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급해도 너무 급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지만 다 파지도 않은 우물에서 물이 나온다고 했으니 당분간 사람들의 갈증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지난 30일 여의도 증권가는 '성급한 한건주의' 덫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이날 교보KTB스팩은 일명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화장품제조업체 제닉을 인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두번째 국내 합병스팩 탄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 것이다.
하지만 공시 직후 제닉 측은 합병결정을 부인했다. 공시를 담당했던 KTB투자증권이 합병안에 도장도 찍기 전에 공시를 내버린게다. 결국 반나절만의 공시 철회로 교보KTB스팩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됐다.
'딜'의 성사를 알리던 종소리는 비명이 됐다.
합병 공시가 있기 하루 전인 29일 교보KTB스팩의 주가는 5.7% 오르며 상장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거래량 역시 34만여주 가까이 기록하며 전날에 비해 51배로 늘었다. 사전에 정보가 유출됐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제닉과 제닉의 상장주관사인 교보증권, 그리고 KTB투자증권의 엇박자는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실무절차를 진행한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의 '어이없는' 실수는 무어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 여기에 제닉 측이 투자자들의 의견 확인 과정에서 스팩이 직상장에 비해 주주들의 가치 보존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판단이 제닉의 발을 빼게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관사들의 '한건주의'는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공공의 문제다. 스팩제도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대신그로쓰스팩이 스팩업계 최초로 합병에 성공한 이후 아무런 성과물이 나오고 있지 않은 데 대한 갈증과 조급증이 만들어낸 해프닝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이제 누가 교보KTB스팩과 쉽게 합병하려 하겠느냐"며 "이는 교보KTB스팩 뿐만 아니라 스팩시장의 전체 신뢰도에 오점을 남긴 셈"이라고 언급했다.
타는 듯한 목마름에 스팩시장은 제대로 '물' 먹었다. 언제쯤 스팩시장을 살려주는 '생명수'가 나타날 수 있을까. 지나가던 나그네에게 나뭇잎 띄운 물 한바가지를 건넨 옛 아낙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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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