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이번 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향방은 의회의 국채 발행 한도 확대 논의에 달려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주말 고용보고서 결과가 취약하게 나온 것이 계속 달러화에 악재가 되는 상황에서, 의회의 논의가 분명한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약세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한때 1.42달러 선을 위협한 뒤 저가매수로 1.4250달러 위로 낙폭을 줄여 마감했다. 달러/엔은 80.62엔으로 0.7% 이상 하락했다.
주간으로는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로 2% 약세를 기록했고, 달러는 엔화 대비로 0.2%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들어 유로/달러는 6.5% 올랐고, 달러/엔은 0.7% 하락한 상황이다.
◆ 美 달러, 지표 약세에 노출. 의회 논의가 변수
주말 고용보고서 약세로 인해 미국 달러화는 주로 엔, 스위스프랑 및 영국 파운드화 대비로 약세를 보였다. 이번 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가 내년까지 계속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8월 2일 이전까지 미국 재무부는 합법적으로 국채 발행 한도를 확대해야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부담은 아직 완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한 유로존 채무 위기와 겹쳐 불안감을 자아내게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최근 회동에서 예산안을 가결하고 나아가 14조 3000억 달러인 국채 발행한도를 늘리기 위해 약 2조 달러 이상, 최대 4조 달러 수준의 예산 절감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나 세제개편에 관련한 견해 차이로 합의에 실패했다.
미국 하원 의장인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의원은 주말 기자회견을 통해 "중요한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너무 커서 당장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당장 합의 보다는 부분적이나마 상호 양보를 통해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신호가 나오는지 여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미국 달러화에 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MF글로벌의 외환 및 채권 분석가는 주장했다.
◆ 유로/프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유로존 채무 위기는 계속 유로화의 행보를 좌우하는 재료인데, 외환시장 전문가는 유로/달러보다는 유로/스위스프랑 환율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뱅크오브뉴욕멜런(BoNY)의 수석외환전력가인 사이먼 데릭은 "유로/프랑은 2010년 1월 유로존 위기가 처음 발발했을 때 이후 유로존 통화동맹 내의 위기를 가장 잘 반영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리스와 같은 나라로부터 자금이 이탈하면서 안전한 통화를 찾아 스위스프랑으로 이동한 것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 대형은행 우리크레디트가 개장 초 거래가 일시 중단되었다는 소식이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루머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유로존 채무 우려를 제기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시장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발언이 맥락을 벗어나 해석된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3위 경제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리스 등의 주변국 경제와는 그 충격 면에서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주에 미국 달러화가 고용보고서에 이어 다른 주요 지표 약세로 인해 약세를 보인다면 스위스프랑이 안전통화로서의 매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위스국립은행(SNB)이 프랑화 절상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개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지난주 화요일까지 한 주 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집계한 투기세력들의 포지션을 보면 미국 달러화 약세 베팅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7월 5일 현재 달러화 순 매도 포지션은 150억 8000만 달러로 한 주 전 124억 4000만 달러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영국 파운드화 순매도 포지션은 3만 1699계약으로 2010년 7월 이래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유로화 및 엔화 순매수 포지션은 각각 4만 3194계약 및 1만 4327계약으로 한 주 전에 비해 1만 207계약 및 704계약씩 증가했으나, 스위스프랑 순매수 포지션은 5291계약으로 4657계약 줄었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