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베르은행 전 CFO는 제재 제외 '눈길'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무인기(UAV) 및 탄도미사일 기술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무기 거래 네트워크를 겨냥한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30일(현지시간) 이란 방산기업 '쿠드스항공산업(QAI)'이 설계한 무인기를 베네수엘라에서 조립·생산해온 베네수엘라 국영항공우주회사(EANSA)와 이 회사 호세 헤수스 우르다네타 곤살레스 회장을 포함한 10개 개인 및 법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무부에 따르면 EANSA는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QAI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무인기를 베네수엘라에 판매하는 과정을 지원했으며, 이란과 베네수엘라 군 관계자 간 협력을 통해 현지 무인기 생산의 핵심 연결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제재에는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의 핵심 성분인 과염소산나트륨, 세바스산, 니트로셀룰로오스 등 화학물질을 이란 '파르친 화학산업(PCI)'을 위해 조달하려 한 이란 인사들과,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드론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고급 기술을 제공한 업체들도 포함됐다. OFAC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모든 자산이 즉각 동결되고, 미국 시민 및 기업과의 모든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존 K. 헐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성명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공격적이고 무모한 살상무기 확산 행위에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란의 군사 산업을 지원하는 자들의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차단하는 신속한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부대변인 역시 "이란이 베네수엘라에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미 본토 인근 지역의 안보와 이익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이번 조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위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 스베르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던 알렉산드라 부리코를 제재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부리코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스베르은행의 고위 임원으로서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이후 며칠새 은행에서 물러났고, 이미 퇴직했음에도 제재 명단에 남아 있는 것은 부당하다며 2024년 12월 미 워싱턴 연방 법원에 재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해제는 이 소송 진행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재가동된 대이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앞마당'으로 여겨지는 중남미 지역에서 이란의 군사·안보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