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는 희안한 사람이다.초대형 미국 투자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면서도 월가에서는 '공산주의자'라는 혐의를 받기도 하는 그는 '자본-노동'의 사이클을 중시하고 최근 세계경제에 대해 '자산이 주도하는 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의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정면대결을 펼치면서 그 싸움결과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 및 세계 경제상황에 대한 로치의 결론은 바로 "자산 거품"이다. 그 상황을 이끈 전도사는 바로 저금리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사단, 美 연준리다. 로치는 단지 소비자물가만 조절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고통을 감내하면서라도 자산인플레를 막아내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스티븐 로치는 새로운 연준리 비판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리는 1987년 미증시 폭락 사태 이후 캐리 트레이드와 90년대말 증시버블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고, 말하자면 국제 헤지펀드계의 대부다.현재 이 헤지펀드 역할에는 주택가격 버블과 저금리로 자신의 구매력을 유지하는 미국 소비자들과 달러표시 자산을 구매하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스피븐 로치는 이 거대한 "모럴헤저드" 양산행위를 중단하고 연준리가 "모두 취해 쓰러지기 전에 파티장에서 펀치보울(punchbowl)을 치우는" 터프가이 역할을 맡아 줄 것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다음은 로치의 보고서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연준리》("The World's Biggest Hedge Fund ")를 정리한 것이다.◆ 美 연준리, 헤지펀드계의 대부로 우뚝서다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는 바로 미국 연준리다. 연준리는 세계 중앙은행 무리의 지도자이며, 또 美 통화당국은 최근들어 가장 막대한 규모의 매크로 투자(marcro trade)를 위한 길을 닦은 선도자이기도 하다.1993년 1차 캐리트레이드와 1990년대말 증시버블 그리고 현재의 2차 캐리트레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은 그린스펀 사단의 암묵적인 권고에 따라 형성된 투자전략의 산물이다.이제까지 세계는 그런 상황에 전혀 지친 기색이 없는데, 실상 현재 세계는 "거래"로 먹고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한 존재는 항상 위기 속에 살아가야 한다. 즉 모든 거래가 해체될 때마다 그 충격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연준리에 감사하자.이러한 세계의 전화(transformation)는 1987년에 시작됐다. 그 해 여름 미국증시는 급격한 상승장세를 나타냈는데, 이는 주가 하락 위험을 무시해도 좋다는 깊은 확신 때문이었다. 이런 확신은 바로 "포트폴리오의 보험", 즉 완벽한 헤지로 간주되는 옵션 전략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 해 10월 증시 붕괴는 곧바로 이런 생각의 허점을 드러내게 했다.연준리는 이 위기 상황에서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장치를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바로 17년전 이 때부터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점 매수' 마인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회고적으로만 본다면 1987년 주식시장 붕괴는 생각없는 투자자들에게는 저렴한 주식매수 기회였다. 이 기회를 차입 헤지펀드가 놓칠 리 없었다.그로부터 5년 뒤 금융시장은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금융시장의 역풍("financial headwinds")이란 말이 나오면서 연준리는 1992년 9월 연방기금 금리를 3%까지 인하한 뒤 1994년2월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연준리는 이례적으로 '급격한' 수익률곡선의 기울기(장단기 금리격차의 확대)를 형성하는 것이 신용붕괴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이 상황은 실상 미국의 저축-대출의 위기 그리고 상업은행시스템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었다.당시 연방기금금리가 인플레율 수준으로 하락하자 콜자금은 실질적으로 보면 '공짜' 점심이었다. 수익성 악화의 곤란에 빠진 은행권으로서는 이 상황이 다시 재무여건을 회복시킬 기회였다. 물론 차입 헤지펀드들로서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이용하기만 하면 돈이 벌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캐리 트레이드"의 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04 데자뷰: 美 소비자와 亞 중앙은행들도 조직에 포섭되다이제 2004년 현재로 되돌아오면, 일종의 '기시감(旣視感, 데자뷰, 이전에 이미 봤던 것 같은 느낌)' 를 경험한다. 다만 몇 가지 중요한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먼저 현재 캐리트레이드의 자금조달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다. 연방기금금리 1.25%는 인플레율보다 200bp 낮은 수준이며, 이 때문에 콜 자금 조달비용이 마이너스가 된다.