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창구 밀려나 신용 떠돌이 신세
- 은행서 거절 당하면 곧바로 30%대 고금리 직행
- 대부업의존 높아 채무불이행 양산 구조가 문제
“그래도 형편이 나은 축의 서민이라고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저신용자가 될 줄 몰랐어요.”
경기 의정부에 사는 김모(40)씨는 5년이나 살던 아파트를 팔아야 했다.
연간 40%에 달한 이자를 감당 못해서다. 그가 빌린 곳은 사금융, 7000만원이었다.
김씨는 “은행서 담보대출받고 부족한 돈은 저축은행에서 받고 싶었는데 20%가 넘는 이자로도 고작 1000만원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고 털어놨다. 사금융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 서민금융회사가 멀쩡한 서민도 저신용자 만드는 일등공신
저축은행 지점을 찾아가 “서민금융을 한다면서 대출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묻자 “신용대출로도 한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감정가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시중은행에서 1억3000만원 대출이 있고 2순위로 7000만원(이자 12%)을 빌렸다.
김씨가 필요했던 건 당장 유동성을 해결해줄 정도. 저축은행서는 연 최고 40%에 달하는 신용대출로 몰았고, 충분치 않아 그는 대부업체로 갈수 밖에 없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오너중심인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을 외면하는 데가 많다”며 “오너들이 지주행세에 만족해서도 있고, 영업규제가 너무 심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푸념했다.
설립취지로라면 서민의 자금중개를 맡아야 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저축은행 하면 부동산PF만 잔뜩 늘려놓는 곳으로 용도전환이 공론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 서민과 금융 포괄하는 적확한 개념부터 찾아야
금융당국은 최극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육성을 위해 다각적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 노력의 하나로 서민금융 정의부터 명확히 하고자 했다.
저소득층, 저신용자 및 영세자영업자들로 신용등급으로 치면 7등급 이하부터다.
적어도 금융에서 ‘서민=저신용자’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20~30% 사이의 이자율로 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이 활성화되는 게 금융당국의 바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은 정반대였고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금융당국에서도 잘 알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총가계대출 잔액은 2007년 3월 432조원으로 2005년 6월말(389조원)에 비해 1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 1~3등급에 대한 대출비중은 46.6%에서 52.1%로 확대된 반면 4~7등급과 8~10등급의 비중은 45.7%에서 42.7%로, 7.7%에서 5.2%로 각각 감소했다.
신용카드사도 8~10등급에 대한 카드론 비중을 54.1%에서 26.3%로 크게 줄였고 리스사, 할부금융사 등 캐피탈사로 불리는 여신전문금융회사들도 대출비중을 21.5%에서 14.9%로 축소했다.
저축은행이 50%대에서 대출비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담보대출로 저신용자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선임연구원은 “담보위주의 여신관행이 서민금융공급을 위축시켜, 금융소외계층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그사이 서민금융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최고 66%까지 이자를 받았던 대부시장(현재 44%)만 컸고, 이들의 주 고객인 금융소외계층은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했다.
이 같은 상황은 피하고자 실시한 환승론조차 낮은 이용률로 한계에 부딪쳤다.
이 때문에 20~30% 시장을 형성하고 늘려서 중층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찬우 선임연구위원은 “상업적원리에 의해 서민층 대상의 소액신용대출을 확대토록 해 공급측면의 중층구조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대부업체의 이자상한하향 조정의 영향을 조사해 빠르면 이달, 늦어도 6월 결과가 나오면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 시중은행 흉내•규제에 서민금융 뒷전
지난달 4일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저축은행, 여전업 등 서민금융회사 대표들과 상견례를 갖은 자리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들은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20년전에도 나온 얘기”라고 했다.
그는 “90년대에도 규모에 따라 저축은행을 차등화하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결국 추진의지가 없어서 여태 못한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실제 저축은행은 지점개설도 마음대로 못한다. 상호저축은행법 제4조1항에서 ‘상호저축은행은 주된 영업소를 제외한 지점•출장소를 설치할 수 없다’고 법규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지점 개설을 위해선 매번 금감원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이것조차 지점설치 요건이 되는 BIS비율 8%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이하의 자격을 직전분기에서 1년 4분기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지점설치가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올 연말부터 지점설치가 더 위축될 전망이다.
전국 108개 저축은행의 전체 지점 및 출장소 수는 312개가 고작이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치 못하는 건 ‘규제’ 탓만도 아니다.
규정상 저축은행은 중기대출을 70%이상 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가 이를 변칙적으로 악용하면서 전체 여신의 79%가 부동산관련대출이고 이중 PF 대출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업계 내부에서조차 “PF가 서민금융이냐”라는 자조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처럼 영업하려 말고 지역서민금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중기서민대출을 일정부문 담당하며 저소득층 지원을 해가야 한다. 소상공인을 포함해서 중소기업대출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