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주문실수에 대해 같은 딜러로서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이들은 이번 착오매매는 '인재(人災)'라기보다는 '시스템 부재(不在)'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더 낸다. 단순히 인재로만 몰고가기에는 글로벌 증권사를 지향하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현 위치상 피해정도가 너무 크다는 시각에서다.
수백억원대의 소위 '미스 오더(miss order)'가 나갈 수 있는 구조자체가 이해가 안되며 당연히 이 정도 규모의 거래는 애초 증권사 내부 시스템을 통해 걸러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 "남일 아니다" vs. "이해 안간다"
미래에셋증권처럼 100억원대 규모의 주문실수 거래는 아니지만 B사의 경우에도 수억원단위의 착오매매가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수매도를 거꾸로 내거나, 월 물·계좌를 바꾸는 등의 주문실수는 현선물 거래에서 간혹 있어 왔다.
그래서 딜러들은 미래에셋증권의 사고를 남일이 아니라며 실수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C사의 한 딜러는 "우리의 경우도 크지는 않지만 착오거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같은 딜러 입장에서는 심적으로 미래측의 착오거래가 십분 이해가 간다"고 동정론을 폈다.
D사 딜러도 "공정할 룰을 떠나 실수가 명백할 때는 유효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실수가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금액이라는 점에서 많은 딜러들은 '시스템차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라는 입장아래 미래에셋증권의 내부 경고시스템상 허점 가능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8년6월부터 자사 고객인 투자자의 착오매매를 방지하고자 주문착오방지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주식, 선물, 옵셥, ELW등 제반 상품매매시 일정 금액 및 수량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 기준을 초과하면 매매가 보류된다.
그런데 자체 상품(선물)운영에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하다는 게 시스템 부재의 한 방증으로 주위에서는 지적한다.
E사 딜러는 "(우리는)회사 자체적으로 내부시스템을 통해 특정 시장가 이상으로 가면 주문자체가 안된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 한 딜러도 "보통 스프레드 거래의 경우 가격차이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가면 주문을 낼 수 없게 제한한다"며 "현격하게 이격된 가격에 대해서는 회사 시스템 차원에서 상당부분 걸러졌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 딜러들, "거래취소보단 안전시스템 강화 선결돼야"
이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수한 경우 거래취소 규정에 대한 도입 필요성도 시장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선물거래가 이루어지는 한국거래소의 경우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보완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거래취소 규정을 도입할 경우 시장 메커니즘 자체에 중대한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지,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가능한지 등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규정, 업무환경, 시스템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딜러들은 '거래취소'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스러워하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거래취소' 제도 도입보다는 '안전시스템' 강화가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또한 딜러들은 거래취소가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위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생상품 거래로 유명한 E은행 딜러는 "거래취소를 규정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기준을 어느 선으로 잡을지에 대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터무니없는 금액에 대해서는 거래소에서 시스템상으로 주문 자체가 나가지 않도록 하는 등 필요시 시스템 보완부터 하고 (주문취소는)계속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금융기관의 딜링 시스템 강화가 우선이다.
이 딜러는 이어 "거래소 차원이 됐건 브로커 시스템 차원이 됐건 현격히 이격된 가격에 대해서는 걸러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직전 체결가격에서 주문가격이 10% 이격된 가격에 대해서는 시스템 차원에서는 경고메시지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딜러탓만 하는 형태는 해당사의 경영체제를 탓한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내미는 증권사라면 내부 딜링시스템의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결국 '착오매매'를 기술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제어,통제할수 있는 거래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는 게 이번 미래에셋증권 사고가 주는 한 교훈이라는 게 프로 딜러들의 일치된 충고이다.
'인재'탓만 하기에는 미래에셋증권이 거대하고 시장 영향력이 크지 않은가.
선물영업에 나선 여타 증권사들은 지금 미래에셋증권을 의미있게 벤치마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