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보유자, 매도 후 다시 매집
2025년 연간 손실 기록할 듯...2026년 암호화폐 시장 '분기점' 될 것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연말 거래가 한산해진 가운데 31일 비트코인과 주요 암호화폐는 약세를 보이며 뚜렷한 방향성 없이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8시 기준 비트코인(BTC)은 8만8000달러선에 거래되며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주 8만6000달러~9만달러 박스권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ETH)도 2976달러로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XRP는 1.86달러로 24시간 전에 비해 0.44% 오르고 있으며, 솔라나(SOL)는 126.18달러로 1.37% 상승하는 반면, 도지(DOGE)는 1.29% 내리는 등 주요 알트코인은 엇갈린 흐름이다.

◆ 산타 랠리 실종… 연말 '리스크 오프' 확인
연말 기대됐던 '산타 랠리'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12월 내내 주요 가격대를 회복하지 못한 채 매도 압력에 눌렸다. 비트코인은 12월에 약 22% 하락해 2018년 이후 최악의 12월을 기록할 전망이며, 이더리움은 2025년 4분기에 28% 넘게 떨어질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은·백금 등 귀금속이 금리 인하 기대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강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고위험·고변동성 자산으로 인식되며, 유동성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방어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장기 보유자, 매도 후 다시 매집
다만 투자자들 사이 매집 움직임도 다시 포착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체크온체인에 따르면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LTH)는 7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매집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보유자는 최소 155일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한 투자 주체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단기 가격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성향을 가진 집단으로 분류된다. 최근 30일 기준 이들 장기 보유자는 약 3만3000BTC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번 매집 전환이 곧바로 시장의 강세 신호로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조정 국면에서 장기 보유자들은 이미 100만BTC 이상을 매도했는데, 이는 2019년 이후 이 집단에서 나타난 가장 큰 규모의 매도 압력이다. 가격 상승 국면에서 보유 물량을 대거 시장에 내놓은 뒤, 최근 가격 조정 과정에서 다시 일부를 거둬들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이클에서 장기 보유자의 대규모 분배는 이미 세 차례 발생했다. 첫 번째는 2024년 3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같은 해 11월 추가 상승 국면에서였다. 이번 조정 구간에서 나타난 매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장기 보유자들이 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차익 실현에 나서고, 조정 구간에서는 선별적으로 재매집하는 전형적인 사이클 패턴이 다시 한 번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25년 연간 손실 기록할 듯...2026년 암호화폐 시장 '분기점' 될 것
2025년은 비트코인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해다. 10월 10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직후 발생한 급락과 대규모 청산은 시장의 변동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2026년이 비트코인과 위험자산 전반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디지털 자산 경쟁 심화와 거시 환경 변화가 약세 시나리오를 자극하는 반면, AI 확산과 유동성 완화는 강세 논리를 지지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 전략가는 비트코인이 2026년까지 최대 90% 급락해 1만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약세 전망의 배경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 내 경쟁 심화를 지목했다.
맥글론은 "비트코인은 2009년 등장한 최초의 암호화폐였지만, 현재는 수백만 개의 디지털 자산 경쟁자가 존재한다"며 "이 점이 비트코인의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을 금과 비교하며, 금은 은·백금·팔라듐 등 소수의 경쟁 자산만 존재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과도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맥글론은 금 가격이 2026년 온스당 50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며, 금 강세가 오히려 위험자산 조정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고는 비트코인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 대비 약 30% 낮은 수준에서 연말 거래에 들어가는 시점에 나왔다. 투자 심리 위축은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12월 들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약 1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11월 기록된 35억달러 규모의 자금 이탈에 이은 추가 매도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과 귀금속 등 다른 자산군은 연말 랠리를 이어가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 연준 유동성에 낙관론도..."단기 20만달러 상승" 전망도
다만 모든 시장 전문가가 비관적인 전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아서 헤이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공급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단기간에 20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헤이스는 연준이 매달 약 4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 자금이 위험자산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코인스위치 마켓 데스크는 비트코인이 9만달러 위에서 안착하지 못하며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이 정리됐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8만7000~8만7300달러 구간을 단기 지지선으로 보고 있으며, 이 수준이 무너질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반대로 8만8800~8만9500달러 구간을 회복할 경우 단기 숏 스퀴즈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