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대신 국고채? 글쎄…
◇회사채 금리 상승 구축효과 불 보듯
[뉴스핌=김혜수 기자] 하나은행이 3년 만기 은행채를 7%에 발행하면서 향후 은행권들이 발행하는 은행채 금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모두 17조2000억원의 은행채가 발행될 예정이고 특히 8월과 9월에 발행이 집중돼 있는 만큼 은행채 발행은 봇물 쏟아지듯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13일 오전 6시 30분에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반면 이들 은행채를 매수하는 세력은 많지 않아 은행들은 경쟁하듯 은행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외국인 국채선물 순매수에 기대 강세를 보여왔던 국고채 시장도 원.달러 환율 상승,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세 저조 등의 여건 변화로 은행채 금리 상승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은행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은행들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금리는 더욱 오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상황은 더욱 빡빡해질 수 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 국고채 대비 은행채 스프레드 124bp‥추가 확대도 얼마든지 가능
12일 하나은행은 3700억원 규모의 3년만기 은행채를 7.0%에 발행했다.
이는 국고채 3년물 금리(5.76%)와 무려 124bp 벌어진 수준이다.
하나은행을 비롯 국민, 신한, 외환 은행 등이 하반기 은행채 발행 신고서를 제출, 올 하반기에 모두 17조2000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7%로 은행채 발행의 스타트를 끊은 하나은행에 이어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빨리라도 은행채를 낮은 금리로 발행하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8월과 9월에 발행 예정인 은행채 규모가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은행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의 경우 지금 당장 은행채를 매수할 여력도, 유인도 없어 은행채 금리는 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은행채를 매수했던 증권사 RP계정의 경우 스왑과 연계된 물량에서 이미 손해를 본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채를 매수할 여력이 없고, 은행권 투자계정들 역시 연말 자금 수급 상황 때문에 매수 여력이 없다는 평가이다.
이 때문에 현재 124bp까지 확대된 국고채 대비 은행채 스프레드는 150bp 이상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 은행채를 매수할 곳은 연기금과 투신권 일부 정도"라면서 "다만 은행권 투자계정의 경우 연말 자금 수급 때문에 채권 매수 여력이 없고 증권사 RP계정 쪽도 이자율스왑(IRS)으로 깨진 게 많아 여력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채를 발행하는 기관들의 신용등급이 AAA 상황에서 이들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가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국고채 대비 은행채 스프레드는 150~160bp를 훨씬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 매니저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현재 은행채를 살 유인이 별로 없다"면서 "현재는 국민주택채권, 예금보험기금상환채권 정도의 국가 크레딧물도 사자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17조2000억원 중 12조원이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이들 투자처가 재투자를 하면서 롤오버(만기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은행채 금리는 더욱 뛰어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 은행채 금리 상승 → 국고채 금리 상승 '구축효과'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은행채 수요가 없는 대신에 그 수요가 국고채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8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됨에도 불구, 국고채 시장은 금통위를 전후로 강세 분위기를 이어갔다.
심지어 한은 총재가 이날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했는 데도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자'에 열을 올렸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지속적으로 순매수하자 국내 기관들은 금통위를 전후로 외인들에 기대, 사자 행렬에 동참했다.
이런 외국인들은 현재 3만계약까지 국채선물을 누적순매수했고, 이 때문에 국고채 시장은 다소 견조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고,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순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1034원까지 뛰어올랐고,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114달러까지 내려앉은 호재를 대부분 상쇄시켰다.
외국인들도 현재까지 3만계약 정도 국채선물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물가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채를 매수하는 메리트는 그 만큼 반감됐다. 이 때문에 은행채에 관심 없는 투자자들이 국고채로 눈길을 돌리기를 기대하는 건 힘들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 매니저는 "다른 나라의 경우 크레딧에 문제가 생기면 국고채쪽으로 수요가 모이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들의 펀딩이 안 좋아지게 되면 국고채를 사지 못하게 되니까 다른 나라처럼 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한 채권딜러 역시 "채권시장의 강세를 외국인들이 주도했는데 그것 말고는 강세 요인이 없었다"면서 "강세 분위기 속에 주변물이 함께 가야하는데 국고채만 혼자가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오르면서 은행채 수요가 국고채로 대체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회사채 거래 없다 ‥회사채 금리 오르는 건 뻔한 일
은행채를 발행하는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AAA로 우량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 등급 정도로 은행들과 비교할 때 낮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회사채 금리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은행권의 대출마저 여의치 않는다면 회사채 금리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권의 한 채권딜러는 "은행채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경우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금리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입장에서 금리가 몇 비피 비싼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달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