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AI의 본격 확산과 IP 전략의 고도화, 글로벌 시장의 구조적 확대가 2025년 콘텐츠 산업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로 나타났다.
17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NEXT K 2026' 행사가 개최됐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센터장은 "2025년은 AI가 단순한 기술적 화제성을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의 제작 방식과 유통 구조, 소비 경험까지 바꾸기 시작한 전환점의 해"라며 대표 수치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해의 산업 흐름을 정리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콘텐츠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5년 생성형 AI 활용률은 20%에 도달했다. 송 센터장은 "혁신 기술은 활용률이 15~20%를 넘는 시점부터 급격한 확산 국면에 진입한다"며 "콘텐츠 산업 역시 2025년을 기점으로 AI 활용이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분야별로 보면 방송·영상 분야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방송 영상 분야의 AI 활용률은 2024년 3%에서 2025년 30.8%로 약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I 영상에 대한 이질감이 강했지만, 빠르게 개선된 기술 완성도가 현장의 인식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반면 음악과 출판 분야는 창작의 고유성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해 AI 활용 확산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공식 도입과 별개로 종사자 개인의 AI 활용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게임 종사자의 72%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기획·프로그래밍·사업관리 등 전 직군에서 활용이 확산됐다. 방송·영상 종사자의 경우에도 37%가 AI를 활용하고 있었고, 작가(61.7%)와 기획자(44.1%) 비중이 높아 제작 이전 단계에서의 활용 증가가 확인됐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2025년에는 제작 전반에 AI를 적용한 장편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사례가 등장하며, AI에 적합한 제작 공법과 시장성, 인간과 기술의 협업 구조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됐다.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 이용자 반응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게임 NPC, 콘텐츠를 구조적으로 재편집하는 AI 제작 툴 등은 '이용자를 이해하는 콘텐츠 AI'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평가됐다.
송 센터장은 AI의 효용과 한계를 동시에 짚었다. 그는 "AI는 데이터를 통해 한 해를 기록하지만,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기억한다"며, AI가 선택한 '올해의 콘텐츠'와 인간 심사 기준 간의 차이를 예로 들었다. AI는 조회 수와 화제성 중심의 선택을 한 반면, 인간은 몰입도와 작품성, 혁신성을 중시했다는 설명이다.
IP 전략 측면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 2025년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 가운데 IP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9.3%로 집계됐다. 시즌제와 스핀오프를 짧은 제작 주기로 운영해 팬덤의 관심을 유지하고 제작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숏폼을 활용해 알고리즘 노출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전략도 강화됐다.
게임 분야에서는 과거 IP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 모던 IP'가 주목받았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결합, 구작과 신작 간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IP 레버리지 전략이 효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동시에 경쟁력 있는 신규 IP도 꾸준히 등장했는데, 특히 2025년에는 한국적 색채가 강한 소재의 콘텐츠들이 두드러졌다.
한국의 역사와 일상, 정서를 담은 작품들이 글로벌 이용자에게 새로운 서사로 소비되며, K콘텐츠의 문화적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송 센터장은 이를 단순한 소재 트렌드가 아닌 "K콘텐츠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체질 전환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수출 지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은행 서비스무역수지 기준으로 2025년 상반기 K콘텐츠 수출은 2021년 대비 중남미 391%, 중동 328%, 기타 지역 636% 성장했다. 특정 지역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이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넷플릭스에서는 K콘텐츠가 미국 외의 콘텐츠 중 세계 2위 시청률을 기록했다.
콘텐츠 소비 측면에서는 OTT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됐다. 2025년 기준 OTT 이용률은 89.1%, 음악 이용률은 81.9%로 세대와 취향을 넘어 가장 보편적인 콘텐츠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용자들은 월 평균 2.6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호밍 구조를 보였고, 이에 따라 플랫폼들은 숏폼·라이브·루틴형 콘텐츠를 결합한 이용자 고착 전략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했다.
한편 방송·영상 분야는 제작비 상승과 투자 여력 약화, 게임과 영화관은 이용률 감소 등 구조적 위기도 병존했다. 송 센터장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세액공제 확대, 정책금융 강화, AI 전환 지원 등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은 AI와 IP, 글로벌 확장을 통해 K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가시화된 해"라며 "이 흐름은 향후 '넥스트 K' 시대를 여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