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대출자들은 불어난 원금으로, 은행은 부실우려로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엔화대출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던 이유는 환율 급등도 한 몫했지만 금리가 싸다는 것에 홀려, 실수요자도 아니면서 대출받는 행렬에 합세한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엔화수입이 전혀 없는 중소기업은 물론 심지어 자영업자와 일부 개인들까지 싼 금리에 눈 멀어 떼지어 몰렸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됐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 싼 금리에 너도나도 엔화대출
원화대출의 경우 금리가 7~8%이자만 엔화대출은 3%대여서 병원을 개업하는 사람이나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엔화로 대출받아 운영자금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화대출을 받은 후 환율이 오르더라도 엔화자산이나 수입이 있는 곳들은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같은 문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외화대출 규제에 따라 실수요자가 아닌 곳에 외화대출을 하지 못하게 했고 이미 나간 대출에 대해선 만기를 연장할 수 없게 했다.
이 때문에 환율이 급등한 현 시점서 고스란히 불어난 원금을 갚아야 할 상황인 것이다.
사실 이들 기업들에겐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전환의 기회도 여러차례 있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상황들을 여러 경로로 고객들에게 인지시켰고, 원화전환을 유도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들은 지난 연말께 엔화대출을 상환하거나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경우 중도상환 및 원화전환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거나 수수료를 감면해 통화전환을 유도했었다.
◆ 꿀맛 잊지 못해 '화'
그러나 원화와 엔화 금리차가 최대 4~5%까지 벌어져 원화로 전환한 이후 이자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쉽사리 전환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A은행 한 관계자는 "한은의 규제로 엔화대출이 줄어든 효과도 있지만 한번 상환하면 다시 외화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심리 때문에 원화전환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기업들이 과거 엔화대출의 유혹을 잊지 못하고 쉽게 바꾸려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한 현 시점선 "과거 싼 이자로 이득을 본 것 보다 현재 환차손을 입은 게 훨씬 크다며 영업점에서 하소연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담당자들은 전했다.
결국 과거의 꿀맛을 잊지 못해 더 큰 화를 당하게 된 것이다.
B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땐 달러대출이 문제됐던 것 처럼 외화대출 문제는 10년 주기로 반복된다"며 "은행의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외화대출의 낮은 금리에 현혹될 수밖에 없고 '이제는 그러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외화대출을 받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과거 캐피탈사들의 경우 외환위기 때 달러로 빌려 원화로 운영하다 엄청난 손실을 보고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의 수모도 겪은 바 있다.
또 최근 환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선물환계약을 맺고 대출을 받으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들로서는 일정 수준 이상 환율이 올라가는 경우 시그널을 주는 정도의 환리스크관리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