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창간기획] 3부 증권사 해외진출 현장을 가다
[뉴스핌=알마티 홍승훈기자] 카자흐스탄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내 중심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하얏트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500달러 수준이고, 외국인들이 거주할 만한 방 3칸짜리 아파트 월세는 4500~5000달러에 이른다.
인터넷이 하루종일 안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전기가 수시로 끊긴다. 의료시설도 변변치 않고 비용만 비싸다. 날씨 또한 쾌쾌하고 영하 20도 이하의 추운 겨울이 길다.
한국서 파견된 현지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살기에 살기에 그리 녹록치 못한 곳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미국 등 글로벌IB의 진출은 더딘 편이다. 기업 지배구조문제, 세금문제 등 금융시장 규칙이 다소 불투명하고 분쟁 발생시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점도 진출을 늦추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현재 어디에서도 금융부문 경쟁에서 미국 등 선진국을 이기기에 역부족한 상황에서 이것이 기회라고 판단한다.
카자흐스탄 키맵대학 이상훈 교수는 "지금 한국이 미국과 경쟁해서 이기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중앙아시아가 대안이다. 글로벌IB들이 액티브하게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쉽고 빨리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최후의 승부처라고 보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현지 자본시장은 황금밭"
현지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중인 신한은행 노영훈 지사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 비하면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 시장이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며 "IB나 증권시장에서 보더라도 황금밭이라고 할 수 있다"고 현지 자본시장의 가능성을 피력했다.
특히 현지의 금융기관들은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전무하다. 노 지사장은 "여기서 복잡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여지는 별로 없다. 현지 은행들의 안일한 영업마인드로 인해 진짜 뱅킹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하는 노력의 절반만 하더라도 여기선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지 카자흐스탄 은행들의 수익구조를 살펴봤다. 국내보다 좋았다. 이유는 높은 금리수준. 3개월짜리 예금에 일반적으로 6~10%의 이자를 준다. 15%까지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출금리 또한 20%를 넘는다. 결국 10% 이상의 예대마진으로 수수료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현지 고객들은 은행계좌를 열때도 수수료를 내야하고 계좌관리에 따른 연회비도 내고 있었다.
이같은 현지 은행들의 안일한 서비스는 자원이 풍부하고 성장성이 담보된 카자흐스탄에 대해 해외 금융기관들이 돈을 싸들고 들어와 빌려줬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은행들은 저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했던 것. 특별히 영업에 치중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지의 한 은행 관계자는 "원래 70%가 예금이어야하는데 카자흐스탄은 해외차입이 70%였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파장으로 롤오버 안되면 이쪽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법규 자체는 상당히 정교한 편이다. 유럽계 선진은행에서 온 외국계 지점장은 "법규 자체는 본국 보다도 잘 돼 있다"며 "유럽과 러시아쪽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다보니 법규는 잘 돼 있다"며 "여기선 전날 어떤 은행이 무슨 일을 했는지 실시간으로 감독당국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교수는 "여기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은 서비스"라고 말할 정도다. 이 교수는 "까다로운 한국의 고객들을 상대했던 서비스 경험으로 이쪽 시장을 공략한다면 시장침투가 쉽게 이뤄질 것"이라며 "통장잔고를 체크해도 수수료를 내야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의 서비스 마인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아 차례를 기다리는 은행 문화가 이곳에선 최근 도입됐을 정도로 서비스측면에선 후진적인 카자흐스탄. 국내 금융기관이 한번 도전해볼 만한 곳으로 보인다.
◆ "전문가가 부족하다"
증권과 자산운용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에는 증권 및 자산운용사가 90여개에 달한다. 물론 실제 영업활동을 하는 곳은 15개 내외다.
국내 증권사 중 카자흐스탄에 첫 진출한 것은 한화증권. 현지의 SRC(세븐리버스캐피탈)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대형사도 아닌 중형 증권사가 해외진출에 의욕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 한화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카자흐스탄내 고려인연합회장인 최유리씨가 경영하는 SRC(세븐리버스캐피탈)는 한화증권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SRC는 증권 및 자산운용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으로 수탁고 규모는 1400억원 수준이다. 은행계열을 포함해선 12위, 은행계열을 제외하면 카자흐스탄내 6위다.
