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주가는 전일보다 84.88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날 주가는 한때 100포인트 이상 폭락세를 보였고 오후 장 초반에 코스닥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장중 주가가 전일보다 10%이상 떨어졌을때 거래를 일시중지시켜 시장안정을 도모하는 조치로 지난 2006년 1월23일과 2007년 8월16일에 이어 사상 세 번째에 해당한다. 국내 금융시장이 그만큼 위기국면에 몰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주가 하락세는 미국의 신용경색으로 인해 외국인투자자들의 대량매도가 기인한다. 해외투자를 주도했던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과 펀드들이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메꾸기 위한 방안으로 마구잡이식의 주식매도에 나선고 있는 탓이다. 신용경색 위기가 막다른 골목까지 몰려 있는 만큼 어떤 식이든 위기극복책을 세워야 하는 처지이고 보면 외국인투자자의 주식매도는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다.
국내 증시 폭락의 또 다른 요인은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를 받아 줄 마땅한 매수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기관투자가는 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에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 있어 주식을 매수하기 보다는 오히려 외국인투자자들처럼 매도세력의 한 축을 이뤄야 할 처지이다.
그렇다고 연기금 등이 매도세에 가담하는 것도 부담이 따른다. 지금처럼 신용경색이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해 있는 상황에서 선뜻 주식을 사들이기는 힘든 일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증시는 주식을 파는 세력은 넘치는데 사는 세력은 보이지 않는 안개장세인 셈이다.
외국인투자자가 주식을 팔고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까지 유동성 위기인식을 갖고 있는 한 환율급등은 당연한 수순이다. 달러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비례해 원달러환율이 오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최근의 시장을 냉정하게 보면 외국인투자자의 지속적인 매도세와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심리적 혼란이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 측면이 강하다. 정부의 설명대로 아직은 외환보유고가 여유롭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보유의 외환도 상당수준에 있어 달러부족에 따른 신용경색은 어느 정도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기업의 부채비율, 재무건전성, 신용도 등을 감안하면 주가가 폭락할 정도로 악화해 있지 않다. 어찌보면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을 우려한 심리적 불안이 묻지마식의 주식투매를 충동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금융시장 혼란을 진정시킬 수 있는 단초는 정부의 슬기로운 정책에 달려 있다.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는 시장안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 확대와 은행의 외화차입 등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유동성 지원 방침은 시장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바람직한 조치로 꼽을 수 있다. 증권과 자산운용사의 펀드 런에 대비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주식매수를 유도할 수 있는 유동성 지원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시장이 필요로 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습책은 정부와 기업의 신뢰성이다. 정책추진을 놓고 정부내 이견이 불거지고 정책실행이 오락가락하는 한 시장혼란은 지속되기 마련이다. 책임있는 정책책임자가 설익은 정책을 불쑥 내뱉는 무책임한 언동은 시장불안을 가중할 뿐이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장참여자 모두가 진중한 자세를 견지해 시장안정에 협력할 때이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