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읽고 세상도 읽어요" 배움으로 달라진 일상
서울 문해교육 졸업식, 초·중학 학력인정 668명 배출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 앞은 학사모를 쓴 만학도들로 가득했다.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 객석에는 가족과 지인들의 스마트폰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2025학년도 학력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초등·중학 학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모두 668명,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학생들이었다.
"지금 94살이거든요. 나이가 많잖아요. 옛날에는 학교에 갈 수가 없었어요. 2년 공부하고 나니 친구도 많이 생기고 모르던 한글도 아니까 어디든 표시만 있으면 찾아다닐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유튜브도 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게 됐어요. 자식들이 '우리 엄마 진짜 똑똑해졌다' 하는 말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1933년생 김점례 씨는 전쟁과 가난 속에서 글을 배울 기회가 늘 뒤로 밀렸다. 한글 간판은커녕 'ABC'가 뭔지도 몰라 늘 남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김 씨는 친구들과 손을 잡고 문해학교 문을 두드렸다. 예전 같으면 지하철역 이름조차 남에게 물어야 했지만 지금은 강남이든 어느 동네든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
김 씨는 "노인들한테도 이렇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졸업도 해보게 해주는 세상이 됐다"며 "걸어 다닐 수 있는 한 찾아다니면서 배워야 한다.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이제 일도 끝마칠 나이가 돼서 배움이나 한번 얻어보자 했어요. 그러다 강서도서관 문해 교육을 알게 됐고 거기 다니면서 글도 배우고 책도 빌려 보게 된 거죠. 이렇게 늦게라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말로 다 못합니다."
초등 학력을 인정받은 방병현(79) 씨는 '우수 학습자'로 표창장을 받았다. 방 씨는 "그렇게 잘하는 건 없는데 우수 학습자로 뽑아주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 그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학교 대신 농사일을 도왔다. 공부는 엄두도 못 내고 집안일만 하던 방 씨는 예비군 훈련을 가던 길에 크게 다쳐 1년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서서 하는 일은 포기하고 봉제공장에 앉아 실밥을 따고 미싱을 돌리며 생계를 이어갔다. 일에서 물러날 나이가 되자 방 씨는 '배움'으로 눈길을 돌렸다.

"80 넘어 도전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해보려고 해요. 도전하다 보면 뭐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기옥(83) 씨는 체육처럼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수업은 힘들다면서도 글자를 익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그저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세상을 읽는 눈'이 달라졌다. 올해 초등 과정을 마친 이 씨는 곧바로 중학교 과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도 그는 스마트폰으로 글자를 따라 쓰고 받아쓰며 '혼자 공부'를 이어왔다. 이 씨는 "늦게라도 하면 다 된다"며 "스스로 아는 것이 힘이 된다. 아직 고민하는 분들에겐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얼른 가서 등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설치·지정한 52개 문해교육 기관에서 과정을 이수한 만학도 668명은 이날 초등 464명, 중학 204명 학력을 인정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2000여 명이 참여 중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6학년도에는 상급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습자를 위해 중학 과정을 6학급 추가해 총 145학급으로 늘릴 계획이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