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표시제는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내걸고 해당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판매하는 제도로 지난 1992년에 도입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안으로 석유제품 판매 및 부당 표시 광고 행위 관련 고시를 폐지해 주유소가 여러 정유회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황.
이에대해 정유업계는 일단 상표표시제 고시가 폐지되도 가격 경쟁력면에서는 기존과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상표표시제 고시 폐지가 과연 가격인하를 얼마만큼 끌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품질보증 절차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마디로 '떨떠름한' 반응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서 상표표시제를 폐지하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여러 주유소 상품을 그 브랜드를 달고 팔수 있는 상표 복수표시제는 이미 허용돼 있었다"며 "다만 기존 상표표시제를 둔 이유는 브랜드를 통해 정유사가 제품 품질을 보증해 주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표표시제 폐지시 기존 정유사들이 담당했던 저장탱크 관리 및 판매시설 비용이 고스란히 주유소가 떠맡게 돼 과연 정유가격이 내려갈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 각 정유사들의 마일리지 카드 도입 또한 불필요하게 돼 소비자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주유소가 혼유를 팔게 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주유소업계는 정유업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상표표시제가 폐지될 경우 충분히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상표표시제 폐지의 의미는 단지 공정위에서 기존 고시를 사적(주유소와 정유사간)계약으로 이전 시킨 것일 뿐이라는 게 주유소측의 주장이다. 이럴 경우 좀더 유리한 조건으로 정유사와 공급을 맺게 된다는 것.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품질보증을 어떻게 해줬는지 모르겠다. 단지 브랜드 보장만을 해줬을 뿐 품질보증이 어떤식으로 이뤄졌는지 도대체 알수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추운 날씨 탓으로 경유에 왁스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차에 주유하면 차에 시동이 안 걸리기도 한다는 것.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주유소로 항의해오고 정유사들은 차 수리를 해주는 선으로 무마시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다른 주유소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경쟁만 치열하게 해준다면 소비자 가격이 조금이나마 다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가 제기한 혼유 제품 판매 우려에 대해서는 "불량기름을 섞어파는 혼유는 극히 일부 주유소에 발생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증권가의 한 정유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표표시제 고시 폐지에 대해 "정부의 조치는 완전 경쟁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거리를 어느정도 동등한 수준으로 맞춰 유통구조 속에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바라는 취지가 큰 것 같다"며 "제품 가격 인하와 함께 품질이 보증되면서 유통구조를 개선시켜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