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 반대 입장' 표명하며 한·미 비난 수위 조절
관영매체·민간 전문가 통해 한국 핵잠 '우회 비판'
"최종 확정된 사안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중·일 갈등 격화로 한국에 대한 공세 자제 관측도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 문서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를 공식화 한 것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잠수함 보유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중국 잠수함 추적활동'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당초 예상보다 수위가 높지 않다.
중국은 2021년 미국·영국·호주가 3국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하고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미·영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목표를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유엔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국제 공동체의 우려를 완전히 무시했다"면서 "핵 확산 위협을 크게 증대시키는 뻔뻔스러운 행위"라고 직설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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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10.29 |
하지만 한국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한 중국의 반응에서는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처음 언급한 이후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한국과 미국에 "핵 비확산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교과서적 반응을 보였다.
지난 14일 팩트시트 공개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가 공식화된 이후에는 정부 차원이 아닌 관영매체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쳤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래의 한국 핵잠수함이 중국에 대응하는 데 활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한 미국 해군 작전 책임자의 최근 발언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이는 한국을 점점 더 위험한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 보도에서 중국 정부 당국자가 아닌 민간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가져올 부정적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호주보다 훨씬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핵잠수함 보유로 미국의 대중국 군사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중국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미 안보 협력과 미·중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중국은 아직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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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자쿤 중국외교부 대변인 [신화사=뉴스핌 특약] |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최종 승인하고 연료·기술 문제에서 협력하려면 국내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완강한 법률적·정책적 허들을 넘어야 한다. 또한 미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관철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에 대한 미 의회의 입장이 매우 강경해질 수 있다. 또 이같은 과정을 모두 거쳐 한국이 핵잠수함 건조를 시작한다고 해도 실전 배치까지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은 실제로 성사될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사안에 지나치게 강경하게 대응해 한·미의 반발을 초래하고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사나에 다카이치(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으로 중국과 일본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 문제로 한국에게 공세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전략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opento@newspim.com