둘째, '고용없는 경기회복'으로 소득이 줄어든 美 소비자들은 마치 과도한 차입에 의존하는 헤지펀드와 같은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주택가격 강세에 기대어 막대한 부채를 통해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셋째, 캐리트레이드는 美 쌍둥이 적자를 조달하는 주요 방식이 됐다. 즉 사상 최대규모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가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손쉽게' 조달되는 것이다. 그 중 많은 부분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달러 표시 자산 매수로 충당된다. 수익률 격차를 통한 장사는 헤지펀드 대열에 외국 중앙은행들도 동참시킨다.이제 연준리는 자신의 역할을 이전과는 상당히 차별화했다. 즉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인플레 억제 정책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과잉현상에 대해서는 관심을 끄고 있는 것이다.주로 '사전 조치'를 좋아하는 연준리는 마치 자신들이 금융시장의 상황전개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할 기교와 수단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990년대말 증시 거품 붕괴의 악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거품 붕괴 후 도래한 침체기가 부분적인 것에 그치자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처럼 판단하고 있다.◆ 더 이상의 모럴 헤저드는 안 된다결국 연준리의 자칭 "성공"은 어떤 것을 대가로 했는가가 바로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이 된다. 연준리가 계속해서 위험천만한 매크로 투자 전략을 위한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여기서는 지난 해 디플레 위기가 좋은 사례가 된다.디플레가 다가오자 물가는 정체하고 명목 금리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일본식의 장기 불황 가능성을 염려한 연준리는 정책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다시 새로운 캐리 트레이드의 조건이 형성됐다.그러나 디플레 압력이 해소되면서 연준리의 '탈출전략', 즉 비정상적인 저금리 정책의 정상화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연준리는 "신중한"이란 문구를 날리면서 금리인상은 시간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헤지펀드에게는 이 '시간'이 바로 돈이다.일단 연준리는 '정상화'를 위한 작은 한 걸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캐리트레이드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 소비자들이다.이상의 논의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캐리 트레이드가 내포하는 '체계적 리스크'와 이들이 양산하는 "자산 버블"이다. 캐리 트레이트는 인공적인 자산수요를 형성하는 만큼 계속해서 거품이 발생하게 된다. 90년대말 증시거품 이후 각종 스프레드상품의 근간이 된 국채수요 거품, 최근 글로벌 주택가격 거품형성 등 막대한 캐리 트레이드 흐름은 바로 연준리의 예외적인 저금리 정책과 이에 따른 수익률곡선의 급격한 기울기가 아니었으나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다.상황이 꼭 이렇게 될 이유는 없었다. 영란은행이나 호주준비은행 그리고 유럽중앙은행 등은 연준리와 다른 태도를 취했다. 연준리는 통화정책을 구사할 때 자산 인플레를 감안해야 한다는 여타 중앙은행의 입장을 무시했다.그런데 불행하게도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은 "온건한 방관(benign neglect)"을 넘어선다. 과거 수 년 동안 연준리는 "과잉(excesses)" 양상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당히 공세적으로 주장해왔다. 신경제의 생산성 향상 때문에 주식시장의 거품이 정당화된다고 주장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 미국경제가 부채로 인해 고전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에서도 그런 입장이 잘 드러난다.연준리는 금융시장이 거품양상을 나타낼 때마다 선두에 선 치어리더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제 연준리는 "파티장에서 펀치볼을 갖다 치우는"(前 연준리 의장 윌리엄 맥치즈니 마틴의 저 유명한 문구) 터프가이 역할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금융시장의 과잉을 용인하면서 연준리는 마치 캐리트레이드의 내기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투자자와 투기꾼 그리고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와 금융중개업체들은 더 이상 좋은 것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결국 이는 전 세계를 거대한 헤지펀드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만드는 궁극적인 모럴 헤저드에 해당하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는 희안한 사람이다.