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 시간 선택권 확대…변동성·과도한 단타 유혹 경계 필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등 주요 기술 기업이 상장된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나스닥(Nasdaq)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사실상 24시간 거래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나스닥이 24시간 거래를 위해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번 서류 제출은 나스닥이 주 5일, 23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첫 공식 절차다.
앞서 탈 코언 나스닥 사장은 지난 3월 규제 당국과 논의를 시작했으며, 2026년 하반기 중 주 5일 상시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CBOE 글로벌 마켓 역시 최근 24시간에 근접한 주 5일 거래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주식의 상시 거래에 대한 투자자 수요는 최근 몇 년간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규제 당국은 정규 거래 시간 외 거래를 허용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고 주요 거래소들의 제안을 승인해 왔다.
나스닥 집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은 전 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17조 달러에 달했다.

◆ 두 세션으로 나눠 23시간 연속 거래
나스닥은 주식과 상장지수상품(ETP)의 거래 시간을 현재의 하루 16시간에서 주 5일 기준 23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나스닥은 평일 기준 하루 세 차례 거래 세션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마켓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4시부터 9시 30분까지, 정규 거래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23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 나스닥은 하루 두 개의 거래 세션을 운영하게 된다. 주간 세션은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며, 이후 시스템 유지·점검 및 결제 처리를 위한 1시간의 휴지 시간이 주어진다. 야간 세션은 오후 9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4시에 종료된다.
주간 세션에는 기존의 프리마켓·정규장·애프터마켓이 모두 포함되며, 오전 9시 30분 개장 종과 오후 4시 마감 종도 그대로 유지된다. 야간 세션 중 오후 9시부터 자정(12시)까지 체결된 거래는 다음 거래일의 거래로 간주된다.
새로운 체제에서는 거래 주간이 일요일 오후 9시에 시작해, 금요일 주간 세션 종료 시점인 오후 8시에 마감된다.
나스닥의 거래 시간 확대를 지지하는 측은 특히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이 정규 거래 시간 외에 발생하는 주요 이슈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나스닥 북미 시장 담당 수석부사장인 척 맥은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스닥 상장 기업에 대한 수요가 과거보다 훨씬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 거대한 시장에 자신들의 조건과 시간대에 맞춰 접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월가 주요 은행들은 유동성 감소, 변동성 확대, 투자 대비 수익성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상시 거래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서학개미들에 미칠 영향은?
나스닥의 주 5일 23시간 거래 추진이 본격화되면, 국내 이른바 '서학 개미'들의 투자 패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시간 제약' 완화다. 지금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나스닥 정규장(한국시간 밤~새벽)에 맞춰 잠을 줄여가며 거래하거나, 프리·애프터마켓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나스닥이 주간·야간 두 세션으로 23시간 내내 문을 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자들은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춰 보다 유연하게 매매 타이밍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변동성 관리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요 지표 발표, 기업 실적, 지정학적 이슈 등이 정규장 밖에서 터질 경우, 지금은 선물·CFD(차액결제거래) 시장을 통해서만 가격이 반영되지만, 23시간 거래 체제에서는 실제 현물 주식 가격이 거의 실시간으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한국 투자자들은 장 외 시간대에도 보유 종목을 바로 팔거나 살 수 있는 대신, 밤·새벽 시간에도 급등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