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기자] 올해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최대 사고를 꼽으라면 한국 금융시장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긴 '11.11옵션만기일 쇼크'를 들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지 한달도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이번 사고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씁쓸한 잔해들이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당일 단 10분동안 국내 증권사, 자문사, 자산운용사 등이 입은 손해 규모는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 가해자라고 인정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도이치증권의 '무례한' 거래행태, 그리고 이를 막을 수 없었던 금융당국의 규제 부재에 따른 사고의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핫이슈로 떠오른 와이즈에셋자산운용마저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한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추후 상황이 정리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와이즈에셋자산운용조차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기에는 답답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 옵션거래, 방치된 '무한대' 리스크
옵션거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던 금융당국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물·옵션만기일의 매매가 종가 기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허점"이라며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옵션 증거금 납부에 대한 규정이 부재하다는 점은 가장 큰 오점으로 지적된다.
시장의 각종 거래에 대한 가장 상위규제는 거래소에서 정한다. 현재 선물거래에 대해서는 개인의 경우 최대 5000계약까지만 가능하도록 포지션의 한도가 설정돼 있다. 그러나 옵션의 경우 양매도시 무한대의 손실이 가능함에도 불구하 고 관련 규정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
이번 사고는 사후증거금 제도와도 맞물려 있다. 자산운용사는 현재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적격투자자로 분류돼 사후증거금 제도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사후증거금 제도는 해당 주체가 증거금을 갚을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 주체들은 증거금을 선납하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적격투자자들이 증거금보다 많은 수준까지 거래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이 제도를 악용해왔고 그 대표적 사례가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됐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 외에도 더 큰 규모의 옵션 매도 거 래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계좌를 개설해준 증권사 입장에서 이를 규제하기도 어렵다. 법인영업을 유치해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상위 규정에도 없는 적격투자자들의 거래에 대한 제한을 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
이에 그동안 각 증권사별 시스템에 따라 운영돼 온 옵션거래에서 사실상 거래대상의 한도가 설정된 것은 전무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2005년 이후 자체적으로 옵션맫수량에 대한 한도를 설정해놓고 있지만 영업에 필요하다는 판단 시 증거금율 하향 조정이 가능해 크게 제한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즉, 증권사들은 손실의 위험성을 알지만 법인 영업에 대한 부담으로 불안한 외줄타기를 이어왔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11월 옵션만기쇼크 이후 각 증권사들은 당국의 규제마련을 촉구하는 동시에 뒤늦게 관련 시스템 정비에 한창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 회원사가 공히 사후증거금과 관련해 캡 씌우기(한도 설정) 등의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정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옵션에 대한 포지션 한도 도입과 대량보유 보고 의무화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세계 1위 수준의 옵션거래 시장이 형성된 현실에서 그 규제의 선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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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