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 공황은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를 초래했지만, 나머지 대다수 대형 금융기관들은 구제를 받았다. 이들에게는 '대마불사(too-big-to-fail)' 혹은 '시스템 상으로 중대한(Systemic Important)'이란 수식어가 부여됐다.
지금 벼랑 끝에 있는 유로존 채무 위기에서는 그리스가 그런 위치에 있는 듯 하다.
그리스는 경제 규모나 채무 규모가 '대마'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스는 여전히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체계적 중요성'을 가지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복잡하다.
먼저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000억 달러 수준으로, 전 세계 경제에서 0.5%를 차지한다. 총 4700억 달러에 달하는 공공 채무는 이 나라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무척 커보이지만, 글로벌 공공 채무의 1% 미만이다. 그 중에서 민간이 보유한 채권은 절반 이하로 판단된다. 민간 금융기관 중에서 기본 자기자본의 10% 정고까지 그리스에 크게 노출된 곳은 정말 몇 군데 되질 않는다.
이렇게 규모로 측정하면 그리스는 '대마불사' 국가에 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문제는 대단히 큰 '스필오버 이펙트(spill-over effect, 파급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있고, 이런 면에서 그리스는 혼자가 아니다.
특히 그리스는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 그리고 심이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여타 재정이 부실한 유로존 국가들로 공포 전염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도 상당수 수익률을 좇아 위험에 노출된 금융기관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자신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신용디폴트스왑(CDS)와 같은 파생상품의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 CDS 거래가 특정 금융기관들로 쏠려있다면 이들 금융기관이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하지만 CDS거래는 공개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생퓸울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는 알기 힘들다.
좀 더 나아가 그리스 문제는 곧 '유로화' 혹은 외환시장의 무질서한 변동성의 문제다. 이미 일본 대지진 등으로 회복세가 의문에 빠져버린 세계 경제에 이런 환율 변동성은 또 하나의 위협이다.
유럽 위기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중동의 자스민 혁명이 '스필-오버' 가능성 면에서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록 규모는 작은 나라들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중동의 질서를 흔들고 원유 생산에 충격을 줄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또다른 사례로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가 상대적으로 군소국인 태국에서 시작된 것을 들 수 있다.
결국 강력한 교역과 금융 및 천연자원의 상호 의존성으로 연결된 세계 경제에서는 규모가 작은 경제국가라고 해도 '체계적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런 대목에서 글로벌 경제 통치성이나 규제 면에서 가지는 함의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금융안정포럼을 통해 세계 금융 위험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아가 대형 경제의 '스필-오버' 문제를 분석하도록 요청했다. 이 결과는 오는 9월 IMF 총회에서 제출될 예정이다.
그 동안 IMF는 거시경제적 감시 체계를 주로 개도국에 적용하고 주요 선진국들은 예외로 해왔는데, 글로벌 경제의 상호의존성이나 긴밀한 연관성을 감안한다면 이는 올바르지 않은 접근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리스의 사례를 보면 '체계적 중요성'은 '규모'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특정 국가나 기관 혹은 그룹의 세계경제와의 상호연관성이나 의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