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 '미·이란 전쟁'…환율 상승 부추겨
"환율 급등으로 한 학기 기숙사비 1000만원 넘어서"
[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4년째 미국에서 유학 중인 A씨는 무섭게 치솟는 월세와 식비를 감당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대용량 식료품을 사 주변 친구들과 나눠 쓰는 것도 이제 일상이 됐다.
2022년 출국 당시만 해도 한 달 생활비 예산은 240만 원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월 300만 원에 육박한다.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른 달러/원 환율 때문에만 한 달 지출이 40만~50만 원 늘었다는 설명이다.
A씨는 "교환학생 비자로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워 생활비 부담이 크다"며 "취미 활동을 줄이고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며 어떻게든 아끼고 있다"고 했다.
4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달러/원 환율은 호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교환학생들의 숨통을 더 죄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수십 원만 올라가도 현지에서 써야 하는 생활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2학기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갔다가 최근 국내로 들어온 최예슬씨도 현지 체류 기간 내내 환율과 씨름했다.
최씨는 "아침마다 학생들 단체 대화방은 환율 이야기로 가득했다"며 "환율이 내려가면 재빨리 환전하라고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가격이 3유로인 빵을 싸다고 생각해 집어 들었다가 5000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조용히 내려놓았던 적도 있다"고 했다.
환율 상승은 해외로 나가는 교환학생이 줄어드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e-나라지표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이 제공하는 국외 한국인 유학생(학위·연수 대학생 기준) 추이를 보면 2018년 약 22만명에서 2024년 약 12만9000명으로 약 41% 감소했다. 실제로 서강대에서 북미 지역 파견 학생 수는 2022년 122명에서 지난해 86명까지 줄었다. 2학기 파견 예정 인원을 포함한 올해는 70명대다.
서강대 관계자는 "환율 급등으로 한 학기 기숙사비가 1000만 원을 넘어서면서 비용 부담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며 "미국 내 물가 상승세까지 더해져 학생들이 실제 체감하는 비용은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후 중동 정세 불안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져서다. 더욱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한국 경제 부담 가중이 원화 약세도 부추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2시 기준 1480.2원에 거래됐다. 반년 전인 지난해 9월 4일 종가(1393.8원)와 비교하면 약 87원 올랐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야간 거래에서 한 때 1505.8원까지 치솟았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은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동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불투명해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 정세 불안 외에도 미국으로의 투자 자금 쏠림 현상 등 환율 상승을 부추길 요인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