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효력은 제한적…트럼프 정치적 부담 가중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통상·경제정책인 보편 관세와 캐나다 등 동맹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에 반대하는 결의안 표결이 다시 가능해졌다. 여당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방어하기 위해 밀어붙인 표결 금지 규칙안이 당내 이탈표로 부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의회 차원의 공개 심판대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미 하원은 10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오는 7월 3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상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214표, 반대 217표로 부결됐다. 이 규칙안에는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조치 관세에 대해 하원이 신속 종료 결의안을 발의·표결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규칙안 통과에 사활을 걸다시피했지만, 민주당 의원 214명 전원에 공화당 의원 3명의 이탈표가 더해지며 끝내 실패했다.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중도 성향의 돈 베이컨(네브래스카), 트럼프 대통령 측과 가까운 케빈 카일리(캘리포니아), 자유지상주의 성향의 토머스 매시(켄터키)로, 당내 이념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관세를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세금이자 경제적 순손실"로 보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공화당 지도부는 당초 오후로 예정됐던 표결을 밤으로 미루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까지 의사당에 보내 설득에 나섰으나 이탈표를 막지 못했다. 존슨 의장은 특히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늦어도 회기가 만료되는 6월 말까지 나올 예정인 만큼, 그때까지 의회가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두고 "초박빙 의석 구조 속에서 드러난 공화당 지도부 리더십의 민낯"이자 "뼈아픈 패배"라고 평가했다.
규칙안이 무산됨에 따라 민주당은 이르면 11일부터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겨냥한 하원 결의안 표결을 강행할 방침이다. 민주당 보좌진들은 "이번 주 첫 표결 대상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반대 결의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브라질 등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를 겨냥한 추가 결의안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즉각 멈춰 세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원을 추가로 통과해야 하는 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양원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표결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 차원에서 초당적 반대 의사를 공식 문서로 남길 경우,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드러내는 상징적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악관도 관련 결의안이 본격 추진될 경우 강력 반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미·캐나다 관계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당인 공화당 일부 의원들마저 대통령의 간판 경제정책인 관세 공세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 2기 통상·대외정책 추진력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