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이후 개인신용·중금리대출 급감…중·저신용자 흔들
영업구역·투자 규제 겹쳐 수익 기반 약화…업계 "정책 재조정 필요"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은행·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가졌지만, 저축은행 CEO와는 5개월 넘게 공식적인 소통 자리를 갖지 못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저축은행 소외론'이 확산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은행장 20명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10월에는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보험사 CEO, 금융 유관기관과 차례로 만났다. 이어 11월에는 여신전문금융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며 주요 금융업권과의 상견례를 마무리했다.

반면 저축은행 CEO 간담회는 일정이 잡힐 때마다 연기됐다. 당초 지난해 12월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이 위원장 일정 등을 이유로 한 차례 미뤄졌고, 오는 5일로 다시 잡혔던 일정도 국회 정무위원회 일정으로 또다시 이달 말로 순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금융정책 논의 과정에서 저축은행과의 소통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통상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각 금융업권과 상견례를 통해 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업권별로는 현안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전달해 왔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이 같은 공식 소통의 출발선에 아직 서지 못한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이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업권이 처한 구조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규제 환경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정책적 숨통을 틀 계기를 기대해 왔다. 간담회가 열릴 경우 중금리대출 규제 완화,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조정, 유가증권 투자 한도 확대, 인수합병(M&A) 및 부실채권(NPL) 매각 관련 규제 개선 등이 핵심 건의 사안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실제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최근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영업 환경 전반이 위축된 상태다. 대출 총량 규제로 여신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적금 금리를 무리하게 인상해 자금을 유치할 여지도 크지 않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저축은행 수신 규모는 6개월 만에 다시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9월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며 수신 확대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 흐름은 정반대였다.
정책 효과가 중·저신용자 금융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총량·한도 규제로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영업이 위축되면서 중·저신용자 금융 기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27 가계대출 대책으로 개인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의 100% 이내로 제한되면서, 저축은행의 핵심 수익 기반인 개인신용대출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여파로 중금리대출 공급도 빠르게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사잇돌대출 포함) 취급액은 2조2375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2.7% 감소했다. 중금리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 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상품인 만큼, 공급 축소가 이어질 경우 중·저신용 차주의 제도권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부동산과 무관한 생계·생활비 목적의 대출만이라도 규제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용금융 기조와 가계대출 규제가 현장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한편 여신금융업계 역시 카드론에 대한 규제 예외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저축은행의 요구 역시 단기간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역시 구조적 부담으로 지적된다. 현행 제도상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내에서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 이상을 취급해야 하며,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40%가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이 규제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 실적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대출 중심의 영업이 제약된 상황에서 자산 운용의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주식·채권·펀드 등 유가증권 투자 한도에서 다른 금융업권보다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최근 증시 상승 국면에서도 수익 다변화를 제한하며 자산 운용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간담회 일정이 늦어진 것을 두고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업계 현안은 위원장 취임 이후 실무적으로 전달돼 왔고 국회 정무위원회 일정이 우선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CEO 상견례 시점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정책 추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