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정부 섹터와 관련해 시장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경제성장률 목표치의 수정 여부 △환율과 유가 등 외생변수에 대한 대책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과 정책대응 방향 △한미 FTA 등 통상 개방 강도 △금융허브를 위한 자본시장통합법의 입법 성공 여부 등이 민감한 이슈들에 속한다. 과연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수립 시 얼마만큼의 수정을 가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장률 목표치의 미세 조정은 있을지 몰라도 ‘긴축에서 확장’이라든가, ‘분배에서 성장’ 등과 같은 급격한 방향 전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의 부진에 대한 애처로움이 정부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그렇다고 참여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해 온 경제운용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나 부정론이 크게 고개를 들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경제운용의 특징을 요약해 보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저부가가치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자본집약 중심에서 기술집약 중심으로 △산업 중심에서 서비스(금융) 중심으로 △관치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거나 적어도 균형점까지는 맞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분배냐 성장이냐 숱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시한 이 방향에 대해서는 여야, 전문가를 막론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드물다. 이론이 있다면 수출도 중요하고 대기업도 중요하다 정도의 ‘두루 살피기론’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현 시점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사양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어느 정권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부분을 건드려 왔기 때문이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참여정부는 계속 강조하고 또 지키려 애써 왔다. 성공 여부를 떠나 부동산 정책 또한 접근방식은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 물론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현실인식이 부족한 만용’, ‘지나친 욕심이었다’는 비판은 거세지겠지만 말이다. 최근 조순 씨의 비판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읽힌다. 참여정부가 이런 방향을 견지하려 애써 온 것은 노 대통령의 드라마틱한 집권과정에 걸맞는, 다른 정권들과는 차별되는 그 무엇을 강하게 추구해 온 결과로 보인다. 10년 후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책이 필요했고, 큰 틀에서 대기업 몇 개가 먹여 살리는 나라보다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중심이 되는 강소국이 차별화에 보다 가까웠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괴리가 컸다.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기술집약은 커녕 자본집약도 어려운 처지였고, 경쟁력이 없어 시장에서 사라져야 할 기업들도 질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외환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리 정부라는 보호막이 사라졌고 세계화 개방 흐름으로 무한경쟁에 노출되면서 설비투자에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살아남은 금융기관 역시 산업에 피를 공급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가계대출을 선호하면서 확대보다는 생존에 중점을 뒀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산업부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필요성이 있었고 정부는 2003년 들어 간접자본시장(은행)이 아닌 직접자본시장(증권)을 흔들어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투자은행을 육성하고 이러한 혁신으로 기술집약형 중소 벤처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 계산은 대선공약 아이디어 수준이었던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과도 맞닿아 구체성을 띄게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경제의 체질강화, 즉 내.외생 변수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진동폭이 크지 않은 안정적인 경제체제를 위해 수출 일변도가 아닌 내수 부양이라는 명제에 매달렸다. 내수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3차산업, 즉 서비스 산업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수준은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궁여지책으로 식당을 개업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 의료, 문화, 법률.회계 등도 마찬가지라는 게 정부의 판단. 한덕수 부총리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한미 FTA도 결국은 대외 개방을 통해 우리나라 서비스업을 강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향이 결정된 이상 시간을 늦출 필요도 없다는 판단일 테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들은 이렇게 고리를 엮으며 맞물려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가 안좋다고 과거처럼 건설붐이나 카드붐을 일으켜 인위적으로 시장을 조작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더군다나 현재 하반기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의 근거는 환율과 유가 등 외생변수에 국한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했던 ‘2006년 경제운용방향’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정부는 지난 3년간의 경제운용 성과로 △카드채 및 신용불량자 위기극복 등 시스템 안정 △무리한 경기부양 대신 구조조정 지속으로 경기회복 토대 마련 △경제시스템 선진화 및 성장잠재력 확충 △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반성장 시책 추진 및 저출산.