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자율주행 '레벨4' 상용화…도심서 유료 운행
앱으로 7분만 호출…도로 정보 수집해 돌발 상황 즉시 대응
'법적 해방구' 푸둥, 규제 혁신으로 '자율주행 성지' 되다
"차량보다 도로가 똑똑" 차로협동 방식으로 비용 절감
中 자율주행 달아날 때 韓 '레벨3' 수준…규제 혁신 시급
[상하이=뉴스핌] 송현도 기자 = "무인 택시는 어떤 면에서는 일반 택시보다 훨씬 더 똑똑합니다. 지난 수개월 간 안전 요원으로서 동행해보니 택시 기사가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지난 26일 오후 중국 상하이 푸둥 신구 린강(Lingang) 상하이해양대학 앞 무인 택시(로보택시)에서 만난 안전 요원 A씨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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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뉴스핌] 송현도 기자 = 상하이해양대학 인근 지정된 자율주행 택시 승차장에서 차량을 호출하자 무인택시가 도착했다. 차량 문은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열 수 있었다. 2025.11.26 dosong@newspim.com |
이날 지정된 자율주행 택시 승차장에서 차량을 호출하자 길어야 7분 내 인근을 돌던 자율주행 택시를 부를 수 있었다. 호출 방법은 간편했다. 채팅 앱인 위챗(WeChat)에서 택시 호출 미니 프로그램을 검색한 뒤 무인 택시를 부르기만 하면 된다. A씨는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긴 하지만, 호출부터 하차까지 모든 영역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엔진을 가속하고, 핸들을 휙휙 돌리는 건 무인 택시에 적용된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미끄러지듯 다가온 택시의 운전석은 텅 비어있었다. 보이지 않는 유령 택시 기사가 운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탑승 당시에는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부드러운 운전 실력에 마음을 놓고 차량 내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출발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세요."
차량의 뒷좌석에는 전면에 부착된 태블릿 스크린이 승객을 맞이한다. 태블릿은 차량 지붕에 장착된 센서와 카메라 모듈이 융합된 센서 타워들이 종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차량이 보고 있는 세상을 3D로 시각화해 보여준다. 승객은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쉽게 공유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차량이 접근하는 모습을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주변 차량은 육면체로, 돌발 물체는 파란색 원반으로 실시간 렌더링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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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뉴스핌] 송현도 기자 = 삼거리 우회전 구간을 돌던 로보택시가 모퉁이에서 승객을 태우느라 멈추는 차량을 인지하고 멈추는 모습 2025.11.26 dosong@newspim.com |
푸둥의 도로는 대체로 넓고 쾌적하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이륜차나 도로를 가로지르는 행인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무인 택시는 급정거 없이 속도를 능숙하게 줄이며 상황에 대처했다. 특히 삼거리 우회전 구간을 돌던 로보택시가 돌연 운전을 멈췄는데, 알고 보니 앞선 차량이 모퉁이에서 승객을 태우느라 멈추는 것을 스마트 도로가 보낸 정보를 통해 사전에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약 8분간의 주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저렴했다. 하차하며 문을 닫는 순간, 이 기술이 더 이상 미래가 아닌 상하이의 일상임을 실감했다.
◆ '법적 해방구' 푸둥, 규제 혁신으로 '자율주행 성지' 되다
이 자연스러운 풍경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상하이 신도시 푸둥은 상하이의 국제공항, 디즈니랜드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자율주행 상용화의 거대한 실험실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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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뉴스핌] 송현도 기자 = 상하이 푸둥 상하이해양대학 정류장에 무인택시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2025.11.26 dosong@newspim.com |
이날 탑승한 무인 택시는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도 각종 돌발 상황에 스스로 대처하며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 4단계다. 자율주행 차량은 차선 이탈 방지 등의 운전 보조 장치에 머무르는 레벨 1단계부터 운전석·핸들·페달이 필요 없고, 모든 주행 조건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5단계까지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레벨 5단계는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상 상업용으로 상용화시킨 차량 중에는 가장 최첨단을 달리는 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자율주행 레벨 4단계 상용화를 놓고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특히 상하이 시정부는 매년 7월 개최되는 세계 인공지능 회의(WAIC)를 규제 혁신의 발표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해 7월 WAIC에서 포니닷에이아이(Pony.ai), 바이두(Apollo), 오토엑스(AutoX), 상하이자동차(SAIC) 등 4개 기업에 대해 무인 지능형 연결 자동차 시범 응용 면허를 발급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시범 운영(Pilot Operation) 면허를 발급해 상용화의 범위를 확장했다. 승객에게 요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공식화한 것과 동시에, 운행 구역 또한 푸둥 공항 고속도로와 같은 고속 주행 구간으로 확대한 것이다.
