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하원에 출석해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혹에 대해 증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의회 모독 혐의로 고발될 상황에 놓이자 부랴부랴 직접 출석해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지시간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클린턴 부부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상호 합의된 날짜에 출석해 증언할 테니 의회모독 고발 절차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고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클린턴 부부에게 직접 의회에 나와 엡스타인과의 개인적 친분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지난달 21일 두 사람을 의회 모독 혐의로 고발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동참했다.
하원 본회의의 최종 표결은 이르면 현지시간 2월4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클린턴 부부는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하원의 최종 결의에 따른 검찰 회부 및 법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변호인을 통해 의회 출석 의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머 위원장은 클린턴 부부의 이번 제안이 의회모독 고발 절차를 중단할 수 있을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클린턴 측 변호인이 "합의 조건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증언 일자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그들이 동의한 조건을 명확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인 앤절 우레냐는 소설미디어 X(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클린턴 부부는 성실하게 협상했지만, 당신(코머 위원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도 "전 대통령과 전 국무장관은 (의회) 증언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두 사람은 의회 직접 증언이 아닌 사전 녹회된 인터뷰 형태로 조사에 응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례는 드물지만, 이번 사안은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과 피터 나바로는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결과, 의회 모독죄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바 있다.
클린턴 부부는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단 활동을 위해 엡스타인의 개인 전용기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엡스타인의 사유지를 방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소환에 대해 "정당한 입법 목적이 결여됐으며, 단지 클린턴 부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측근들 또한 "클린턴 부부가 이미 서면 진술을 제출하고 공식 증언 대신 인터뷰 방식으로 조율하려 시도하는 등 협조적이었다"고 옹호했다.
신문은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 일부가 포함돼 있지만, 그 자체로 불법 행위와의 관련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3년 엡스타인의 연인 길레인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을 기념해 만든 축하 앨범의 목차에서 '친구(friend)'로 분류됐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에 "엡스타인의 아이 같은 호기심과 변화를 이뤄내려는 열정, 그리고 친구의 위로를 칭찬한다"는 자필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코머 위원장과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엡스타인 연루 혐의는 조사하지 않는다며 이중잣대를 지적하고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팜비치 지역의 이웃으로 함께 교류했지만, 트럼프는 "지난 2006년 엡스타인이 체포되기 훨씬 전에 관계를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엡스타인의 50세 생일 기념 앨범에는 나체 여인 그림과 함께 '트럼프' 서명이 들어간 편지가 수록돼 있지만, 트럼프는 "가짜"라며 자신이 쓴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