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필에 미학적 기준을 세운 피천득 산문집
작품 해설은 인터뷰어 김지수 작가가 맡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수필가 피천득이 아들 수영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가 담긴 에세이집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민음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편지 모음 '수영이에게'는 피천득 작고 후 그의 작품을 관리하고 있는 아들 피수영 박사가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받은 것들이다. 피수영 박사는 국내 최초로 신생아 의료 체계를 정착시킨 명의이다.

이 편지 속 피천득은 아들에게 운동하고 담배를 끊으라고 걱정하고, 때로는 "밤이면 외롭고 쓸쓸하다"라며 노년의 적적한 생활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로 시작해 "안녕 안녕. 아빠."라는 다정한 문장으로 끝나는 편지를 읽다 보면, 피천득 문학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아버지로서의 얼굴'이 고요히 드러난다.
이번 에세이집은 기존 수필집 '인연'을 바탕으로 아들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들을 새롭게 더한 책이다. 딸 '서영이'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알려진 피천득이 아들 '수영이'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아들을 향한 담담하고 절제된 애정을 처음으로 보여준다. 제목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는 대표 수필인 '인연'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이 책에서 독자는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등 그의 단정하고 절제된 문장과 작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던 그의 수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격동의 20세기를 온전히 경험한 지식인인 피천득이 인간의 태도와 윤리를 고요히 증언하는 방식과 그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수필집의 작품 해설은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등을 쓴 한국 대표 인터뷰어 김지수 작가가 맡았다. 해설에 아들 피수영 박사의 인터뷰를 겸하며, 김지수 작가는 이 책을 단순 수필 선집이 아닌 '이 시대에 다시 묻는 삶의 태도'에 관한 책으로 확장한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