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0만원 1년 한 과목 수준, 사교육비 절감 미미"
학부모 체감효과 제한적, 교육계선 구조개선 주문
[서울=뉴스핌] 황혜영 인턴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에게 연 50만원의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대책은 사교육비 경감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과목 1년치 수준으로 사교육 경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교사 업무 부담 확대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6년 3월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의 일환으로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초등 3학년 이상의 돌봄 수요는 상대적으로 낮고 학습 중심의 방과후 프로그램 수요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초3 방과후 참여율을 현재 45%에서 60%로 끌어올리고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교육부에 따르면 방과후 이용권 예산은 연 1060억원 정도다.
방과후 프로그램 바우처 지급은 공교육 안에서 교육·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초1·2는 늘봄학교 체제를 지원하고 초3 이상은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연 50만원'은 주 1회 1시간, 3개월 단위로 약 10만원인 방과후 수업료를 기준으로 하면 1년 한 과목 수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초3 사교육 참여율이 90%를 넘는 현실에서 연 50만원 이용권은 사교육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방과후 이용권 사업이 사교육비 경감에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사교육은 이미 경쟁 중심 구조로 굳어져 있어 단순히 방과후 참여율을 높인다고 해서 사교육 의존을 줄이긴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복지적 성격의 정책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 교사 업무 부담이 늘 수 있다"며 "방과후나 돌봄은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체계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 울타리 안에 모든 프로그램을 담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지역별로 방과후학교의 편차가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교육의 질을 고려해 결국 학원을 선택할 것"이라며 "방과후 이용권으로 사교육비가 일부 줄더라도 세금으로 지출되는 공교육비로 전환될 뿐 총량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방과후 프로그램은 학교 여건과 강사 수급에 따라 질 격차가 크다"며 "학교 안 방과후만으로 다양한 학습·예체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교육이 사교육과 대결 구도에 서기보다, 일정한 기준 아래 민간교육기관을 협력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교육비 경감에 집중하기보다는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는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초3~4학년은 학습 결손이 누적되기 전의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단순 이용권보다 맞춤형 학습 지원·기초학력 전담교사 확충 등 공교육 내부 역량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1인당 50만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같은 예산이라면 초등 저학년의 기초학력 결손을 막기 위한 전담교사 확충에 투자하는 게 공교육의 책무와 더 맞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방과후 수강권이 일부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선 학원을 끊기보다는 단지 학원 시간을 늦추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기초학력 미달 문제는 조기에 집중 지원하지 않으면 중·고교까지 누적되는 만큼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