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어떤 채무 위기도 지불 능력을 확보할 신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가장 큰 쟁점이다. 그런데 지금 그리스는 그런 길을 찾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아일랜드나 포르투갈은 그 정도가 덜 하다고 하지만, 거의 마찬가지 신세다.
이런 상황에서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5일 칼럼을 통해 "유로존이 '결정적인 순간(the moment of truth)'에 다가서고 있다"면서 몇 가지 질문과 함께 분석을 제출했다.
그는 엄중한 현실 인식에 비추어 유로존이 붕괴되는 일을 막으려면 당장 채무 탕감 등을 위한 민관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때라고 역설했다.
울프는 먼저 채무 구조조정은 얼마만한 규모가 되는가? 다음은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채무 구조조정으로 충분할 것인가? 등 결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아래와 같이 답을 찾았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오'일 경우, 과연 유럽통화동맹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지속될 수 있는가하고 별도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다.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씨티그룹이 분석한 결과를 인용할 수 있는데, 부정적이다. 2014년까지 국가 채무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그리스가 180%, 아일랜드가 145% 그리고 포르투갈이 135%에 이를 전망이다. 당분간 이 비중이 줄어들 조짐은 없다. 스페인의 경우 그 비율이 2014년까지 90% 정도에 그칠 전망이지만, 역시 줄어들 전망은 나오지 않는다.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재정긴축 규모가 그리스는10.8%, 포르투갈 8.3%, 아일랜드 7.3% 그리고 스페인의 경우 5.7%를 각각 가정하는 위에서 그렇다는 애기다. 새로운 재정 자금조달 비용은 2014년까지 그리스, 포르투갈 및 아일랜드의 경우 5%에서 5.6% 사이가 될 것이며, 구제 금융이 아닌 시장에 의존하는 스페인은 이보다 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각각 민영화와 구제금융 등을 고려하는 전제에서 그렇다. 재정 긴축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최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점도 가정된다.
이제 이들 국가들이 민간시장으로부터 GDP의 약 80% 정도를 빌려온다고 가정하자. 또 유럽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전혀 손실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면, 나머지 탕감해야 할 부채 규모는 그리스의 경우 GDP의 65%, 아릴랜드는 50%, 포르투갈이 45% 정도가 된다. 이에 따라 '헤어컷(hair cut)' 부담은 모두 4230억 유로에 이르게 된다. 이 중에서 그리스가 2240억 유로를, 아일랜드가 1070억 유로 그리고 포르투갈이 920억 유로를 각각 차지하게 된다.
이런 분석이 너무 비관적이지 않는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이들 국가는 이 정도로 충분히 큰 채무 구조조정이 아니면 적정한 수준으로 시장에서 스스로 재정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현재 금융시장 역시 그런 정도를 감안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울프는 지적했다.
독일 국채 10년물을 뜻하는 분트채에 대한 그리스 국채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134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에 달한다. 아일랜드가 875bp 그리고 포르투갈이 818bp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스페인의 국채 스프레드가 240bp에, 이탈리아도 190bp에 이를 정도로 점차 위험 수위를 보여주고 있어 부담이다.
결국 유로존은 현재 강력한 채무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상황은 은행들이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고 또한 국가는 국가대로 은행 자금에 의존하는 식으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이제 두 번째 질문으로 가보면, 앞서 헤어컷 수준을 모두 민간에게 떨어뜨릴 경우 민간 채권단은 그리스 보유 채권의 97%를, 아일랜드의 경우 63% 그리고 포르투갈은 60% 정도 손실을 입게 된다. 물론 이를 공공 기구가 그 손실의 상당한 부분을 나눠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은행을 통해 보유한 구조조정 채권을 털어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부담이 대규모 재정긴축 노력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심지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이 취약해지면서 중기적으로 재정적자 문제는 선순환으로 돌아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 하에 은행권의 채무 만기연장(롤오버) 제안은 그것이 기술적으로 채무불이행 사태(디폴트)로 간주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보다 핵심에 근접한 주장은 지난주 국제금융협회(IIF)가 제시한 것과 같은 현재 시가 수준에서 채무를 중도상환(바이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손실이 투명하게 된다. 아니면 1989년 브래디플랜(Brady Plan)처럼 부분적인 지급보증도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 된다.
문제는 이런 자발적인 채무 구조조정 노력도 그리스에게 만큼은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제프리 삭스 교수가 제안하는 대로 채무의 액면가치 수준을 보장하는 식으로 손실을 수용하든지 더 낮은 조달 금리를 유지하도록 약속하는 식으로 정부들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울프는 이 같은 채무 탕감이 가져올 위험은 막대하지만, 이를 거부한다면 문제 해결의 성공 가능성은 제로(0%)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물론 정부가 더 많은 부담을 짐으로써 민간 채권단을 구제할 수도 있지만, 결국 공적인 비용은 금리를 낮추거나 일부를 삭감하는 방법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과거 위기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채무가 지속가능한 수준을 빨리 찾아야만 시장의 신뢰도 회복되고 모든 것이 정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청한 대출기관과 무능한 규제당국 그리고 엉성한 정책결정자들이 과거 실수를 감추도록 허용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막연히 미루는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울프는 거듭 경고했다.
이제는 과연 공동의 채무 구조조정 노력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 나아가 경쟁력과 성장 추세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라트비아의 이른바 '내부적 평가절하'로 부르는 최근 성공 경험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지만 GDP 규모가 위기 전보다 23%나 줄어든 것이 현실이고, 다른 더 성공적인 나라의 경험도 그 비용이 다시 채무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전가되는 등 모두 충분한 해결책은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울프는 단기적인 비용과는 무관하게 일부 국가들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런 결과를 예상하기는 너무 이르기는 하지만 이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태를 회피하려면 당장 채무의 액면가치를 대폭 줄이는 등 보다 엄중한 현실 인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울프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