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이틀 연속 하락했다.
하루 종일 약보합 장세를 보이며 제한된 거래 흐름을 보이다 장 막판 롱스탑이 발생하며 저점 마감했다.
특히 달러/엔 환율이 123엔을 돌파한 반면 달러/원 환율은 내리면서 재정환율인 100엔/원 환율이 755원 아래로 하락, 9년 8개월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엔/원 하락으로 환율 레벨 부담과 더불어 개입 경계감이 커진 만큼 다음 주에도 방향성을 보이기보다 좁은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내린 928.50원으로 마감했다. 달러/원 선물 7월물은 전날보다 1.30원 내린 927.80원으로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 오른 930.00원으로 출발한 후 고점은 930.50원, 저점은 928.50원을 기록했다.
일중 변동폭은 전날(1.30원)보다 확대된 2.00원을 나타냈지만 은행간 거래량은 크게 줄어 48억달러에 불과했다.
장 초반에는 외국인들의 주식 역송금 자금이 유입돼 환율이 반짝 상승했지만 금방 매물에 밀려 930원 아래로 밀렸다.
이후 막판 10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약보합 수준에서 제한된 거래 흐름을 보였다.
마감 직전에는 주말을 앞두고 이월 롱 포지션이 청산됐고 주식매수 자금까지 유입돼 1원 가까이 급락하며 저점 마감했다.
전날 47포인트 급등했던 코스피 지수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3.08포인트 오른 채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소폭(+507억원)이나마 8일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해 환율 하락 심리에 일조했다.
◆ 엔/원 환율 거의 10년 최저치, 어찌해야 하나
이날 일본은행은 만장일치로 5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달러/엔 환율은 123엔을 돌파했고 이에 따라 엔/원 환율은 755원 아래로까지 하락, 지난 1997년 10월 IMF 직전 이래 9년 8개월만에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그렇지만 엔/원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최근 수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고 달러/엔 환율이 국제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엔/원 환율 하락을 막으라는 주장이 실효성을 잃고 있다.
최근 경기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주도주가 반도체 등 신경제-IT가 아니라 조선 기계 철강 등 구경제 산업이어서 엔/원 환율과 수출 연관성이 다소 적어졌고, 또 달러/원과 엔/원 하락이 물가 안정과 내수 경기 회복을 지원하는 측면이 많아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주장은 수출업종 위주의 접근이어서 시장이나 당국, 그리고 일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부사장은 전경련 산하 국제경영원 월례 조찬강연에서 하반기 경기 회복으로 거시경제 운용은 중립적으로 가져가되 원화 강세가 특히 우려된다며 특별히 적극적인 환율 관리, 즉 달러 매수개입을 통한 환율 하락 방어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지난 1일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거시경제실장(상무)이 주장한 정부의 적극적 외환시장 개입 주장보다는 다소 완화된 표현이지만, 여전히 같은 맥락으로 읽히고 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는 데다 환리스크 관리 문제로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고, 주가도 소외를 받아 한국 증시의 대장주로서 위상이 흔들리는 데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도 환율 급변동시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환율 변동을 완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펴겠다는 입장이지만 방식은 무조건적 방어가 아니라 시장 친화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내수 경기 회복이나 반도체 외에 조선 기계 서비스 등으로 성장 동력이 확산되면서 경제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며 개입 일방적인 외환정책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날 재정경제부 조원동 차관보는 KBS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환율 급변시 절제하는 노력을 지속해 왔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스무딩 오퍼레이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우리의 경제 구조도 과거 수출, IT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조금씩 내수가 살아나고 IT 이외 기계 화학 운송용 차량, 서비스업 등으로 성장세가 확대되는 등 과거에 비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6월 임시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환투기, 쏠림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과 방안은 충분하다"면서도 “외환시장을 적절하게 안정시키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시장 안정은 좀 더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IMF는 한국 정부와 가진 연례협의에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에 대한 스무딩 오퍼레이션 대응에 대해 밝힌 지지 입장의 구체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 엔/원 하락, 설비투자 등 내수 회복에 도움, 중소기업엔 악재
아울러 그렇지만 최근 설비투자 등 내수 경기 회복 속에서 자본재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데 엔/원 환율 하락은 이같은 자본재 수입단가를 낮춰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자본재 수입의 경우 대기업들이 주로 하고 있어 엔/원 하락의 경우 대기업한테는 다소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한국 경제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한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어서 정부도 무관심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최근 내수 경기가 회복되고 반도체 외의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등 경제구조의 불균형이 완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개입으로 환율하락을 막으라는 것은 경제여건이나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과거적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그렇지만 그는 "엔/원이 최저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엔/원 하락 등 환율 하락에 대해 고심스럽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엔/원 하락은 설비투자를 늘리는 대기업들한테는 자본재 수입시 이점을 제공한다”며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 수출업체들한테는 악재여서 이를 도외시할 수 없어 외환당국에 환율 안정 유지를 요청하고 있으나 딱히 환리스크 관리 강화 외에 대응책이 별로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정부한테 자꾸 개입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나 경제여건상 맞지 않는 게 많아졌다"며 "개입 요구를 하기 전에 자체 환리스크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서 스스로 경영리스크를 줄여 나가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아무튼 엔/원 환율이 거의 10년래 최저 수준을 보이며 저점을 낮춰감에 따라 시장이든 당국이든 업체든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시장 내 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사상최고치 경신 행진을 재개했고, 외국인들도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 환율이 크게 오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에도 주가가 연일 폭락하지 않는 한 925~935원 박스권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팔기는 찝찝하고 사기는 싫은 상황이 지속돼 2시 50분까지 0.5원 범위에서 거래가 극히 제한됐다”며 “막판 롱스탑과 주식 매수자금으로 급락세를 연출했다”고 전했다.
선물사 한 관계자도 “엔/원 환율이 755원 아래까지 떨어져 주목받고 있다”며 “지금 상태로 보면 다음 주에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