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산업자본이 10%까지 은행지분을 인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기업 등 특정 기업이 국내은행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도 있게 됐다.
따라서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이같은 규제완화가 적절한지, 그리고 기업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에 대해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막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주목된다.
◆ 단계적 완화 아닌 곧장 큰폭 완화 적절성 논란
올 상반기까지 정부는 은행 소유규제 완화를 세단계로 나눠 완화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 7월 금융연구원 주최 공청회 때엔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소유한도를 10%까지 확대하는 데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단계 규제완화 이후 2단계는 2~3년 미뤄 시행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당시 금융위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같은 공청회 내용과 반대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한 후 결정할 것이란 점을 여러차례 강조해왔고 시장에서도 시간을 두고 2단계(10% 한도 상향)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단계적 완화대신에 1, 2단계를 한꺼번에 푸는 쪽을 택한 것이다. 사전적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3단계 도입은 단기간내 불가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한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공청회 때도 단계적 완화 방안이 제시됐고 사실 은행소유규제 완화가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 시차를 두고 도입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급하게 도입하려고 하니 의아스럽다"고 털어놨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빠른 속도의 규제완화는 오히려 금융불안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13일 브리핑에서 "금융위기를 촉발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보완적인 수단"이라며 "금융시장이 안정화됐을 때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9월 미국이 은행주식 보유규제를 현행 10%에서 15%를 확대한 점을 빗대어 시기적 적절성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미국 FRB는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는 자국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은행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까지 승인 없이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과 국내은행의 상황이 다르다는 반발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국내은행들이 미국의 은행들처럼 심각한 재무적 위기를 겪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국내은행의 경우 대부분 지분이 잘게 쪼개져 있어 10%만 인수해도 최대주주가 되거나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KB금융지주의 경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은 고작 5.03%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ING는 4%대 지분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최대주주인 테마섹의 지분율은 9.62% 수준이다.
기업이 자본력을 갖고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은행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 산업자본 은행 둘다 시큰둥?
국회 정무위 소속 이정희 의원실(민주노동당)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은행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급하게 규제를 풀었지만 우리는 그정도 상황이 아니다"며 "오히려 지금의 위기 상황에선 우리나라는 경영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설사 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현행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제한 등 대주주관련 규제로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다는게 금융위쪽 입장이다.
아울러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자본이 가령 7~8%의 지분만 갖고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면 사전승인 때 이사수 제한 등의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3단계 밀착감시제도를 마련함에 따라 사후감독으로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이나 삼성의 차명계좌 역시 감독당국의 눈을 피해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후 감독에 대한 불신은 쉽게 잠재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산업자본이 은행에 들어온다고 해서 은행이 안정된다고 볼 수만도 없을 뿐아니라 반대로 아무런 영향력 없이 단순투자 목적으로 이들 산업자본이 은행에 투자할 것인지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본확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영향력 행사는 어렵다는 금융위의 해명내용만을 들여다보면 산업자본의 특성상 영향력 확대 없이 대규모 지분투자를 한 뒤 배당이나 기다리는 투자가 과연 메리트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한 민간연구소 고위관계자는 "4%에서 조금 더 갖게 된다고 규제와 감독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선뜻 큰 돈을 들이겠냐"고 말했다.
결국 불확실성만 키울 뿐 산업자본도 은행도 반기지 않을 규제완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