한화증권 윤영호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이 곳에선 합작을 해야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어 그룹의 지원을 받아 설립하게 됐다"며 "SRC의 15개 그룹사 3500여명의 직원들이 영업 기반"이라고 전했다.
한화증권의 카자흐스탄 전략은 러시아와 동유럽 진출의 전초기지화다.
윤 법인장은 "미래에셋이나 한국운용이 베트남과 인도에서 영업을 하는 것을 보면 한국 자금을 펀딩해 현지에서 운용하고 있는데 카자흐에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현지영업에 성공해야하고 이를 위해 합작법인은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카자흐스탄에서 자원개발에 대한 파이낸싱 작업, 오피스 등 부동산 매입, 펀드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업을 진행중인 한화증권은 이후 카자흐스탄의 강점인 곡물과 자원 등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출시, 한국 투자자들에게 상품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카자흐스탄 거래소 옆의 오피스 매입 본계약 체결 또한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자본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윤 법인장은 "주식시장은 유동성도 적고 지금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지만 펀드나 직접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알마티 시내 길거리에서 발견했던 뮤추얼펀드, 수익증권 광고판 등과 급증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이같은 분위기를 설명해줬다.
윤 법인장은 합작법인의 향후 전략과 관련, "공격적으로 전문인력들을 채용해 올해 44명 수준에서부터 내년 50명, 이후 100명 수준까지 회사를 키울 계획"이라며 "현재 1600억원 수준인 수탁고도 1조원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구체화했다.
어려움도 있다. 어떤 비즈니스 제안에 대해 가부를 판단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
윤 법인장은 "본사에서 딜을 처리하기 위해선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자원, 농산물, 부동산 등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 모르기 때문에 일단 기다리라고 하지만 딜은 시간 싸움이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전환을 당부하기도 했다. IMF위기를 경험했던 한국으로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 그는 "IMF 경험이 우리를 너무 지배하는 것 같다. 이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푸대접만 아니었더라면..."
지난 4월 카자흐스탄 사무소를 정식 오픈한 현대증권은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일대의 거점점포로써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의 전략적 파트너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찾고 있다.
사무소 오픈 소감을 묻자 송원강 현대증권 사무소장은 "개소식 때 장차관, 거래소위원장, 은행장 등 카자흐스탄의 주요 VIP 인사들을 초청했는데 '현대'라는 브랜드를 알더라"며 "앞으로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증권이 주목하는 분야로는 우선 카자흐스탄증권거래소의 상장이다. 주식분산 등 아직 명확한 일정이 안나와 있는 상태라서 관련정보를 수집중인 상황이다.
이 외에 준공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프라임급 오피스 투자, 정부와 합작해 개발하는 사업, 에쿼티 투자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송 소장은 귀띔했다.
다만 송 소장도 "최근 3년동안 카자흐스탄의 종합주가지수가 10여배가 올라 PEF가 상당할 것이다. 우리나라 90년대 후반 벤처투자와 비슷한 상황이다"며 경계감도 늦추지 않았다.
또한 한화에 이어 2번째로 카자흐스탄에 사무소를 오픈한 곳이 대신증권이다. 대신 또한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곳으로 이머징마켓으로는 첫 진출이다.
최근 심화된 국내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기회가 많은 이머징국가를 공략하겠다는 회사측 전략에 따라 올해 2월 사무소를 오픈하며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허브로 키울 계획을 내비쳤다.
현지에서 만난 대신증권 김석 사무소장은 "카자흐스탄은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부족 때문이지 펀더멘탈의 위기는 아니다"며 "현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할 분위기고 이런 과정에서 좋은 기업들이 싼 가격에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기회를 노리고 접근하고 있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이 외에도 대우증권과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진출을 모색중이다.
한편 현지 금융인들과 만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정부 차원의 때늦은 정책판단이었다. 한 현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과거 한국을 방문했을 때 푸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 결국 자원외교가 최근 시작되면서 관심을 갖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당시 좀더 멀리 보는 외교를 했더라면 지금 잠빌광구 하나 뿐 아니라 몇 개의 광구를 따냈을 것이고 지금같은 고유가 시대에 좀더 편하지 않았을까" 아쉬운 대목이었다.
