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은 최근 상황은 2000년말과 다르다고 되뇌이지만, 연준이 2000년 당시 보인 태도가 떳떳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쉽게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지적했다.
물론 신문은 당시 연준 관계자들의 면면이나 태도와 비교할 때 지금은 상당히 솔직하고 분명해졌다며, 버냉키는 그린스펀에 비해 말을 액면대로 믿어도 좋은 성향과 정책적 판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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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의견 무시한 시장.. "2000년에도 그랬지.."
다음 주 화요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는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이구동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드러냈다.
하지만 채권 및 금리선물시장은 이런 발언을 무시하면서 심지어 다음 주 회의에서도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일부 반영했다. 이들 시장은 내년 말까지 연준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의 이 같은 금리인하 기대는 현재 상황을 2000년과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해 여름 기술주 및 투자버블리 붕괴되기 시작하고 있었는데도 연준은 11월까지 "일차적인 우려는 인플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난 뒤 7주 후에 연준은 갑작스럽게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시작하더시 무려 13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당시 거품이 주식에 있었다면 현재 거품은 주택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주택경기 둔화가 여타 경제로 확산되는 조짐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연준이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11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이런 영향이 얼마나 반영되었을지 주목하는 중이다.
연준은 최근 제출한 베이지북을 통해 지역제조업 경기가 괜찮은 편이라고 전했다. 전반적인 경기는 완만한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고용시장은 여전히 경색국면을 드러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연준은 몇 분기 잠재수준 이하의 성장률이 이어진 뒤 내년 하반기에는 다시 잠재수준을 회복하는 흐름을 예상하고 있으며, 최근 지표에도 불구하고 "중기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모스코우 총재)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연준 또한 주택경기 둔화가 전체 경기를 어느 정도 잠식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기는 한다. 도널드 콘(Donald Kohn) 연준리 부의장은 향후 성장전망의 리스크는 "다소간 다운사이드 리스크로 기울어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지표 약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자 지난 주 버냉키 연준의장은 다시 한번 성장 리스크가 "균형"잡혀 있다고 발언했다.
2000년 당시에는 베이지북 보고서를 작성하는 지역 연준 총재들이 기업들로부터 경고를 듣고 있었다. WSJ는 당시 연준이사였던 에드워드 그램리치(Edward Gramlich)는 "모든 것이 상승하고 있다가 갑자기 하락세로 전환했다"며 다시 상황을 회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의 경우 "주택경기 둔화와 최근 자동차산업의 약세가 전반적인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가가 핵심"인데,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실업률이 4.4%로 하락하며 예상보다 낮아지고 임금 상승률이 강화되면서 연준의 인플레 압력둔화 기대에는 다소 상처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근원인플레율은 여전히 물가안정을 운위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
◆ 연준 비판자들, "인플레 우려 발언, 허장성세일수도"
연준의 이런 입장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태도가 2000년 보여준 것과 같은 '허장성세'라고 주장한다.
이안 셰퍼슨(Ian Shepherdson) 하이프리컨시이코노믹스(High Frequency Economics) 수석 美이코노미스트는 "일단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집중할 수 밖에 없으며, 명백하고 거부할 수 없게 경기둔화 양상이 전개되지 않는 한 자신들의 전망을 고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폴 맥컬리(Paul McCulley) 핌코(PIMCO)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은 원래 선순환을 이끌어 낼 임무가 있다. 아마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한편, 채권금리 하락압력을 완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2000년 11월 FOMC 의사록 수기 전문은 이런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연준 관계자들은 자신의 판단을 '리스크 중립'으로 바꿀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발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리스크' 쪽으로 무게를 유지했다.
수기에 따르면 당시 부의장이었던 로저 퍼거슨(Roger Furgusom)은 "리스크 균형 쪽으로 현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당시 스탭 자문역이었던 콘 이사는 성장 및 물가 리스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가 좋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 증시나 채권시장에 다시 거품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결국 그린스펀 당시 의장은 이런 견해에 동의하면서 "오늘 우리가 균형 쪽으로 의견을 이동하면 금융시장의 여건이 지나치게 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의사록 전문은 쓰고 있다.
◆ 버냉키 발언은 액면대로 수용해보자
12월 회의를 불과 한 주 앞둔 상황에서 연준과 시장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이처럼 2000년의 좋지 않았던 추억으로 소급할 필요가 있다.
다만 WSJ는 그램리치 전 연준이사가 "지금 연준은 시장을 크게 휘저을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지적했다며, 버냉키 의장이 그린스펀과는 달리 연준이 모호한 언어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이미 지난 4월 자신의 인플레이션 낙관 발언에 대해 시장이 오해하고 있다며 좌충우돌했던 버냉키의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WSJ는 이 때문에 때 지금 버냉키가 이끄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우려' 발언은 과거에 비해서는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