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금융감독원은 29일 분조위가 채권형 랩 운용 손실에 대해 증권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 분조위는 증권사가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CP·채권을 고가 매수하고 만기 불일치·리스크 관리 소홀로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 이에 따라 증권사는 신청인 A에게 12억6000만원(70%), 신청인 B에게 3억9000만원(60%)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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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채권형 랩 상품 운용 과정에서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증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인 증권사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첫 조정 결정이다.
30일 금융감독원은 분조위가 지난 29일 증권사가 고객의 채권형 랩 상품을 운용하면서 기업어음(CP)·채권을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고가 매수하고 만기 불일치 전략을 취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행위에 대해 손해액 일부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해당 증권사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배상 비율은 고객별로 60~70%를 적용했다.

채권형 랩 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과 1대1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다수 고객 자산을 집합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개별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를 반영해 단독 운용할 수 있어 법인 고객의 단기 자금 운용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 상품은 법인 고객의 단기 자금 운용 목적의 단기 계약으로 운용되지만,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운용 기간보다 만기가 긴 채권이나 CP를 편입하는 구조가 쓰였다. 만기 시 보유 자산을 매각해 상환하는 실적배당 상품인 만큼 투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CP 가격이 하락했고, 채권형 랩 상품에서도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과 사적 화해를 진행했지만 배상 금액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민사소송과 금융감독원 분쟁 민원이 이어졌다.
이번 조정은 신청인 A와 신청인 B가 같은 증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분쟁 민원 2건에 대한 결정이다.
신청인 A는 2023년 3월 15일 해당 증권사에 금융상품 제안을 요청했고, 같은 달 22일 채권형 랩 상품 2건에 가입했다. 1차 랩 상품은 투자 금액 450억원, 목표수익률 4.3%, 가입일 2023년 3월 22일, 만기일 2023년 7월 6일, 기간 107일이었다. 2차 랩 상품은 투자 금액 350억원, 목표수익률 4.3%, 가입일 2023년 3월 22일, 만기일 2023년 8월 10일, 기간 142일이었다. 편입 자산은 AA- 이상 채권과 A1 이상 CP로,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포함했다.
해당 증권사는 1차 랩 상품 만기 하루 전인 2023년 7월 5일 운용역의 행위로 손실이 발생해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환매를 연기했다. 신청인 A는 같은 해 8월 10일 가입 금액 800억원에 대해 출금 신청을 했고, 투자 원금보다 4억6000만원 적은 795억4000만원을 상환받았다.
신청인 B는 2023년 4월 5일과 5월 23일 해당 증권사로부터 채권형 랩 상품을 제안받고 다음 날 각각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했다. 1차 랩 상품은 투자 금액 100억원, 목표수익률 3.60%, 가입일 2023년 4월 6일, 만기일 2023년 7월 6일이었다. 2차 랩 상품은 투자 금액 50억원, 목표수익률 3.80%, 가입일 2023년 5월 24일, 만기일 2023년 8월 24일이었다. 편입 자산은 A1 등급 이상 CP로,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담보 ABCP가 포함됐다.
신청인 B는 2023년 7월 3일 해당 증권사로부터 약 4억5000만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상세 거래 내역을 검토해 CP 고가 매입과 만기 불일치 운용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해 7월 6일 운용 중단을 지시했다. 신청인 B는 만기 도래 이후에도 당시 CP 가격 하락 등으로 환매가 어려워 상환받지 않고 편입 CP 만기인 2024년 3~4월까지 보유한 뒤 최종 150억3000만원을 상환받았다.
분조위는 이번 사안의 주요 쟁점으로 ▲불법행위 인정 여부 ▲손해액 산정 기준 ▲손해배상 비율을 논의했다.
자본시장법 제96조는 투자일임업자가 투자자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분조위는 신청인과 증권사가 제출한 자료, 금융감독원 검사 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해당 증권사가 대부분 시가 기준인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CP·채권을 고가 매수한 행위는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해당 증권사가 신청인 A·B의 채권형 랩 상품 만기가 임박한 시점에 잔존 만기가 긴 채권·CP를 편입하고도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점도 의무 위반으로 봤다. 신청인 A의 경우 랩 상품 만기가 2개월 미만 남은 2023년 6월 25일 잔존 만기 10개월 채권이 편입됐고, 신청인 B의 경우 만기가 2개월 미만 남은 2023년 6월 15일 잔존 만기 10개월 CP가 편입됐다.
금융감독원 검사에서는 해당 증권사의 상당수 고가 매수 거래 동기가 다른 고객의 목표수익을 맞추기 위한 이른바 '제3자 이익 도모'에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분조위는 이 증권사가 과거 유사한 불건전 영업행위로 제재를 받았음에도 위법한 운용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손해액은 관련 1심 판결과 같이 신청인 A·B가 만기 시 받을 수 있었던 원금과 수익, 실제 상환받은 금액의 차이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증권사의 자본시장법상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채권 운용 행위에 대해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목표수익률에 미달한 금액의 70%를 배상하도록 판단한 바 있다.
분조위는 1심 판결의 배상 비율 70%를 감안하되 신청인과 증권사 간 사실관계 차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과거 분쟁조정 사례 등을 종합해 별도 배상 기준을 적용했다. 가중 요소로는 채권·CP 거래 의도와 양태, 거래 빈도, 투자일임 자금 목적, 신청인의 운용 지시 이행 여부 등을 봤고, 감경 요소로는 신청인 A·B의 과거 투자 경험과 금융 전문성 보유 수준 등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해당 증권사가 신청인 A에게 손해액의 70%인 12억6000만원을 배상하고, 신청인 B에게 손해액의 60%인 3억90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결정이 투자자의 재산을 위법하게 운용할 경우 행정상 제재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5년 2월 채권형 랩·신탁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8개 증권사에 기관경고, 1개 증권사에 기관주의를 부과하고 9개 증권사에 총 289억7000만원 규모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조정 결정은 양 당사자인 신청인 A·B와 피신청인 증권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 수락하면 성립한다. 조정이 성립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9조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채권 거래 과정에서 적정 가격 산정 등 건전한 채권 운용 관행이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