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언니는 나의 영원한 롤모델입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우상'을 넘어섰지만, 고개는 더 깊이 숙였다. 한국 스노보드의 새 얼굴 최가온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다음 날인 14일(한국시간) '전설' 클로이 김(미국)의 계정에 찾아가 글을 남겼다. 역전극의 승자가 남긴 한 줄은, 세대교체가 이뤄진 이번 올림픽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은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렸다. 1차 시기부터 88.00점을 적어낸 클로이 김이 앞서 나갔다.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3차 시기, 흐름이 바뀌었다. 1차 시기에서 머리를 찧는 부상을 당해 완주가 어려워보였던 최가온이 무결정 연기로 90.25점을 찍었다. 높은 체공과 안정된 랜딩, 흔들림 없는 콤비네이션. 점수판에 1위의 이름이 바뀌는 순간, 최가온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다시 헬멧을 썼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클로이 김은 더 높은 점수를 노리다 넘어졌다. 은메달로 강등 확정. 하지만 고개를 떨군 건 잠시였다. 그는 가장 먼저 최가온에게 달려가 축하의 말을 건네며 포옹했다.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최가온을 다독였다. 승부에서 진 패자라기보다, 언니의 표정에 가까웠다.


클로이 김은 이 자리에 선 것 자체가 투혼이었다. 지난달 스위스 라악스 훈련 중 어깨 탈구, MRI 검사 결과 관절와순 파열. 보호대를 착용한 채 출전했지만 예선 1위, 결선 2차 시기까지 1위를 달리며 여전히 '여왕'임을 증명한 그였다.
경기 후 클로이 김은 자신의 SNS에 "한 달 전만 해도 내가 올림픽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어두운 공간에 있었고, 많은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검증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남겼다.
그리고 그 글 아래, 새 챔피언이 헌정의 댓글을 달았다. 이번 우승으로 최가온은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동시에 이 종목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3개월)도 다시 썼다. 공교롭게도 종전 기록 보유자는 2018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낸 클로이 김(17세 10개월)이었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