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으로 인한 손해가 심각함에도 그동안 소비자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뭇매를 맞아왔다. 이제는 가공업체에서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제분업계 B관계자)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지난 11일 동아원이 밀가루 공급가격을 6~8% 내린데 이어, 13일 대한제분이 7∼7.7% 인하했다. 또, 15일 CJ제일제당이 6.8~7.6% 낮춘다고 밝혔다.
이들 3사의 국내 밀가루 시장점유율은 80%대로 시장 전체의 밀가루 가격이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회사들은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면서 "원자재인 국제 밀가격 안정화와 소비자 물가 안정화를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달았다.
물론 이들 회사들의 밀가루 가격 인하가 소비자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어본다면 답변은 '글쎄'다.
이는 밀가루를 가공해 생산하는 식품업체들이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원가하락분을 가격에 반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밀가루 가격은 지난 2008년 4월 16% 인상이후 정부의 가격제한과 제분업계의 노력, 국제밀가격 안정 등으로 세차례 가격이 내렸고 약 20~30%의 인하효과가 발생했다.
반면 제과·제빵 등 밀가루를 가공하는 식품업계 사정은 다르다. 밀가루 가격이 오를때엔 동시에 제품값을 올렸지만 밀가루 가격이 내릴때엔 요지부동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체에서는 밀가루 가격만이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밀가루외에도 설탕이나 카카오 등 기타 원료의 가격도 고려되야 한다는 설명이다.
라면과 과자의 경우 제품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5%대로 알려져 있으며, 빵의 경우 7~8%대다. 따라서 수치상으로 밀가루 가격 인하에 따라 1~5%대의 가격인상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이 이같은 항변을 이해하기에는 가격인상 시기가 너무나도 절묘하다.
식품업체들이 마지막으로 가격을 인상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지난 2008년 4월~5월 경으로 밀가루 가격 인상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여기에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제품의 중량을 줄이거나 원료 가격인상에 발맞춰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편법을 가정한다면 밀가루 가격인하 효과는 드러난 수치보다 더욱 크게 보인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이라는 점에서 식품업체들이 이익을 남기려는 행위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정부의 통제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수익성에 손해를 보고 있는 제분업체와 비교해볼 때 식품업체들의 가격안정 노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밀가루 가격 인하 이후 식품업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