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규모 지속적으로 확대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제약·바이오 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열기가 주춤하고 있다. 국내 다수 기업들이 개발을 접거나 비만치료제나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개발로 눈을 돌리는 사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대표 주자로 꼽힌다.
다만 주요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돌입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뚜렷한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올해까지 기술수출 3건 달성을 목표로 내건 만큼,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 확보와 기술수출 논의 진전 여부가 회사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전략과 기업가치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고형암 면역항암제 'CJRB-101'의 미국·한국 임상 1/2상을 진행 중에 있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임상 승인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같은 해 10월 첫 환자 투여가 이뤄졌다. 미국 임상의 경우 지난 2024년 10월 첫 환자 투여를 진행했다. 지난해 3월 임상 1상 환자 모집이 모두 완료됐으며, 데이터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
CJRB-101의 적응증은 면역항암제 불응성 고형암으로 1차 타겟은 폐암이다. 면역을 활성화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기전을 지녔다. 앞서 폐암 마우스 모델 대상 전임상에서 면역항암제 단독 대비 항암 유효성을 확인한 바 있다.
해당 후보물질은 발효식품에서 발견된 신종 균주로 유럽식품안전청(EFSA) 등재를 통해 인체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산소에 강해 대량 생산에 용이한 것이 강점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CJRB-101의 1/2상 중간 결과를 포스터 초록 형태로 처음 공개했다. 고형암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CJRB-101와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용량제한독성 없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고, 일부 환자에서 종양 축소와 항종양 활성이 관찰됐다.
이 외에도 회사는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 'CJRB-201'와 파킨슨병 치료제 'CJRB-302', 천식 치료제 'CJRB-401' 등을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이들 후보물질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CJRB-201의 경우 전임상에서 염증 지표 개선과 사이토카인 분비 억제 효과 등을 확인했으나, 임상 1상 진입 시점과 초기 안전성·PK(약동학) 결과가 확인돼야 경쟁력을 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4년 6월 '뉴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6년까지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로 내건 시점은 올해다. 하지만 주요 파이프라인이 아직 1상 단계에서 눈에 띌만한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 파이프라인도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연내 성과를 내기는 요원하다는 평가다.
재무 환경 역시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회사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332억원, 2023년 320억원, 2024년 342억원의 손실을 봤다. 반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2년 464.12%, 2023년 403.98%, 2024년 663.07%로 나타났다.
그 사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열풍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기업 중 하나였던 지놈앤컴퍼니는 GEN-001의 임상 2상에서 유의성은 확보했으나, 3상 진입을 포기하며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다. 고바이오랩의 경우 건선·장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이 임상 2상에서 주요 유효성 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임상을 자진 취하했다.
전 세계적으로 100여개 이상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개발 중에 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2개 수준에 그쳐 선례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우리 몸에 공생하며 살아가는 미생물들의 집합과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환경과 기능 전체를 뜻한다. 하지만 개인별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각기 다르고 같은 약을 쓰더라도 편차가 크며 작용 기전이 복합적이라 임상에서 일관된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당초 지난해 CJRB-101의 임상 2상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시기가 늦춰지면서 1상 단계에서 추가 임상 데이터를 통해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확보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열기가 다소 주춤한 것은 일반 신약과 동일한 개발 비용이 투입되는 반면, 임상에서 명확한 성공 사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CJ바이오사이언스 역시 CJRB-101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기술수출과 기업가치 평가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