초대형 미국 투자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면서도 월가에서는 '공산주의자'라는 혐의를 받기도 하는 그는 '자본-노동'의 사이클을 중시하고 최근 세계경제에 대해 '자산이 주도하는 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의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정면대결을 펼치면서 그 싸움결과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 및 세계 경제상황에 대한 로치의 결론은 바로 "자산 거품"이다. 그 상황을 이끈 전도사는 바로 저금리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사단, 美 연준리다. 로치는 단지 소비자물가만 조절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고통을 감내하면서라도 자산인플레를 막아내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스티븐 로치는 새로운 연준리 비판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리는 1987년 미증시 폭락 사태 이후 캐리 트레이드와 90년대말 증시버블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고, 말하자면 국제 헤지펀드계의 대부다.현재 이 헤지펀드 역할에는 주택가격 버블과 저금리로 자신의 구매력을 유지하는 미국 소비자들과 달러표시 자산을 구매하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스피븐 로치는 이 거대한 "모럴헤저드" 양산행위를 중단하고 연준리가 "모두 취해 쓰러지기 전에 파티장에서 펀치보울(punchbowl)을 치우는" 터프가이 역할을 맡아 줄 것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다음은 로치의 보고서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연준리》("The World's Biggest Hedge Fund ")를 정리한 것이다.◆ 美 연준리, 헤지펀드계의 대부로 우뚝서다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는 바로 미국 연준리다. 연준리는 세계 중앙은행 무리의 지도자이며, 또 美 통화당국은 최근들어 가장 막대한 규모의 매크로 투자(marcro trade)를 위한 길을 닦은 선도자이기도 하다.1993년 1차 캐리트레이드와 1990년대말 증시버블 그리고 현재의 2차 캐리트레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은 그린스펀 사단의 암묵적인 권고에 따라 형성된 투자전략의 산물이다.이제까지 세계는 그런 상황에 전혀 지친 기색이 없는데, 실상 현재 세계는 "거래"로 먹고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한 존재는 항상 위기 속에 살아가야 한다. 즉 모든 거래가 해체될 때마다 그 충격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연준리에 감사하자.이러한 세계의 전화(transformation)는 1987년에 시작됐다. 그 해 여름 미국증시는 급격한 상승장세를 나타냈는데, 이는 주가 하락 위험을 무시해도 좋다는 깊은 확신 때문이었다. 이런 확신은 바로 "포트폴리오의 보험", 즉 완벽한 헤지로 간주되는 옵션 전략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 해 10월 증시 붕괴는 곧바로 이런 생각의 허점을 드러내게 했다.연준리는 이 위기 상황에서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장치를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바로 17년전 이 때부터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점 매수' 마인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회고적으로만 본다면 1987년 주식시장 붕괴는 생각없는 투자자들에게는 저렴한 주식매수 기회였다. 이 기회를 차입 헤지펀드가 놓칠 리 없었다.그로부터 5년 뒤 금융시장은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금융시장의 역풍("financial headwinds")이란 말이 나오면서 연준리는 1992년 9월 연방기금 금리를 3%까지 인하한 뒤 1994년2월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연준리는 이례적으로 '급격한' 수익률곡선의 기울기(장단기 금리격차의 확대)를 형성하는 것이 신용붕괴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이 상황은 실상 미국의 저축-대출의 위기 그리고 상업은행시스템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었다.당시 연방기금금리가 인플레율 수준으로 하락하자 콜자금은 실질적으로 보면 '공짜' 점심이었다. 수익성 악화의 곤란에 빠진 은행권으로서는 이 상황이 다시 재무여건을 회복시킬 기회였다. 물론 차입 헤지펀드들로서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이용하기만 하면 돈이 벌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캐리 트레이드"의 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04 데자뷰: 美 소비자와 亞 중앙은행들도 조직에 포섭되다이제 2004년 현재로 되돌아오면, 일종의 '기시감(旣視感, 데자뷰, 이전에 이미 봤던 것 같은 느낌)' 를 경험한다. 다만 몇 가지 중요한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먼저 현재 캐리트레이드의 자금조달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다. 연방기금금리 1.25%는 인플레율보다 200bp 낮은 수준이며, 이 때문에 콜 자금 조달비용이 마이너스가 된다.둘째, '고용없는 경기회복'으로 소득이 줄어든 美 소비자들은 마치 과도한 차입에 의존하는 헤지펀드와 같은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주택가격 강세에 기대어 막대한 부채를 통해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셋째, 캐리트레이드는 美 쌍둥이 적자를 조달하는 주요 방식이 됐다. 