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 허정무 이후 국내 감독들이 반복해 실패한 가운데 벤투만이 장기 지원으로 원정 16강에 성공했다.
- 문제는 국내 감독이 아니라 세계 수준 지도자를 길러낼 시스템 부재라는 점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월드컵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체코전 승리에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결과보다 더 뼈아픈 것은 같은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한국은 4번의 월드컵 사이클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국내 감독과 외국인 감독 모두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성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허정무 감독 이후 한국 축구가 남긴 성적표는 국내 지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감독 육성 시스템과 한국 축구 행정 전반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한국 축구의 마지막 성공적인 국내 감독은 허정무 감독이었다. 2006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 후임으로 핌 베어벡 감독을 선임했다. 베어벡 감독은 2007 아시안컵 3위를 이끌었지만 장기 체제를 이어가지 않았고, 협회는 2008년 허정무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당시에도 우려는 있었다. 그러나 허 감독은 특유의 조직력과 강한 정신력을 앞세워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그리스를 2-0으로 꺾고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며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지금도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국내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후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허정무 감독 이후 대표팀은 조광래 감독 체제로 세대교체를 추진했다. 이른바 '만화 축구'라 불리는 점유율 축구를 시도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을 겪었고 결국 경질됐다.

급하게 소방수로 나선 인물이 최강희 감독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표팀을 브라질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월드컵 본선까지 맡을 생각은 없었다. 본인 역시 대표팀 감독직을 임시 역할로 받아들였고, 월드컵 본선은 다른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렇게 대표팀 지휘봉은 홍명보 감독에게 넘어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악몽이었다. 러시아와 1-1로 비기고 알제리에 2-4로 완패한 뒤, 벨기에에도 0-1로 패하며 1무 2패로 조 최하위 탈락했다. 전술적인 대응 부족과 선수 선발 논란, 준비 과정까지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은 다시 국내 감독을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도 아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가 무너지자 협회는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신태용 감독은 제한된 준비 기간 속에서도 독일을 2-0으로 꺾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승리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미 앞선 두 경기에서 스웨덴(0-1)과 멕시코(1-2)에 패한 상황이었다. 결국 1승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성과와 별개로 신태용 감독 역시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월드컵만 책임진 감독이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방향을 바꿨다. 대표팀 역사상 보기 드물게 장기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4년이라는 시간을 보장했고,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까지 일관된 철학으로 팀을 운영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초기에는 답답한 공격 전개와 선수 변화 폭이 적은 고집스러운 선수 기용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협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꺾으며 1승 1무 1패로 한국 축구를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다. 빌드업과 압박, 전환이라는 대표팀의 색깔도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는 또다시 리셋을 선택했다. 벤투 감독과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가 출범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 논란과 전술 부재, 선수단 관리 문제까지 겹치며 결국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국내 감독인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하지만 결과는 또 실패였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단 2골에 그쳤다. 멕시코(0-1)와 남아프리카공화국(0-1)을 상대로는 모두 무득점이었다. 전술 변화는 제한적이었고, 상대가 한국의 공격 패턴을 읽은 뒤에는 이를 뒤집을 해법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국내 감독은 안 된다는 것일까.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 세계 축구를 보면 자국 감독이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2018년부터 대표팀을 이끌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32강 진출을 이뤄냈고, 3기 체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체제에서 월드컵 정상에 올랐고, 스페인 역시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 아래 다시 경쟁력을 회복했다.
국내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시대는 아니다. 문제는 한국 축구가 국내 지도자를 어떻게 육성하고 준비시키느냐다. 대표팀 감독은 K리그 우승 경험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월드컵에서는 데이터 분석, 상대 맞춤 전술, 세부 훈련 프로그램, 경기 중 전술 수정 능력까지 세계 최고 수준을 요구한다.
유럽과 남미 강호들은 이미 전담 분석팀과 스포츠사이언스, 세트피스 코치, 전문 전술 코치를 활용하며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감독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구조가 여전히 강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감독 선임 방식 역시 장기적인 육성보다 단기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표팀 감독이 될 국내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도 부족하다. 해외 연수와 최신 전술 교육, 국제대회 경험 축적 등 장기적인 준비 과정 없이 월드컵 직전 대표팀을 맡는 경우도 반복됐다.
결국 문제는 국내 감독이 아니라 국내 감독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허정무 이후 16년 동안 한국은 홍명보, 신태용, 다시 홍명보까지 국내 감독에게 월드컵을 맡겼지만 모두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반면 가장 긴 시간을 보장받았던 외국인 감독 벤투는 대표팀만의 철학을 만들었고, 16강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왔다.
이제 한국 축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다음 감독이 누구냐가 아니다. 왜 허정무 이후 국내 지도자들이 반복해서 같은 한계에 부딪히는지,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대표팀 감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감독 한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세계 축구와 경쟁할 지도자를 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허정무 이후 16년 동안 반복된 실패가 한국 축구에 남긴 가장 큰 과제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