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간 큰 이견에 중재자 없이 소신 대 소신 맞붙어
- 부실책임 낙인도 우려…국토부 심리적효과 노린 듯
[뉴스핌= 한기진, 김연순 기자] 21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부동산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열린 관계 부처 장관회의는 소득 없이 끝났다. 이번 부양책의 핵심 방안으로 떠올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요구했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달리,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머릿속에는 ‘애초’부터 규제완화는 고려치 않은 듯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DTI완화를 보고하지 않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진 위원장과 뜻을 같이했다.

정 장관이 밝힌 회의 1시간 30분만에 나온 결론이 “부동산 경기부양책 발표 연기”였다.
그러나 핵심사안으로 논의된 DTI규제 완화가 다음 회의 때 결정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보인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지금도 DTI는 실제 한도에 못 미치는 20%대다”라고 했다.
이번에 부동산 경기 부양책 논의과정은 정부내 내부 혼선을 그대로 드러냈다. DTI 규제를 놓고 벌인 이견이 그랬다. 이 때문에 부처내 힘겨루기를 벌였고 이를 조정해야 할 컨트롤 타워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6월 부동산 전문가들 의견 청취후 “DTI 효과 없다” 결론
금융위가 부동산 부양책 관련 실무논의를 구체화하고, 사실상 결론에 도달했던 건 한달 전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15일 오전 10시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주택시장 점검회의’다. 정은보 금융정책국장이 주관했던 이날 회의에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 분야 민간연구소, 시중은행 및 증권회사 부동산 관련 연구소 관계자 및 실무 책임자,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금융연구원 및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는 정은보 국장의 마무리 발언을 이렇게 전한다. “논의 결과 DTI규제 등 금융적 조치는 주택시장 침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 이날 이후로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확신을 더한 듯 했다. ‘부동산 침체는 DTI로 해결할 수 없다’, ‘보금자리주택 등 수급이 문제다’, ‘수도권 가격 더 떨어진다는 기대가 많다’ 등으로 정리된다.
또 6월말 현재 실제 주택담보대출자의 평균 DTI는 서울 23%, 경기는 20%에 불과한 점도 자신감을 더해줬다. 이들 지역은 40(강남3구 해당)~60%의 DTI 규제가 이뤄지고 곳으로 한도도 못 채운 것이다.
◆ 부처내 분위기…잘못되면 책임져야, 과감한 조치 꺼려해
국토부가 금융위의 양보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정부 일각에서 나온다. DTI규제 완화가 가져올 부동산 거래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경제의 불안요인인 가계부채를 건드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국토부 내부에서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종환 장관은 DTI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결론을 내지못했던 두 차례의 관계 장관회의 직후, 첫날(20일) “DTI 추후논의하자”, 이튿날(21일) “DTI 더 심도 있게 논의하자”라고 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시장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이고, 정부가 시장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한다는 심리적 효과를 주기 위한 판단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정부 일각에서 나온다. 게다가 진동수 위원장은 평소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정도로 소신이 강한 인물이다. 그런 그는 “금융규제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 처음부터 부처간 이견 보일 사안, 중재자 없었던 게 부동산 대책 무산
이번에 정부가 내부 혼선을 드러낸 이면에는 컨트롤 타워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에는 금융위기 극복에 관계 부처들이 일사불란 (一絲不亂)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위와 재정부가 한편으로 해서 국토부와 평행선을 달렸다. 이전 청와대 경제팀이 보여줬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재정부 관계자 "국토해양부나 기획재정부를 구분해서 언론에서 부각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입장이 다른 것은 부처의 존재이유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견은 처음부터 예상됐던 것인데,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 할 중재자가 필요했음을 시사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