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금융시장에는 여전히 미국 연준(Federal Reserve)의 정책행보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에서 일부 '성장둔화' 우려가 제기되었다고 해 주목된다.
비록 여전히 대다수 연준 정책결정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차적인 우려대상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금리인상을 고집한 래커 총재와 반대로 성장둔화를 우려하며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성명서 기조를 바꾸자는 '한 멤버'의 요구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연준의 비공식적인 정책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멤버들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수준의 성장과 인플레이션 압력의 완화를 이끄는데 적절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지만, 소수의 기류변화는 앞으로 변화지점을 예상하게 하는데 손색이 없는 듯 하다.
때마침 핌코(PIMCO)의 페드와처인 폴 맥컬리(Paul McCulley)가 '글로벌 중앙은행 포커스'(원래 이 보고서의 제목은 'Fed Focus'였다)를 통해 현재까지 버냉키의 태도가 올바랐다는 우호적인 평가와 함께, 앞으로 버냉키가 금융시장의 연착륙 기대를 따라 금리인하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출한 점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기사는 5일 7시 7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버냉키의 완고함, '평평해진 필립스곡선' 감안하고 봐야"
맥컬리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연준이 금융시장의 '연착륙' 기대의 정당성을 입증해 주는 '금리완화' 추세를 개시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때때로 이른 아침 가족의 애완토끼와의 문답 형식을 빌어 연준의 관심사를 파헤치곤하는데 이번에도 같은 형식을 빌었다. 이번 대화는 지난 해 여름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얻은 몇 가지 정보에서 출발한다.
당시 맥컬리는 자신들이 연준이 부동산시장의 울음소리를 듣고 금리인상을 중단한 이상 내년이면 금융시장의 모든 논의는 연준이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이냐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정당한 예측을 제출한 바 있다고 회고했다.
다만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의 자금조달의 위축 영향이 생각보다 강하지도 않았으며 고용 및 임금증가세가 지속되어 소비경제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유지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연준의 태도 혹은 버냉키의 '됨됨이'가 어떤가 하는 것인데, 맥컬리는 자신이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버냉키는 의회에서 '중단'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난 뒤에도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린 바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수익률곡선 역전(inverted yield curve)'은 이 같은 연준의 태도를 인플레 파이터로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일종의 '오버슈팅'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맥컬리는 버냉키와 연준 관계자들이 고수한 완고한 태도의 배경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애완토끼인 모간 르 페이(Morgan le Fay)의 도움을 받아 지난 해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제기된 논점 중 "세계화로 인해 평평해진 필립스곡선"(flattening of the Phillips Curve)을 교과서적인 버냉키의 태도를 새롭게 이해하는 대목으로 끌어들인 것이 그것이다.
평평해진 필립스곡선이란 결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해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반대로 경제가 잠재수준을 밑돌더라도 디플레이션 충격이 강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인플레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도 상당히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재'이지만, 반대로 강화된 물가압력을 떨어뜨리려면 별로 높지 않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많은 희생(Sacrifice)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이기도 하다.
이런 변수를 장기적인 균형 문제가 아닌 당장 경기변화 및 통화정책 운용에 접목시켜본다면, 중앙은행들은 경기가 다소 과열되더라도 인플레인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저금리 기조를 상당히 오래 고수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버냉키는 이 같은 새로운 쟁점과 그것이 야기할 수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미 잘 이해하고 대처했다는 점에서 "젠틀 벤"보다는 "Just-Right Ben"이란 별칭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맥컬리는 추켜세운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자신의 판단이 제대로 검증되려면 지금과 같이 수익률역전 상황에서 연준이 얼마나 더 '경기 억제적인(restrictive)' 정책기조를 구사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라며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 금융시장의 기대와 연준의 태도간 '괴리'
역전된 수익률곡선은 분명히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며, 채권시장이 연준 금리정책의 전환, 즉 금리인하 쪽에 분명히 베팅하고 있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는 주식시장 역시 채권시장보다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맥컬리는 금융시장이 연준이 금리인하를 통해 '기름칠한' 원활한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연착륙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같은 기대에 부합해 줄 것으로 믿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의 조정과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경기의 둔화가 연준의 정책전환을 추동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한편 그는 개념상으로는 주택 및 제조업 부문의 조기 재고조정 등으로 경기의 반등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채권 및 주식시장이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이제까지 미국경제에 제공했던 '온건한' 금융여건이란 선물을 회수해버린다면 이 때문에 더욱 경기회복이 힘들어지는 좀 더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결정한 '장기'금리 아래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집단적인 믿음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된다면 즉각 급격한 가격하락 조정을 통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이고, 이로 인해 형성된 긴축적인 금융여건은 경제 전반, 특히 주택부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연준은 시장의 이 같은 기대를 애써 무시하면서 계속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위협해왔을까? 금융시장과 연준의 입장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맥컬리는 금융시장이 연준의 '물가안정'이라고 판단하는 안심지대, 즉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 1%~2% 범위에 대해 불신하면서 경기둔화 조짐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반면, 연준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를 저조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안심할 수 있는 지점까지 크게 둔화되지 않는다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는 연준이 주택시장의 악화 외에 자신의 이중 목표 중 하나인 실업률의 상승을 목도해야만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란 '대안명제'를 제시했다.
◆ 주택경기-실업률 간의 '시차'
여기에다 핌코의 전문가가 제시한 부동산시장의 조정이 실업률이 미치는 '시차효과'를 도입하면 앞으로 문제해결 가능성이 보인다.
간단히 말해서 주택산업은 제조업이랑 틀려서 당장 수주가 줄어든다고 해서 고용인력을 집에 보낼 수는 없다. 이미 시작한 공정이 끝나야 인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상당히 걸린다는 얘기다.
핌코의 소밀 파리크(Saumil Parikh)는 건축허가건수가 주택건설을 약 5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것과, 주택건축이 건설업종 일자리수 변화를 약 3개월 정도 앞선다는 것을 각각 발견했다.(아래 차트 참조)
맥컬리는 아마도 주택시장의 조정에 따른 뒤늦은 효과로 실업률이 5% 근처로 반등하고, 제조업지수가 여전히 50선을 밑도는 부진양상이 이어진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을 제시한다.
한편 그는 그의 전망이 맞는다면 글로벌 중앙은행과 달러환율 그리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 해외중앙은행 긴축고수 힘들 것, 완만한 약달러-증시 호조 기대
먼저 미국 경제가 연준의 지휘하에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세계경제 역시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의 최종 소비자인 미국의 둔화는 나머지 세계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지만 급격한 파급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란 존재가 미국 경기둔화의 파급효과를 차단해주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글로벌 불균형과 소득불평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보호주의보다는 재정정책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맥컬리는 연준이 금리인하로 전환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중앙은행들이 계속 긴축정책을 구사하기는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힘들어 보인다며, 일본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달러화가 금리인하로 더욱 약세를 보이게 되면, 이런 조건은 여전히 '중상주의'을 활용하는 이들 경제가 추가긴축을 통해 자국통화의 강세를 유발하기는 힘들 것이며 따라서 긴축을 자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화는 분명이 미국의 통화이지만, 약한 달러는 당신들이 문제일 따름"이라고 말한 존 코낼리(John Connally) 전 재무장관의 언급을 상기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급격한 달러약세를 용인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더 크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그는 지난 1995년 연준이 연착륙을 이끄는데 성공하였을 때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가 강세를 보인 바 있다며, 따라서 올해도 그 같은 주식시장의 강세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