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관광·비즈니스업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이용한 방문객에게 최대 5년 치 소셜 미디어(SNS) 기록을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 중이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 강화 기조를 반영한 조치로 미국 여행 환경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0일(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정보수집 규정 변경안을 게재하고, 전자여행허가제(ESTA) 신청자에 대한 소셜 미디어 기록 및 추가 정보 요구 방안에 대한 60일 의견 수렴에 나선다고 공지했다. 변경안은 ESTA 신청서에 '소셜 미디어'를 필수 데이터 요소로 추가하여 신청 시 지난 5년간 사용한 계정을 모두 제출하도록 했다.
변경된 규정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관광·단기 출장객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 외에도 영국·프랑스·독일·일본·호주·이스라엘 등 약 40여 개 VWP 국가 국민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ESTA는 미국과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국가의 국민이 따로 비자를 받지 않아도 출장, 관광, 경유 등의 목적으로 미국을 최대 90일까지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ESTA는 통상 2년 동안 유효하며, ESTA 소지자는 해당 기간 동안 여러 번 입국할 수 있다.
제안서에는 소셜 미디어 외에도 '고부가가치 데이터 요소'가 대폭 추가되는데, 가능한 경우 지난 5년간 사용한 전화번호와 지난 10년간 사용한 이메일 주소, IP 주소는 물론 지문, 유전자(DNA), 홍채 등 생체 정보와 가족 구성원의 인적 사항 등이 포함된다. 또 기존 정부 웹사이트를 통한 ESTA 신청 방식을 단계적으로 없애고, 전용 모바일 앱 이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의 소셜 미디어 계정 공개 요구는 이미 다른 비자 발급에서는 광범위하게 시행돼 왔고, 연간 1500만 명 안팎에 이르는 이민·비이민 비자 신청자들이 지난 5년간 사용한 계정을 제출해 왔다. 최근에는 학생 비자, H-1B 등 고숙련 근로자 비자 신청자에게 계정을 공개로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등, 소셜 미디어가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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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TA 신청자에 대한 5년치 소셜 미디어 자료 제출 의무화 방침을 알리는 2025년 12월 10일 미국 연방관보 화면. [화면 캡쳐=미 연방 관보] |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ESTA 개편을 "비자 면제 방문객에게까지 소셜 미디어 평가를 전면 확대한 조치"라며, 여행과 표현의 자유에 '냉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르샤드 오우지 전(前) 미국 이민 변호사 협회 회장은 WP에 "사람들이 자신의 온라인 발언을 스스로 검열하고, 아예 미국 방문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며 "관광·비즈니스·미국의 글로벌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우지 전 회장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소셜 미디어 분석을 통해 해외 방문객들의 일반적인 정치 성향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ESTA 국가 시민이라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한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소셜 미디어 심사가 안보 위협을 가려내는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정치·종교·이념에 따른 차별과 자기검열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현지 언론은 이번 조치가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 주요 동맹국과 유럽 대다수 국가 국민을 포괄하는 만큼, 동맹국 정부와 관광·항공업계, 유학생·비즈니스 방문객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처럼 미국 출장이 잦은 기업인·연구자·공무원, 장·단기 어학 연수 준비생 등에게는 소셜 미디어 과거 발언이 입국 리스크로 전환되는 새로운 환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변경안은 연방 관보 게재 후 6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규정으로 확정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WP에 따르면 개인정보·시민권 단체와 여행업계는 표현의 자유 침해, 대량 데이터 수집·보관에 따른 오남용, 관광 수요 위축 등을 집중 제기할 계획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이민 규제 강화를 핵심 기조로 내세운 만큼 일부 수정을 거쳐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