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신용평가사의 본분이 신용 등급을 평가하는 것이죠.”
S&P가 유로존의 6개 AAA 등급 국가에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데 대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자들에게 보인 반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시장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독일은 역할 학대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고집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기 해법의 핵심으로 꼽는 유럽채권안정기금 성격의 유로본드 도입 역시 독일은 재차 반기를 들었다.
유로존이 출범 10여년만에 해체 위기에 몰렸지만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느긋하기만 하다.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강 건너 불 구경'하는 표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EU 정상회담을 시장은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여기고 있지만 독일에서 강력한 의지를 엿보기는 어렵다.
독일의 한 정부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에 대해 더욱 비관적인 입장으로 기울었다고 밝혔다.
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와 유럽안정기금(ESM)을 병행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언급,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의 행보를 놓고 국내외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고도의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주변국을 회생시키기 위해 독일이 혈세를 투입하는 희생을 치를 수는 없다는 국내 여론과 절박하게 지원을 요구하는 외부 요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현명한 대처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유로존 위기를 이용해 독일의 영향력을 보다 강화하고, 이점을 취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대대적인 긴축과 제재 강화에 초점을 둔 재정 통합 등으로 유로가 해체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유로존의 내부 결속이 더 강화될 경우 메르켈 총리는 크게 신망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처방이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비난의 화살이 온통 그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라운 브러더스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글로벌 외환 헤드는 “독일과 나머지 EU 정상들은 민간 부문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 EFSF 및 ESM 출범 여부, 그리고 재정 통합 절차상의 문제 등 크게 네 가지 사안에 대한 이견을 불과 하루 이틀만에 풀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장은 마지막까지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막판 타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번 시장 패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알맹이’ 없는 정상회의를 참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이번 EU 정상회의를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태의 열쇠를 쥔 독일과 메르켈 총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