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대투증권 사장에 김정태 하나지주 부사장(사진)을 내려보내기로 했다. 조왕하 전 사장은 1년 6개월여만에 사장직에서 물러나 부회장으로 국내외 M&A와 해외전략에 포커싱을 둘 예정이다. 대투증권의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최근 끊임없이 나돌던 사장 교체설이 현실화 된 것이다.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문책성 인사'로 보고 있다. 회사 내부 일각에서도 이번 인사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하나지주의 '정치적' 인사라는 시각과 함께 조 왕하 전 사장이 '팽' 당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신임 CEO에 대한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신임사장 내정자의 경우 증권쪽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 지난해 하나금융이 대투증권을 인수한 후 신준상 부사장이 은행에서 증권으로 내려온 상황에서 이제 대투증권의 사장과 부사장 등 경영진이 모두 은행 출신로 바뀌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과 은행이란 전혀 다른 영업환경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향후 증권사의 전략과 비전을 얼마나 분명히 제시할 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 지주사와 마찰 잦았던 조 전 사장 '팽'= 조왕하 전 사장이 밀린 이유는 일단 실적 부진이다. 지난해 5월 대투를 맡게된 이후 실적은 사실 형편없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대투증권이 1년간 달성한 당기순익은 728억원. 한투가 비록 동원과의 합병을 통해서지만 낸 당기 순익(7293억원)의 1/10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투증권 임직원들은 은행의 증권영업에 대한 개념 부족을 실적부진의 이유로 든다. 예컨대 다른 증권사들이 지난해 주식시장의 상승기에 고유계정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지만 대투는 리스크관리에 대한 개념이 달라 고유계정으로 전혀 이득을 보지 못했다.
이후 MMF 익일환매제나 CMA 도입 등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음에도 트렌드에 맞는 적절한 금융상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결국 증권영업의 흐름을 못 읽어낸 은행 중심의 전략이 원인이지 조 사장의 실책이 아니란 지적도 있다.
앞서 조 전 사장은 지난해 5월 코오롱그룹 부회장에서 대투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전 사장의 주변 지인들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만류했다고 한다. 공기업 성격이 짙은 대투증권에 대한 불안감이 첫번 요인이다. 그럼에도 조 전 사장은 매년 ROE 15% 달성을 목표로 의욕을 갖고 대투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은행 중심의 증권사가 대개 그렇듯 지주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일. 하나지주에선 계열사로 임원 등을 내려보내고 싶어했고, 조 전 사장은 대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지주사 고위 임원과의 마찰이 잦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번 인사에 대해 하나은행의 모체인 성골(한국투자금융 출신)에 의해 밀려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은행사람 심기 전초전? = 하나은행의 계열사에 대한 낙하산인사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피합병기업에 대해 당장 모기업에서 점령군을 투입하진 않는다"며 "1~2년 지나서 보낸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김정태 신임사장 내정자의 경우 서울은행 출신으로 하나금융내에선 성골출신이 아니다. 때문에 이후 성골출신이 대투증권 등 계열사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정태 내정자에 대해선 평가가 긍정적이다. 업계 전언에 따르면 털털하고 리더십이 있어 주변에 사람이 잘 모이고 따른다. 또 은행영업 현장에서 오랜 경험이 있어 단기적으로 시너지는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해야하는 대투증권에 대해 하나금융이 은행 중심의 마인드를 벗어버니지 않고는 단기처방에 불과한 인사라는 쓴소리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투증권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엘지카드 인수 추진건 등 주요이슈를 앞두고 M&A 전문가인 조 전 사장을 중용했으나 딜이 모두 실패로 끝나자 팽시킨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조 사장도 회사 영업보단 대형 M&A 딜에 비중을 더 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