카자흐스탄 종합주가지수 추이
[뉴스핌=알마티 홍승훈기자] 카자흐스탄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내 중심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하얏트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500달러 수준이고, 외국인들이 거주할 만한 방 3칸짜리 아파트 월세는 4500~5000달러에 이른다.
인터넷이 하루종일 안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전기가 수시로 끊긴다. 의료시설도 변변치 않고 비용만 비싸다. 날씨 또한 쾌쾌하고 영하 20도 이하의 추운 겨울이 길다.
한국서 파견된 현지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살기에 살기에 그리 녹록치 못한 곳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미국 등 글로벌IB의 진출은 더딘 편이다. 기업 지배구조문제, 세금문제 등 금융시장 규칙이 다소 불투명하고 분쟁 발생시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점도 진출을 늦추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현재 어디에서도 금융부문 경쟁에서 미국 등 선진국을 이기기에 역부족한 상황에서 이것이 기회라고 판단한다.
카자흐스탄 키맵대학 이상훈 교수는 "지금 한국이 미국과 경쟁해서 이기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중앙아시아가 대안이다. 글로벌IB들이 액티브하게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쉽고 빨리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최후의 승부처라고 보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현지 자본시장은 황금밭"
현지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중인 신한은행 노영훈 지사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 비하면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 시장이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며 "IB나 증권시장에서 보더라도 황금밭이라고 할 수 있다"고 현지 자본시장의 가능성을 피력했다.
특히 현지의 금융기관들은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전무하다. 노 지사장은 "여기서 복잡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여지는 별로 없다. 현지 은행들의 안일한 영업마인드로 인해 진짜 뱅킹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하는 노력의 절반만 하더라도 여기선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지 카자흐스탄 은행들의 수익구조를 살펴봤다. 국내보다 좋았다. 이유는 높은 금리수준. 3개월짜리 예금에 일반적으로 6~10%의 이자를 준다. 15%까지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출금리 또한 20%를 넘는다. 결국 10% 이상의 예대마진으로 수수료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현지 고객들은 은행계좌를 열때도 수수료를 내야하고 계좌관리에 따른 연회비도 내고 있었다.
이같은 현지 은행들의 안일한 서비스는 자원이 풍부하고 성장성이 담보된 카자흐스탄에 대해 해외 금융기관들이 돈을 싸들고 들어와 빌려줬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은행들은 저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했던 것. 특별히 영업에 치중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지의 한 은행 관계자는 "원래 70%가 예금이어야하는데 카자흐스탄은 해외차입이 70%였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파장으로 롤오버 안되면 이쪽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법규 자체는 상당히 정교한 편이다. 유럽계 선진은행에서 온 외국계 지점장은 "법규 자체는 본국 보다도 잘 돼 있다"며 "유럽과 러시아쪽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다보니 법규는 잘 돼 있다"며 "여기선 전날 어떤 은행이 무슨 일을 했는지 실시간으로 감독당국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교수는 "여기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은 서비스"라고 말할 정도다. 이 교수는 "까다로운 한국의 고객들을 상대했던 서비스 경험으로 이쪽 시장을 공략한다면 시장침투가 쉽게 이뤄질 것"이라며 "통장잔고를 체크해도 수수료를 내야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의 서비스 마인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아 차례를 기다리는 은행 문화가 이곳에선 최근 도입됐을 정도로 서비스측면에선 후진적인 카자흐스탄. 국내 금융기관이 한번 도전해볼 만한 곳으로 보인다.
◆ "전문가가 부족하다"
증권과 자산운용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에는 증권 및 자산운용사가 90여개에 달한다. 물론 실제 영업활동을 하는 곳은 15개 내외다.
국내 증권사 중 카자흐스탄에 첫 진출한 것은 한화증권. 현지의 SRC(세븐리버스캐피탈)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대형사도 아닌 중형 증권사가 해외진출에 의욕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 한화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카자흐스탄내 고려인연합회장인 최유리씨가 경영하는 SRC(세븐리버스캐피탈)는 한화증권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SRC는 증권 및 자산운용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으로 수탁고 규모는 1400억원 수준이다. 은행계열을 포함해선 12위, 은행계열을 제외하면 카자흐스탄내 6위다.
