐름을 주시하면 ECB의 대출금이 이들 국채 시장에 유입된 정황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옌스 노르드빅 매니징 디렉터는 “단기 국채 수익률과 발행 금리가 하락한 데 따라 부채위기 국가의 정부가 그만큼 시간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부채위기의 ‘급한 불’을 진화하는 데 일정 부분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탈리아 알레티 제스티엘레의 파브리지오 히오리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ECB에서 공급되는 현금과 유동성이 주변국 국채 시장으로 유입, 일종의 재활용을 연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유동성 경색이 다소 완화될 수 있겠지만 그 효과가 1분기 이후까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가 유로존의 침체 리스크를 경고하는 등 경기 하강 국면이 뚜렷한 가운데 주변국의 재정 부실이 보다 악화될 경우 유동성 리사이클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