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 가운데서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의장이 고뇌하고 있다.
일단 신용 경색과 경기 침체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공세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이것이 당장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어지면서 너무 낮은 금리를 오래 고수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연준 정책결정자들은 지난 2003년~2005년 사이 지나친 장기 저금리 기조 유지에 대한 비난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속에서 계속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한편 신용 경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금리 조절과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적인 위기 대응법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버냉키 의장이 의회에서 "일부 원금을 탕감해주는 등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이나. MBS시장을 구원하기 위해 대규모 기간증권대출(TSLF) 특단책을 내놓은 것은 주목할만 하다.
(이 기사는 13일 오전 8시31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연방기금금리 1.75%~2%가 완화사이클 바닥
지난 해 12월 12일 연준이 유럽중앙은행 등과 공조 유동성 개입에 나서면서 금리완화 정책 구도에는 변화가 발생했다.
경기 침체 위기와 금융 위기 확산을 막아보려는 공세적인 통화정책 구사 방침이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1월 들어 정규회의 전에 전격적으로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하더니 정규회의에서도 또한번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각각 일부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다.
아직도 3%인 연방기금금리는 추가 인하 여지를 남기고 있지만, 1% 선의 대폭 마이너스 실질 금리를 원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 인하 폭은 1%포인트 남짓일 것으로 판단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대폭 금리인하는 어렵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상반기 내로 연방기금금리가 2% 혹은 1.75%까지 인하된 뒤 당분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월부터는 재정 부양책에 의해 세금환급액이 수표 형태로 미국 가계에 전달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하 대책에 이은 응원군이 도착하게 된다. 지난 해 긴급 금리인하 효과도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볼 때 하반기 미국 경제는 상당한 부양 효과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요 투자은행들은 총 1167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환급으로 인해 3/4분기 미국인들의 소비가 연 3%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약 0.5%~1%포인트 정도 강화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주택시장이 올해 안으로 회복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에, 통화 및 재정 부양 정책이 제대로 견인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약발이 떨어지면 연말부터는 다시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데 있다.
이 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높아진 상태이고 이미 기준금리가 너무 낮아 추가 금리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일부 연준 관계자들이 "빠른 금리 정상화(rapid reversal)" 필요성을 제기하며 연내에 다시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하는 실정이다.
2월 고용시장의 급격한 악화와 신용 위기 심화로 인해 이런 예상은 일단 자취를 감추었지만, 연준의 특단책이 제시되면 금융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다시 한번 이 쟁점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열릴 것 같다.
◆ 통화정책 자체의 한계, 새로운 대책 요구
공세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신용 위기에 직접적인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낸다고는 하지만, 정작 위기의 성격와 금리인하가 조응하지 못하고 있어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금리는 계속 상승하는 등 새로운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특히 과거 일본의 거품 붕괴시 경험으로 볼 때 모기지 연체로 주택차압이 증가하고 유질처분으로 주택가격이 더욱 하락하면서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버냉키 사단의 공세적인 통화정책 대응의 목표가 경기 침체 회피가 아니라 방금 지적한 악순환, 즉 금융가속기(financial accelerator)의 작동 고리를 차단하는 것에 있다고 할 때 혁신적인 비상대책 요구는 절실하다.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부실 여파는 신용디폴트스왑(CDS)와 금리입찰방식증권(ARS), 상업용 모기지증권(CMBS) 나아가 알트에이(Alt-A) 및 홈이쿼티론(Home Equity Loan) 등 다른 상품으로 파급효과를 나타낼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단 명료하면서도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은 부담이다.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 등 정부지원기관의 포트폴리오 한도를 늘리는 것이나 자본적정성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이들 기관들 자체적인 자금 수요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출 금융기관들의 희생에 근거한 주택소유자들에 대한 원금 탕감 등 직접적인 구제는 이 부담으로 인해 신규 대출시 프리미엄이 크게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생산적이란 지적이다.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하고 굿뱅크(Good Bank)를 가려내는 것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지만, 민간 스스로 이를 위한 자금조달에 성공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의 재정상의 위기를 납세자들의 돈으로 지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논쟁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 자발적인 원금 탕감? 대출 일부 전환!
사실 새로운 특단책은 이미 여럿 작동 중이다. 부시 행정부가 은행들에게 변동금리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 5년간 금리를 조정하지 말고 고정 금리처럼 운용하도록 요청한 것이나, 은행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거쳐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즉각 주택차압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생명선' 프로젝트는 이미 실행됐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이 최근 정부지원 모기지업체들의 포트폴리오 한도를 상향조정한 것은 이미 컨포밍 모기지대출 인수 한도 규모를 41만 7000달러에서 최고 72만 9500달러까지 높인 것과 함께 시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버냉키가 지적한대로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대출금을 깎아줌으로써 추가 연체를 막아보자는 제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반강제적으로 실행될 경우 이들 기관의 신규대출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하기가 조심스럽다. 또한 신디케이티드론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한 두 은행의 의지로 모기지 삭감을 결정할 수도 없다.
이 가운데 마틴 펠드스틴(Martin Feldstein) 하버드대학 교수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이 100%에 달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미 10% 하락한 주택가격이 다시 15%~20%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해 이 담보 대출 일부, 약 20% 정도를 연방 정부가 장기 저리로 대출하는 형태로 대체하여 원금 및 이자 상환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껏 제출된 모기지 축소 대책이 대부분 실망스러운 것이었다며, 정부가 모기지대출 연체의 급증을 막으려면 뭔가 근본적으로 차별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