한화증권 윤영호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이 곳에선 합작을 해야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어 그룹의 지원을 받아 설립하게 됐다"며 "SRC의 15개 그룹사 3500여명의 직원들이 영업 기반"이라고 전했다.
한화증권의 카자흐스탄 전략은 러시아와 동유럽 진출의 전초기지화다.
윤 법인장은 "미래에셋이나 한국운용이 베트남과 인도에서 영업을 하는 것을 보면 한국 자금을 펀딩해 현지에서 운용하고 있는데 카자흐에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현지영업에 성공해야하고 이를 위해 합작법인은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카자흐스탄에서 자원개발에 대한 파이낸싱 작업, 오피스 등 부동산 매입, 펀드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업을 진행중인 한화증권은 이후 카자흐스탄의 강점인 곡물과 자원 등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출시, 한국 투자자들에게 상품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카자흐스탄 거래소 옆의 오피스 매입 본계약 체결 또한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자본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윤 법인장은 "주식시장은 유동성도 적고 지금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지만 펀드나 직접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알마티 시내 길거리에서 발견했던 뮤추얼펀드, 수익증권 광고판 등과 급증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이같은 분위기를 설명해줬다.
윤 법인장은 합작법인의 향후 전략과 관련, "공격적으로 전문인력들을 채용해 올해 44명 수준에서부터 내년 50명, 이후 100명 수준까지 회사를 키울 계획"이라며 "현재 1600억원 수준인 수탁고도 1조원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구체화했다.
어려움도 있다. 어떤 비즈니스 제안에 대해 가부를 판단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
윤 법인장은 "본사에서 딜을 처리하기 위해선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자원, 농산물, 부동산 등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 모르기 때문에 일단 기다리라고 하지만 딜은 시간 싸움이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전환을 당부하기도 했다. IMF위기를 경험했던 한국으로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 그는 "IMF 경험이 우리를 너무 지배하는 것 같다. 이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푸대접만 아니었더라면..."
지난 4월 카자흐스탄 사무소를 정식 오픈한 현대증권은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일대의 거점점포로써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의 전략적 파트너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찾고 있다.
사무소 오픈 소감을 묻자 송원강 현대증권 사무소장은 "개소식 때 장차관, 거래소위원장, 은행장 등 카자흐스탄의 주요 VIP 인사들을 초청했는데 '현대'라는 브랜드를 알더라"며 "앞으로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증권이 주목하는 분야로는 우선 카자흐스탄증권거래소의 상장이다. 주식분산 등 아직 명확한 일정이 안나와 있는 상태라서 관련정보를 수집중인 상황이다.
이 외에 준공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프라임급 오피스 투자, 정부와 합작해 개발하는 사업, 에쿼티 투자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송 소장은 귀띔했다.
다만 송 소장도 "최근 3년동안 카자흐스탄의 종합주가지수가 10여배가 올라 PEF가 상당할 것이다. 우리나라 90년대 후반 벤처투자와 비슷한 상황이다"며 경계감도 늦추지 않았다.
또한 한화에 이어 2번째로 카자흐스탄에 사무소를 오픈한 곳이 대신증권이다. 대신 또한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곳으로 이머징마켓으로는 첫 진출이다.
최근 심화된 국내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기회가 많은 이머징국가를 공략하겠다는 회사측 전략에 따라 올해 2월 사무소를 오픈하며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허브로 키울 계획을 내비쳤다.
현지에서 만난 대신증권 김석 사무소장은 "카자흐스탄은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부족 때문이지 펀더멘탈의 위기는 아니다"며 "현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할 분위기고 이런 과정에서 좋은 기업들이 싼 가격에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기회를 노리고 접근하고 있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이 외에도 대우증권과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진출을 모색중이다.
한편 현지 금융인들과 만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정부 차원의 때늦은 정책판단이었다. 한 현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과거 한국을 방문했을 때 푸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 결국 자원외교가 최근 시작되면서 관심을 갖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당시 좀더 멀리 보는 외교를 했더라면 지금 잠빌광구 하나 뿐 아니라 몇 개의 광구를 따냈을 것이고 지금같은 고유가 시대에 좀더 편하지 않았을까" 아쉬운 대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