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매케인(Bruce McCain) 키프라이빗은행 산하 투자자문의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번 도치는 뭔가 호재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우리가 주식시장에 뛰어들 정도는 아니다"라는 냉정한 평가를 제출했다.
그는 "여전히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은행시스템에도 추가적인 유동성 개선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미국 정부의 구제책으로 패니·프레디 양사의 주식가치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채권은 안전하며 또 양사 모두 파산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이들 업체가 정부 지원을 통해 모기지 시장에 자금을 더 투입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모기지금리 하락과 함께 주택 구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패니·프레디 구제,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냐
하지만 이번 구제가 기존 주택보유자들의 모기지 연체나 주택차압까지 막아주거나 혹은 팔리지 않은 주택재고를 처분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 위기가 유럽과 일본 그리고 여타 선진제국과 주요 신흥국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모기지업체 국유화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세계경제의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는 명백하게 침체로 접어들고 있으며, 미국 경제 역시 침체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란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앞서 매케인 전략가는 자신이 최근 몇 개월 동안 과연 증시가 바닥에 도달한 것인지 그 신호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조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키프라이빗뱅크의 투자계정은 현금을 약 10%~15% 정도로 평소에 비해 훨씬 크게 비중을 늘려둔 상태라고 한다.
그는 물론 지난 3월 베어스턴스 구제 이후 그랬던 것처럼 미국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큰 폭의 랠리를 구가하는 것은 가능하다는데 동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가가 다시 힘을 잃고 하락하는 등 경제적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교수는 이번 정부 구제책에 대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유발하던 큰 요인을 제거하면서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우려를 버리지 않았다.
정부의 구제로 인해 재정적자가 강화되면서 재무증권 금리가 상승할 경우 시중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 일본식 사태전개, 고통 일시 완화 불구 장기화 우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구제책이 미국 신용위기의 고통을 다소 완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고통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의 경험을 사례로 제기한다.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은행들을 구제하면서 오랫 동안 금융시스템의 침체가 이어진 것이 재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조슈아 로스너(Joshua Rosner) 독립금융서비스연구소 그레이엄피셔의 전무이사는 "이제까지 상황의 전개를 보면 사태가 일본식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WSJ지는 미국 정부의 패니·프레디 구제와는 무관하게 세계경제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7월 고점에서 28%나 급락하는 동안 일각에서는 다시 소비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가졌지만, 최근에는 그 생각이 바뀌고 있다. 미국 실업률이 5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유가 하락이 세계경제 악화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 점차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는 지난해 고점 대비 21% 하락한 수준까지, '약세장' 영역으로 다시 진입한 상태다.
물론 지난주 주가 하락 폭이 3%에 가까울 정도로 컸고, 정부의 구제책이 나온 이상 단기적인 랠리가 진행될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과연 그 랠리가 얼마나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여전하다
잭 팬들(Zach Pandl) 리먼브러더스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상품가격 하락은 미국과 세계 경제의 약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며, 미국 실업률 상승과 소매판매 감소세가 내년 1/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소매판매가 1/4분기에 감소한 것은 1991년 이래 나타나지 않은 현상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미국보다는 유럽이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개도국은 명백한 경기침체는 회피할 수 있어도 성장률이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헨리 허만(Henry Herrman) 와델앤리드사의 최고경영자는 "상품가격 하락세는 신흥국의 통화와 경제에는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독일 주가는 24%, 홍콩은 37% 그리고 인도 31%, 브라질 29%의 하락률이 기록되는 등 미국 증시에 비해 하락 추세가 심각한 상태다.
◆ 글로벌 투자자들, 세계경제 약화 우려 떨치기 힘들 듯
글로벌 투자자들은 세계 경기가 약화되면서 상품, 해외주식 및 통화 포지션을 줄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도국의 채권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 10년물 국채는 지난 주말 3.64%까지 하락했지만, 이번 정부의 구제책 발표로 인해 다시 4% 선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WSJ지는 원래 9월은 미국 증시가 가장 취약한 시기이며 10월에 반등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 어떤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랠리가 이어지지 못하고 실패로 그친다면 대다수 투자자들이 위축되면서 시장이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동안 증시에 버팀목이 되었던 석유생산업체나 관련 회사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더욱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2년에 전체 기업 순익의 9%를 차지하는데 그쳤던 이들 업체는 올해는 28%가 넘는 비중을, 내년에도 25%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