다만 중국 역시 상위법인 도로교통안전법(운전석에 사람이 있어야 함을 전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를 위해 마련된 자율주행의 테스트베드가 푸둥이다. 중국 정부는 파격적인 입법을 통해 규제 문제를 해결했다. 2021년 6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상하이시 인민대표대회에 푸둥만을 위한 현지 법규 제정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상하이시 인민대표회의는 2023년 2월 현행법을 우회한 조례인 푸둥 무인 자율주행 스마트 커넥티드 차량 혁신 응용 촉진 규정을 시행했다. 푸둥은 중국 내에서 자율주행차가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법적 해방구인 셈이다. 특히 조례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해당 차량이 속한 기업이 우선 배상 책임을 지고, 이후 결함이 확인되면 제조사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해, 책임 주체와 보상 체계를 확실히 정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자, 기업들은 사고 리스크를 비용적으로 계산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 "차량보다 도로가 똑똑" 차로협동 방식으로 비용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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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뉴스핌] 송현도 기자 = 푸둥 린강 지역과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을 대조한 모습. 2025.11.26 dosong@newspim.com |
푸둥은 이륜차가 많고 복잡한 상하이 구도심에 비해 계획되고, 첨단 교통 시스템이 도입된 스마트 도로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과 도로의 쌍방향 통신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이점도 있다. 실제 린강 지역의 도로는 설계 단계부터 자율주행차와의 통신을 염두에 두고 건설됐으며, 신호등, 가로등, 표지판에는 V2X(Vehicle-to-Everything) 통신 모듈이 내장돼 있다.
자율주행차 한 대의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 도로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더 빠르고 싸다고 판단한 것으로, 중국은 일찌감치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 통신을 국가 표준으로 확정하고 5G 망을 촘촘하게 깔았다.
이곳의 신호등과 가로등에는 라이다와 카메라가 설치되어 사각지대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5G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에 직접 전송한다. 도로 인프라가 주는 정보로 차량에 달린 비싼 센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던 것으로, 차량이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는 미국 웨이모(Waymo)의 단일 차량 지능 방식 대신 차로협동 방식을 택한 결과다.
또한 린강뿐 아니라 진차오(Jinqiao), 화무(Huamu) 역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상하이자동차(SAIC), GM 등 주요 자동차 제조 공장 지대와 오피스 단지가 혼재된 진차오와 푸둥 정부 청사와 상하이 도서관 동관, 세기공원 등이 위치한 화무로 영역을 확대한 것은 자율주행의 관광화, 대중화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인프라 조성은 상용화의 가속으로 이어졌다. 기술적 완성도를 위해 웨이모가 10년 넘게 신중한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상하이는 불과 3~4년 만에 상용화 단계로 직행한 것이다.
특히 저렴한 운영 비용이 기업들을 이끄는 동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에서 무인 상업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은 SAIC, 포니AI, 바이두, 위라이드, 오토엑스 등 8개다. 상하이뿐 아니라 중국의 베이징, 선전, 광저우 등 15개 도시는 현재 무인 자율주행택시 2000여대를 운영 중이며 추가 증설도 계획 중이다.
다만 이로 인해 택시 기사들의 반발도 예상되나, 전날 만난 후 구웨이(41) 씨를 비롯한 다수의 택시 기사는 "아침저녁 사이에 기술 발전이 일어난 것 같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기술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中 자율주행 달아날 때 韓 '레벨3' 수준…규제 혁신 시급
자율주행에서 추격자의 위치에 있는 한국 관련 부처 역시 관련 입법을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2027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기존의 소규모 시범지구 방식을 탈피하고 자율주행 시범운영 도시를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중 특정 도시를 선정해, 1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도시 전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계획이다.
현재 한국은 서울 상암, 세종 등 47개 지구에서 자율주행차를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정해진 노선을 오가는 셔틀버스 형태이거나 안전요원이 탑승한 형태로, 누적 주행 거리도 1300만km 수준에 머문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모델을 벤치마킹해 '점'이나 '선' 단위의 실증이 아니라 '면' 단위의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앞선 상하이 같은 사례의 과감한 입법과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말 'AI 기본법'을 통과시켰지만, 자율주행 사고 시의 형사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레벨 4 관련 법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V2X 통신 표준을 두고도 와이파이 기반의 웨이브(WAVE)를 선호하는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C-V2X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지난해에야 C-V2X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애초부터 관련 인프라를 확정하고 투자를 지속한 중국보다 최소 2년 이상 뒤처진 모양새다.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손명수 의원은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국내 자율주행 추진 속도가 뒤처진 것을 지적하며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택시가 딱 3대뿐이다. 그것도 강남에서 심야 시간에 차가 없을 때만 다닌다. 실험실 수준으로 해서 어느 세월에 따라가겠냐"고 지적한 바 있다. 상하이의 무인 택시는 이미 일상이 됐다. 결국 한국의 자율주행이 '체험'을 넘어 '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에 맞먹는 파격적인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 보험업계가 참여하는 '사고 책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 분담 구조를 논의하고, 자율주행차 사고와 손해배상 관련 가이드라인은 내후년 배포할 계획이다. 한국의 자율주행 수준은 레벨3로 평가받는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