고령화 대비 노력 강화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원칙에 입각한 경제운용’을 매우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 강조가 실물경기의 호전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재경부는 지난해 유가와 환율 등 대외여건 악화로 하반기 경제운용을 짤 때 성장률을 5% 수준에서 4% 내외로 낮추고 일자리와 경상수지 목표도 각각 40만개에서 30만개, 200억달러에서 140억달러로 낮춰 잡은 바 있다. 이 경험에 입각해 국제유가 급등, 주요국 주택시장 조정에 따른 소비 위축, 중국경제의 고성장 지속여부, 글로벌 불균형에 따른 환율 조정 등 불확실 요인을 반영, 올해 경제운용 목표를 성장률 5% 내외, 일자리 35~40만개, 소비자물가 3%, 경상수지 150억달러 흑자 등 다수 보수적으로 잡았다. 그러함에도 재경부는 정부조직의 특성상 2006년 우리경제가 내수와 수출의 균형 속에 잠재 수준의 성장.고용은 가능할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위해 ‘경제활력의 회복과 지속발전 기반의 구축’에 중점을 두고 거시경제 환경 조성, 성장잠재력 확충 등 5대 중간목표, 10대 중점 과제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다섯 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카드위기처럼 정부가 고려하지 못한 돌발 변수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환율, 유가 등 불확실 요인에 대한 전망이 크게 벗어난 것이 문제다. 당초 정부는 원/달러환율 1,000원 안팎, 유가 50달러대(배럴당)를 전망했지만 실제 환율은 930원대, 유가는 7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제 이 전망 이탈치를 하반기 경제운용 목표에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92%포인트, 수출증가율은 0.18%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82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분석에 근거해 계산해 보면, 유가는 이미 당초 전망치 50달러대보다 30% 이상 올랐으니 산술적으로만 보면 성장률은 2.76% 이상, 경상수지는 적자로 전환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환율하락은 국내 유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동시에 발휘한다. 재경부 김석동 차관보는 최근 “유가와 환율이 불안하지만 환율하락이 고유가를 상쇄하는 효과도 있다”며 “올해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과거보다는 낮아졌고 외생변수에 대한 내성 또한 생겨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 1/4분기 성장률은 6.2%를 기록,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다만 유가와 환율의 전망치가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는 점에서 수치 조정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수정 가능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이는 박병원 제1차관.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름값이 더 오르거나 환율이 더 떨어지면 전망치 수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윗선의 하방 요소 검토 지시에 따라 실무국인 경제정책국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희망을 전달해야 하는 정부조직의 특성상 큰 폭의 수정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환율의 경우 최근 잦은 구두경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경상.재정 쌍둥이 적자에 따라 큰 흐름에서 약달러가 진행될 것이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중경 국장 재임 당시 환율개입의 실패로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게다가 지난해 예상 밖으로 강달러가 시현됐지만 이는 그야말로 예외로 읽을 필요성이 있다. 강달러 요인이었던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환위기의 여파로 ‘달러 다다익선’ 사고가 아직도 팽배한 점도 부담이다. 국회에서든 한은에서든 적정 외환보유고에 대한 논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봤을 때 정부의 외환정책은 시장의 방향성을 돌려놓을 정도의 무리한 개입보다는 구두개입 등을 통한 속도조절에 치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 논의되는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쌍둥이 적자 때문에 자국내 자산이 싸 보이게 하기 위해 약달러를 유도할 필요가 있겠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것. 재경부 한 관계자는 “미국 관변 연구소를 중심으로 제2의 플라자합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중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도 우습게 보는 나라”라며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를 만큼 녹녹한 나라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올 하반기에는 △부동산 버블붕괴 가능성 △열린우리당 지방선거 완패시 인위적 경기부양 가능성 △한미 FTA 협상 강행에 따른 국론분열 가능성 등이 환율, 유가 못지 않게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특히 정부가 연착륙 유도에 실패해 부동산 버블붕괴가 가시화될 경우 부동산담보대출에 열을 올렸던 은행 등의 손실이 불가피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은 한 고위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금통위의 책임이 크다. 금리를 낮춰 통화량을 늘려도 패러다임이 변해서 물가가 안오른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중국에서 싼 물건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신 신용이 늘어나 자산가격은 올라서 버블이 생긴다. 재경부와 한은의 공조로 저금리가 유지된 결과다. 벌써부터 금리를 올렸어야 하지만 때를 놓쳤다. 지금은 오히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화정책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물가안정’이 중요한 시점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5%면 축복인 상황으로 본다. 약달러도 문제지만 우리나라가 어차피 국민소득 2~3만달러를 목표로 하는 만큼 원화강세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일이다. 그러나 현 정권의 경제초보자들이 성장동력을 다 죽여 놓은 것 같아 걱정이다” [뉴스핌 Newspim] 최중혁 기자 tanjug@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사진
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