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은행권의 유동성 경색을 악화시키는 문제의 핵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담보물이 지목됐다.
상당 규모의 국채가 유럽중앙은행(ECB)이 대출 담보물로 유입, 재담보 활용이 막힌 데다 은행간 무담보 신용거래가 사실상 자취를 감추면서 유동성 흐름을 이중으로 압박하는 양상이다.
국채를 중심으로 한 담보물 부족에 따른 은행권 자금 경색은 또 하나의 구조적 리스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ECB 국채 ‘블랙홀’ 신용 재창출 ‘마비’
ECB가 금융권 대출 담보물로 국채를 요구한 데 따라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발행과 국채 재담보를 통한 자금 조달이 크게 위축되는 양상이다. 일단 ECB에 담보물로 유입된 국채는 추가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은 1달러의 증권을 담보로 2.40달러의 자금을 융통했다.
하지만 은행간 자금 거래가 위축되면서 이들 자산은 구조화 증권을 통한 신용 창출에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ECB의 일회성 대출을 받기 위한 담보물로 제시됐다.
콜롬비아 대학의 페리 멀링 경제학 교수는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유동성을 창출하는 금융시스템이 통째로 ECB의 대차대조표에 흡수되는 모습”이라며 “국채를 중심으로 증권이 ECB에 유입되기만 할 뿐 유출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담보물 품귀, 유동성 경색 단초
부채위기가 깊어지면서 무담보 신용시장의 외형이 대폭 위축됐고, 바이백 합의를 통한 담보 대출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클리포드 챈스의 시먼 글리슨 변호사는 “담보물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럽 은행권의 무담보 신용 창출이 가로막힌 상황에 담보물마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유동성 리스크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다.
씨티그룹의 매트 킹 신용전략가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몇 년간 은행간 자금거래에서 담보물의 중요성이 부지불식간에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채권 은행이 요구하는 양질의 담보물을 확보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리스크가 보다 높아졌다는 얘기다.
킹은 “무담보 신용거래가 사실상 자취를 감추면서 또 다른 구조적 리스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며 “담보 가치가 높은 국채나 그 밖의 채권이 희소해지면서 특히 유럽 은행권의 유동성 경색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럽의 레포(환매조건부) 거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레포 거래의 최대 브로커인 ICAP에 따르면 최근 2~3개월 사이 레포 거래가 20% 가량 급감했고, 특히 독일 은행권을 중심으로 거래 위축이 두드러졌다.
ICAP의 돈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레포 시장이 뚜렷하게 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은행권은 담보 가치가 낮은 증권을 대량 동원해야 할 뿐 아니라 더 높은 조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ECB가 3년 만기 장기 대출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1일(현지시간) 실시한 ECB의 장기물 대출에 523개 은행이 몰리면서 승인 금액이 4890억유로를 기록, 자금 경색의 단면을 반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