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해 뉴욕 증시가 순간 폭락 양상(flash crash)을 보이면서 주식과 상품시장 투자자들은 모골이 송연한 느낌을 받았지만, 아직도 초고속매매에 따른 시장의 폭락 위험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순간 폭락' 사태 때에는 불과 수 분 만에 주식선물과 상장지수펀드 그릐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1조 달러의 주식자금이 증발했다.
월가의 유력 금융주간지인 배런스는 지난 21일자 기사를 통해 "한 컴퓨터 자동화 거래 전문가는 초고속 컴퓨터 거래의 이상으로 인해 주식시장 뿐 아니라 여타 자산군 및 시장까지 금융시장 전반이 동시에 폭락하는 '전면적인 폭락(splash crash)'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현실적으로 크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전면 폭락' 위험은 프로그레스 소프트웨어(Progress Software)의 수석기술담당이사 존 베이츠가 제기했다.
그는 "이 같은 위험에 대해 대응하는 정책적 준비가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츠는 캠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기술전문가그룹 자문위원이다.
◆ 고주파 거래 맹점, '국가안보' 개념 작동시켜야
초고속거래 혹은 고주파 거래는 하루에도 전 세계 다양한 시장을 통해 수 백만 번씩 컴퓨터화된 자동매매를 하며, 이로 인해 서로 분리되었던 시장이 연결되면서 불안정하게 된다.
주로 거래량과 모멘텀, 방향성 그리고 다양한 자산군의 가격이 지니는 역사적 상관관계의 패턴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와 여타 진화된 프로그램을 이루어진 컴퓨터는 마스터의 조작으로 인간의 두뇌나 인식의 개입이 없이 빛의 속도로 매매를 체결한다.
심지어 어떤 프로그램은 뉴스 속보에 반응하며, 이것이 다우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의 알고리즘에 의해 소화되는 방식을 해석한다.
이렇게 규제받지 않는 비밀스러운 컴퓨터화된 초고속매매 산업이 벌어들인 순익은 2009년에만 20억 달러에서 많게는 56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봇 기계는 보통 주식은 2초에서 7초 정도 보유하면서 몇 분의 1센트 정도 수익을 실현해도 만족하되, 그 거래를 계속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작은 수익이 엄청난 규모로 확대된다.
로봇화된 거래에 대한 감시감독은 워낙 약해서 규제당국은 그 충격이 몰고 올 영향에 대해 거의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베이츠 이사는 테러리스트들이 스마트시스템을 장악할 경우 시장에 공격을 가해서 경제에 파급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당국은 최근 해킹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보다 거래소 망을 뚫기가 훨씬 어렵다고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베이츠 이사는 "금융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말하자면 일종의 '북아메리카항공우주방위군(Norad)'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의 약 15% 정도가 금융서비스와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안보' 개념으로 보호 장치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서킷브레이커'로 막는다? "큰 상처에 밴드 붙이는 격"
금융당국은 로봇 거래가 쏠림현상이나 흥분 상태를 발생시키지 못하도록 '서킷브레이커'와 같은 장치를 만들어두었다. 이는 가격이 5분 내에 10% 이상 급등락할 경우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장치에도 불구하고 매주 몇 건의 특이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지난 18일에도 스트래티직 호텔&리조트의 C주는 11초 만에 28.32달러에서 2600달러까지 폭등했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 일부 로봇은 가격 조작을 시도하도록 하는 회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며, 심지어 규제당국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베이츠 이사는 지적했다. 실제로 규제당국과 법무부는 순전한 실수와 고의적인 시도를 구분하기 위해 패턴인식 소프트웨어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이처럼 당국은 발생하는 일련의 데이터 흐름 속에 들어가 실질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런스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베이츠 이사 외에도 많이 있다면서, 일례로 테미스트레이딩의 조 살루치는 지난해 보다 훨씬 더 큰 '순간 폭락'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제출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살루치는 이 같은 위험을 '서킷브레이커'로 막겠다는 것은 큰 상처구멍을 작은 밴드로 막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종목에 10% 등락 제한이 붙은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한다고 해도 시장은 수 초, 수 분 내에 10% 이상 등락할 수도 있고 이는 이미 취약해진 투자자들의 신뢰를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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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