즉 사상 최대규모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가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손쉽게' 조달되는 것이다. 그 중 많은 부분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달러 표시 자산 매수로 충당된다. 수익률 격차를 통한 장사는 헤지펀드 대열에 외국 중앙은행들도 동참시킨다.이제 연준리는 자신의 역할을 이전과는 상당히 차별화했다. 즉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인플레 억제 정책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과잉현상에 대해서는 관심을 끄고 있는 것이다.주로 '사전 조치'를 좋아하는 연준리는 마치 자신들이 금융시장의 상황전개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할 기교와 수단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990년대말 증시 거품 붕괴의 악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거품 붕괴 후 도래한 침체기가 부분적인 것에 그치자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처럼 판단하고 있다.◆ 더 이상의 모럴 헤저드는 안 된다결국 연준리의 자칭 "성공"은 어떤 것을 대가로 했는가가 바로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이 된다. 연준리가 계속해서 위험천만한 매크로 투자 전략을 위한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여기서는 지난 해 디플레 위기가 좋은 사례가 된다.디플레가 다가오자 물가는 정체하고 명목 금리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일본식의 장기 불황 가능성을 염려한 연준리는 정책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다시 새로운 캐리 트레이드의 조건이 형성됐다.그러나 디플레 압력이 해소되면서 연준리의 '탈출전략', 즉 비정상적인 저금리 정책의 정상화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연준리는 "신중한"이란 문구를 날리면서 금리인상은 시간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헤지펀드에게는 이 '시간'이 바로 돈이다.일단 연준리는 '정상화'를 위한 작은 한 걸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캐리트레이드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 소비자들이다.이상의 논의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캐리 트레이드가 내포하는 '체계적 리스크'와 이들이 양산하는 "자산 버블"이다. 캐리 트레이트는 인공적인 자산수요를 형성하는 만큼 계속해서 거품이 발생하게 된다. 90년대말 증시거품 이후 각종 스프레드상품의 근간이 된 국채수요 거품, 최근 글로벌 주택가격 거품형성 등 막대한 캐리 트레이드 흐름은 바로 연준리의 예외적인 저금리 정책과 이에 따른 수익률곡선의 급격한 기울기가 아니었으나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다.상황이 꼭 이렇게 될 이유는 없었다. 영란은행이나 호주준비은행 그리고 유럽중앙은행 등은 연준리와 다른 태도를 취했다. 연준리는 통화정책을 구사할 때 자산 인플레를 감안해야 한다는 여타 중앙은행의 입장을 무시했다.그런데 불행하게도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은 "온건한 방관(benign neglect)"을 넘어선다. 과거 수 년 동안 연준리는 "과잉(excesses)" 양상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당히 공세적으로 주장해왔다. 신경제의 생산성 향상 때문에 주식시장의 거품이 정당화된다고 주장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 미국경제가 부채로 인해 고전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에서도 그런 입장이 잘 드러난다.연준리는 금융시장이 거품양상을 나타낼 때마다 선두에 선 치어리더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제 연준리는 "파티장에서 펀치볼을 갖다 치우는"(前 연준리 의장 윌리엄 맥치즈니 마틴의 저 유명한 문구) 터프가이 역할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금융시장의 과잉을 용인하면서 연준리는 마치 캐리트레이드의 내기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투자자와 투기꾼 그리고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와 금융중개업체들은 더 이상 좋은 것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결국 이는 전 세계를 거대한 헤지펀드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만드는 궁극적인 모럴 헤저드에 해당하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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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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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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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