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쥔 트럼프, 엘리슨계 유리
트럼프 과거 타임워너 딜 흔든 이력
CNN, AT&T 인수 거부 때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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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워너브라더스(WBD)를 둘러싼 인수전 구도가 파라마운트(PSKY)쪽으로 조명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반독점 심사라는 '호루라기'를 쥔 행정부가 사실상 킹메이커로 여겨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해관계에서는 파라마운트 인수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 따른다.
이번 워너브라더스 인수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관여로 M&A의 성패가 경제적 합리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새 국면에 진입했음을 예고한다. 당초 넷플릭스(NFLX)가 인수하기로 했지만 파라마운트가 '아직 종결 전' 상황임을 이용해 더 높은 가격으로 적대적 인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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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붉은색)와 파라마운트(붉은색), 워너브라더스(초록색)의 주가 5일 일중 추이 [자료=코이핀] |
*WBD 인수전은 9월 파라마운트의 첫 제안(주당 27억달러, WBD 전체)으로 시작됐다. 그 뒤 넷플릭스·컴캐스트까지 가세했다. 이달 5일 WBD 이사회는 넷플릭스안(주당 27.75달러<부채 포함 827억달러>, 스튜디오·스트리밍만 대상)을 승인했다. 파라마운트는 다시 WBD 주주들에게 직접 주당 30달러(1084억달러)의 적대적 인수를 제안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친트럼프 엘리슨
파라마운트의 인수안에 관심이 가는 것은 회사에는 넷플릭스와 다르게 오라클 래리 엘리슨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 나아가 인수 대상에 CNN 포함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보다 개인적 호감이 앞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치적 여건의 중요성이 크게 격상된다.
파라마운트는 실질적 주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억만장자'인 래리 엘리슨이다. 그는 지주회사 내셔널어뮤즈먼츠(NAI)의 77.5%를 쥐고 있고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파라마운트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으로 있다. 래리 엘리슨은 파라마운트의 '돈줄'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 WBD 인수 제안에도 407억달러 출자를 약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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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래리 엘리슨은 일찍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인물이다. 2016년 1기 행정부 당시 기술 기업의 수장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둘 때부터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 당시 친트럼프 친영과 함께 불복 방안을 논의할 정도다. 그가 '틱톡'부터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까지 등 주요 국가적 관심사급 딜마다 거론되는 배경이다.
☞"트럼프 사위의 WBD 메가딜 참전에 이해상충 논란"
트럼프 대통령이 대형 M&A에 정치적으로 개입해 구도를 흔들었던 전례가 있다. 1기 때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대표적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딜을 막고 싶다'고 했고 법무부는 합병 저지 소송을 냈다. 결국 반대 소송을 접수한 법원이 2018년 합병을 허용해 행정부는 패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딜에 개입한 시도한 기록은 남았다.
◆CNN 변수
CNN의 인수 대상 포함도 파라마운트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CNN은 오래전부터 '가짜 뉴스' 비난 대상이었기 때문에 백악관 입장에서는 'CNN이 누구 손에 가느냐'가 관심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CNN을 인수 대상에서 뺐지만 파라마운트는 WBD를 통째로 인수하겠다며 CNN까지 포함시켰다.
파라마운트가 인수에 성공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인 CNN은 자신의 측근인 래리 엘리슨 손에 들어간다. 가디언에 따르면 래리 엘리슨은 백악관과 '트럼프가 싫어하는 CNN 진행자 교체'를 논의한적이 있다고 한다. 행정부가 파라마운트 쪽을 선호할 유인이 생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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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트럼프 대통령이 AT&T의 타임워너 인수 시도 당시 퇴짜를 놓은 이유도 CNN 때문이었다. 타임워너가 CNN을 소유하고 있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콘텐츠 자산을 보유한 WBD는 스튜디오, 스트리밍, 콘텐츠 지식재산권(IP)뿐 아니라 CNN·TBS·디스커버리·카툰네트워크 등 케이블 채널을 보유 중이다.
◆미정의 승부
물론 정치적 여건만으로 인수전의 유불리를 단정할 수는 없다. 일단 이사회가 넷플릭스 인수를 승인했기 때문에 주요 주주인 기관투자자들은 이사회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파라마운트가 이기려면 주주들을 설득해 마음을 돌려세워야 하는 허들을 넘어서야 한다.
*스튜디오·스트리밍만 인수하는 넷플릭스의 인수가액 주당 27.75달러는 현금 23.25달러와 넷플릭스 주식 4.5달러 상당을 합친 금액이다. 반면 통쨰로 인수하는 파라마운트는 주당 30달러 전액 현금이다. 넷플릭스는 스핀오프되는 케이블자산 지분이 주당 3~4달러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파라마운트는 주당 1달러 수준밖에 안 된다고 반박한다.
위약금 구조도 변수다. 넷플릭스 인수안이 규제 심사에서 무산되면 WBD에 58억달러를 지급해야 하지만 반대로 WBD가 파라마운트를 선택하면 넷플릭스에 28억달러를 물어야 한다. 파라마운트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이상 아예 넷플릭스가 인수 금액을 올리거나 딜 구조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②편에서 계속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