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 내년 예산 6090억원, 인구 소멸위기 정면 돌파
[정선=뉴스핌] 이형섭 기자 =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로 수세에 몰렸던 강원 정선이 내년 예산 6090억 원을 앞세워 정면 돌파에 나섰다. 농어촌 기본소득, 가리왕산 산림형 국가정원, 강원랜드 글로벌 리조트 도약을 세 축으로 '정선형 미래 모델'을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선군이 2026년도 예산안을 군의회에 제출하며 "지난 4년의 성과를 딛고 정선의 미래 100년을 여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제311회 정선군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군민이 체감할 변화와 성장의 결과를 내겠다"며 내년 군정 방향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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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준 정선군수가 정선군의회에서 내년도 시정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선군]2025.12.02 onemoregive@newspim.com |
최 군수가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인구 소멸 위기 정면 돌파다. 정선은 이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전 군민을 대상으로 한 소득 지원을 준비 중이며 이번 예산에도 이를 뒷받침할 재원을 반영했다.
군은 기본소득이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전통시장·골목상권·농특산물 판매를 동시에 움직이는 '순환형 경제 실험'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비·도비·군비 분담 구조와 강원랜드 배당금에 기대는 재원 구조는 향후 경기·정책 변화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해 재정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증명할지가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두 번째 축은 가리왕산이다. 동계올림픽 이후 갈등의 상징이었던 가리왕산을 이제는 '국내 첫 산림형 국가정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최 군수는 환경단체·주민·전문가가 '보존과 활용'이라는 공동 해법에 합의해 케이블카 논쟁을 마무리한 점을 언급하며, "보존과 개발이 공존하는 새로운 국가정원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국가정원 지정과 대규모 예산 확보,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는 세부 설계까지 넘어야 할 절차가 많아 중앙정부 설득과 지역 여론 관리 사이에서 정교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선 경제의 심장인 강원랜드 역시 시정연설의 핵심 키워드였다. 최 군수는 강원랜드를 "주민 투쟁으로 쟁취한 폐광지역 생존 플랫폼"이라고 규정하며 단순 카지노를 넘어 세계 수준의 복합 리조트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면서도 공공성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야 하는 '두 얼굴의 과제'가 동시에 주어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난관이다. 특히 주변국 대형 리조트와의 경쟁, 국내 여론과 국회 논의 등 변수가 많아 군이 할 수 있는 범위와 중앙정부·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분명히 갈린다는 점도 현실적인 제약이다.
광역 교통망 확충은 세 축을 받치는 인프라로 제시됐다. 동서 6축·남북 9축 고속도로, KTX 정선선 연결이 동시에 언급되며, 정선이 '끝자락'이 아닌 '관광·물류 축의 중간 거점'이 돼야 한다는 방향이 드러났다.
예비타당성 조사, 국가계획 반영, 인근 지자체와의 이해관계 조정 등 긴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라 속도 내기가 쉽지 않지만, 강원랜드·가리왕산·정선아리랑 관광이 모두 교통 인프라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군이 장기적으로 집요하게 밀어붙일 불가피한 과제로 보인다.
생활과 직결된 인프라와 복지 계획도 연설 전반에 깔려 있다. 정선읍 공공임대주택 '아리세움' 준공에 이어 사북 행복주택, 북부권 공공임대주택을 잇따라 추진하고 상수도 현대화·하수도 정비,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 해소로 정주 여건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군립병원 증축과 의료진 기숙사 신축, 노인 일자리 확대, 이·미용 바우처 지원, 교육발전특구 기반 공교육 투자 등도 함께 제시되며 '인구가 머물 수 있는 생활 도시'를 향한 방향성이 읽힌다. 다만 인건비·복지지출 등 고정비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재원을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선택과 집중 없이 모든 요구를 담다 보면 예산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군의회 심사에서 집중적으로 논쟁이 될 대목이다.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정선아리랑과 생태관광을 양 날개로 제시했다. 최 군수는 정선아리랑의 해외 공연, 정선아리랑제, 서울 개최 행사 등을 언급하며 "가장 한국적인 K-컬처를 정선에서 세계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화암 힐링 캠핑장, 민둥산·삼탄아트밸리 재정비, '정선 너투이' 조성, 병방산 레포츠 시설 등 체류형 인프라와 생활체육 시설 확충 계획도 함께 나왔다. 관광 콘텐츠는 이미 풍부하지만, 교통·숙박·상권의 수익 분배 구조가 군민의 체감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축제는 성황, 지역은 제자리'라는 기존 지방관광의 한계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 구조적인 위험요인이다.
시정연설 말미에서 최승준 군수는 "희망찬 아침, 평온한 저녁, 행복한 정선"을 되풀이하며 공직사회와 군민의 동참을 요청했다. 6090억 원이라는 역대급 예산,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전국적인 실험, 국가정원·광역 교통·강원랜드라는 굵직한 현안이 동시에 굴러가는 만큼 내년 정선의 성적표는 지방소멸 시대를 앞둔 다른 산간 군단위 지자체에도 하나의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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