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어"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차준환에게 4위라는 결과는 숫자 이상으로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준비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버텨낸 끝에 도달한 자리였기에 메달과 불과 0.98점 차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차준환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5.16점, 예술점수(PCS) 87.04점을 받아 합계 182.20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92.72점을 획득했던 그는 총점 273.92점을 완성했다.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 24명 가운데 최종 4위였다. 동메달을 차지한 사토 슌(274.90점)과의 격차는 단 0.98점. 쿼드러플 토루프에서의 한 차례 착지 실수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메달을 기대할 수 있었던 점수였다.
이번 대회는 차준환의 세 번째 올림픽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정성일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차준환은 2018년 평창에서 15위로 당시 한국 남자 싱글 최고 순위를 세웠고, 2022년 베이징에서는 5위로 다시 역사를 고쳐 썼다. 그리고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에서는 또 한 계단을 끌어올리며 꾸준한 성장 곡선을 완성했다.
이번 성과는 결코 순탄하게 얻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시즌 초반부터 장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피겨 선수에게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부츠가 발에 맞지 않으면서 발목 통증이 이어졌고,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는 8위, 4차 대회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 이어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장비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수정하는 한편, 통증을 관리하며 훈련을 이어갔다.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과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난도를 낮췄던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4회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 1개, 프리스케이팅 2개만 배치했다. 무리하게 기술 난도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완성도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었다.
또한 새 시즌 프로그램 '물랑루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대신, 지난 시즌 선보였던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로 돌아가는 쉽지 않은 결단도 내렸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그는 첫 4회전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좋은 흐름을 만들었지만,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넘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연기를 빠르게 추슬렀고, 점프와 스핀, 스텝 요소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프로그램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특히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카기야마 유마와 일리야 말리닌이 4회전 점프에서 흔들린 점을 감안하면, 차준환의 '완성도 중심 전략'은 절반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

경기 후 그는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작은 실수가 하나 있어 아쉽지만, 나머지 요소에서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년이 많이 떠올랐다. 세 번째 올림픽이라 그런지 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집중력이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완성도 높은 연기를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펼쳐냈다. 그는 "경기 내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다. 더 이상 남는 게 없을 정도였다"라며 "준비한 것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밝혔다.
점프 실수에 대해서도 그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실수는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이후"라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프로그램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 시간에도 응원을 보낸 팬들에게는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쇼트와 프리 모두 정말 모든 걸 쏟아부은 올림픽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인데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라고 했다.
메달은 손에 닿지 않았지만, 세 번의 올림픽 동안 매번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간 차준환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가 보여준 치열함과 성장의 궤적은 한국 남자 피겨 역사 속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으로 기록됐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