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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홍승훈기자] 종목 얘기는 철저히 함구했다. 최근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만큼 시장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증시의 큰 손으로 급부상한 창의투자자문 자문형랩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려들었다. 영업개시 불과 9일 만이다.
지난 2000년대 중후반, 미래에셋 디스커버리펀드로 일약 스타 펀드매니저로 우뚝 선 서재형 대표(사진). 최근 그가 설립한 창의투자자문은 이렇듯 국내 증시자금의 블랙홀이 됐다.
첫날 4000억원 넘게 자금이 몰린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만에 9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이 들어오더니 열흘도 안돼 1조원을 넘겼다. 일반 공모펀드의 경우 수년간 꾸준한 수익률을 보여주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을 한방에 모았다. 비결이 뭘까.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프리젠테이션을 다니며 종목 얘기는 하지 않고 장기투자만 강조합니다. 단기 수익률을 쫒고 종목 갈아타길 좋아하는 고객들은 자연스레 떨어져 나갈 거예요. 지금 오르는 기업이 아닌 나중에 오를 기업에 투자하거든요"
그렇다. 그의 투자전략은 아주 상식선인 장기투자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유명세로 창의투자자문이 시장에 나선 직후 소위 '창의주'라는 말이 회자됐다. 과거 '미래에셋 따라하기'처럼 창의가 사면 오르는 분위기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이에 대해 "초기에 잠시 그런 기류가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 이는 당연하다. 장기투자자 입장에선 싸게 주식을 사는게 중요한데 우리는 지금 오르는 주식이 아닌 나중에 오를 기업을 산다. 또한 투자대상이 대형주 중심이다보니 수급에 그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창의투자자문이 파는 랩 상품은 현재 2가지다. 장기성장형과 정통액티브형. 장기성장형은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 주가가 내려가는 것이 행복하단다. 3년~5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말 그대로 장기투자형이기 때문이다. 액티브형은 내년에 좋을 기업들 중심으로 저점 매수하는 전략을 펴는 상품이다. 현재 장기성장형과 정통액티브형의 투자자금 비율은 3:7 정도다.
서재형 대표는 과연 코스피 2000포인트가 뚫린 현재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그는 '불편하지 않은 주가'라고 요약했다.
과거 전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증시가 초등학생에게 중학생 옷을 입힌 것이라면 지금은 고등학생이 됐는데도 아직 중학생 옷을 입어 꽉 낀 듯한 모습이라는 것. 과거 몸보다 큰 옷을 입으며 PER 12~13배를 가던 밸류에이션이 지금은 실질 이익에 비해 너무 조여져 있다는 얘기다.
"리만사태를 겪었음에도 우리기업의 이익이 60% 가량 증가했다. 특히 과거처럼 온통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중국 유럽 미국 등 3대 글로벌 악재를 반영해가면서 시장이 가고 있다. 상투는 절대 아니다. 외국인만 살 뿐 이지 펀드 환매는 이어지고 국내 많은 투자가들이 현 지수대와 주가를 불편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절대 꼭지가 될 수 없다"
이것이 그가 시장을 좋게 보는 이유다. 물론 내년 증시에서 주의깊게 살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와 인플레이션.
"상반기는 미국 경제회복 여부를 잘 봐야하는데 계속 회복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봐야 한다. 얼음볼을 보면 물 밑 얼음 두께가 다른데 이미 가계부채가 점차 줄어들며 물밑에선 봄 기운이 나타나고 있다. 약달러를 일방적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은데 이 또한 다른 궤적을 그릴 수도 있다. 유동성 회수 시점이면 달러가 강해질 수도 있다. 특히 멕시코와 한국, 인도네시아, 터키. G20에 새로 편입된 나라들을 잘봐야 한다"
그는 어떤 기업을 좋아할까. 무엇보다 투자를 많이하는 기업을 선호했다. 주식은 미래를 사는 것이고 현재의 이익은 과거 투자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미래 이익을 결정하는 것은 오늘의 투자다. 현재 이익이 조금 덜 하더라도 투자를 과감하게 하는 기업이 결국 이익을 크게 내며 성공하고 주가도 오른다. 주식투자는 미래 가치를 사는 것이란 점을 투자자들은 숙지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동종업종 대비 R&D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한 종목 선별도 또 하나의 귀중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서 대표가 종목을 고르는 중요한 잣대는 '엄마같은 기업'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때가 되면 밥을 주고 추우면 이불을 덮어준다. 화려하지도 않다. 자신의 사랑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손맛이 특별나다.
결국 꾸준한 이익을 내며 따뜻한 기업, 상한가로 치솟는 화려함과는 무관한 기업, 어머니가 자신의 사랑을 자랑하지 않듯 기업 아이알과 홍보에 과도하지도 않는 기업, 생활의 달인이 많아 진입장벽이 쉽지 않은 손맛을 가진 기업을 그는 선호한다.
엄마를 바꿀 수 없듯 이같은 기업들이 결국 지나고 보면 주식시장에서도 큰 성장을 해왔고 주가 또한 그에 맞춰 올랐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로 과거의 동아제약과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등을 그는 성공 투자사례로 들었다.
앞으로 이같은 기업이 될 종목군으로 그는 인구구조와 컨버전스, 기후변화 관련 기업들을 꼽았고 이들 종목군에 장기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LS 등 창의투자자문이 최근 들어간 십 수개의 종목군을 봐도 알 수 있다.
지금은 증시 큰 손으로 군림하는 그에게도 죽을만큼 뼈아팠던 실패의 경험은 있었다. 펀드매니저 생활 11년째인 그는 그 전에 은행원으로 근무했다. 처음 재무파트에 있던 그는 지점서 외환 및 여신업무를 하다 2000년 국민은행 고유계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IT버블의 끝자락에, 그것도 코스닥 전용 매니저를 맡게된 그는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코스닥으로만 800억원을 갖고 운용한 끝에 큰 손실을 회사에 입힌 적도 있다.
이 때문에 당시 그는 신경정신과를 다닐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코스피쪽으로 선회하게 된 그는 비록 코스닥펀드 운용이 실패로 끝났지만 그만의 운용 철학은 이 때 생겼다. 절대 투자해선 안될 기업의 유형을 철저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앞으로 주식 외에 채권과 파생상품 운용에도 뛰어들 생각이라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고객을 속이지 않기 위해서다.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 증시의 끝이 보일 때를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그는 "주식이 안될 때 팔자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주식만 하다보면 그럴 수가 없다"며 "'GO'만 외치는게 아니라 안되면 다른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싸이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그에겐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다큐멘터리와 역사책, 드라마도 주로 사극을 본다는 서 대표. 지구환경에 관심을 갖다보면 미래 성장기업군의 면면을 예상할 수 있고, 개인과 나라의 흥망과 기업의 성장스토리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사극을 통해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서재형 대표에게서 주식투자는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닌 문학과 예술이란 울림이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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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