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과 추가하락
엔/달러와 동조화
지난해말부터 진행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가 국내 외환시장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하락세를 주도했던 대외 요인들이 여전히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수급상황보다 미국 달러화 약세,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등 시장 심리에 영향을 가할 요인이 우선이다. 다만 경제적 요인들이 소외된 채 정치·군사적 요인의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불확실성의 해소여부와 함께 정책적 조율만 가미된다면 반등의 여지도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 변동은 엔/달러 환율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One fact, follow up’의 시장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9명의 외환전문가를 대상으로 폴(poll)을 실시한 결과, 2003년 2월말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92.2원으로 조사됐다. 반등과 추가 하락을 놓고 엇갈린 견해가 상존, 1,200원은 저울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후 4월말 환율은 1,212.8원으로 다소 상향 조정된 뒤 6월말 1,206.7원, 12월말 1,166.7원으로 재차 하향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향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장 불확실성과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가능성, 북한 핵문제가 달러화에 가하는 압력이 바로 그것. 이와 함께 미국의 ‘보이지 않는’ 달러화 약세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가하고 있다. 반면 엔화의 추가 강세에 거부감을 보이는 일본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 또 앞선 달러매도세가 지난해말 이월됐던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이었고 연초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수급에 의해 낙폭이 깊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달러화 ‘둥지 찾기’
국내는 물론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다. 달러화 자산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시각은 과거와 같지 않다. ‘달러=안전 자산’이란 인식은 9.11테러이후 돌변했다. 달러화는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공습 우려,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격을 가했다. 새로운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지지보다 침묵으로 일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는 자세를 취함에 따라 미국의 투자자금이 일본이나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지연 우려가 여전하고 쌍둥이(경상·재정수지)적자는 달러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펀더멘털의 문제와 돌발변수의 복합이 달러화의 추락을 쌍끌이한 것.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돌발변수의 해소시점도 달러화 가치와 연관될 전망이다. 위험이 조기에 해소된다면 불확실성의 제거 측면에서 달러화는 반등 여지가 있지만 시간적인 연기를 거듭한다면 추가 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 그러나 달러화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로나 일본 경제가 이를 충분히 흡수할만한 여건이 아니다. 유로는 성장이나 생산성 향상에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고 일본도 모래성같은 금융시스템과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의 움직임과 공급우위의 배제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 카드가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엔화의 추가 강세는 일본 정부의 ‘무력감’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디플레 타개를 위한 통화확대 정책에 반대했던 하야미 일본은행(BOJ)총재가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엔화의 추가 강세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송금수요의 규모나 금융시스템의 불안 확대여부도 변수다. 국내 수급을 본다면 달러 공급요인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초 수입이 수출보다 다소 많은 경향이 있고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 달러공급이 일방적인 우위를 보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투자도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 전환이 기대난이라 달러공급 강화요인이 되기는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